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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생활 동안 총 세 번이나 추석과 설날에 휴가를..

by Ding 맬번니언

"당신은 얼마나 남을 도와줄 수 있나요? 그리고 얼마나 정직한 사람인가요?"
오늘, 문득 이 질문을 던지고 싶은 상황을 마주했다. 아직 직접적인 사건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과거의 경험을 떠올려보며 이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지금으로부터 꽤 오래전, 내가 군대에서 일병이었을 때의 일이다. 그날도 평소처럼 내무실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휴가에서 돌아온 선임이 기분 좋게 이곳저곳을 다니며 선임과 후임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지갑을 내무실 책상 위에 올려두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 하지만 내가 우연히 본 광경은, 곧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이어졌다.

그 순간, 아무개 상병이 그 지갑을 슬그머니 집어 들고 내무실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순간적으로 ‘이건 문제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때 나는 막 일병이 된 터라 감히 나서기가 쉽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갑이 사라진 사실이 알려졌고 내무실은 금세 뒤집어졌다. 휴가에서 돌아온 선임은 지갑이 없어졌다며 당황했고, 병사들은 하나둘씩 불려 가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나는 고민했다. 그 장면을 목격한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더 커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리는 것이 혹시 내게 해가 되지는 않을까, 괜히 끼어들었다가 더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조용히 분대장을 찾아갔다. 그리고 오늘 내가 본 것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했다. 그렇게 나는 용기를 냈다. 그리고 다행히도 사건은 더 커지지 않고 조용히 마무리되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남을 돕는 일은 때로는 침묵 속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
나는 그 누구에게도 이 일을 말하지 않았다. 단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 사람에게만 알렸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사건은 조용히 넘어갔다. 오늘 내가 겪은 상황을 보며, 다시금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과연 나는 얼마나 남을 도와줄 수 있을까?"


그런데 또 다른 사건도 있었다. 나는 군 생활 2년 2개월 동안 총 세 번이나 추석과 설날에 휴가를 다녀왔다. 명절마다 집으로 갈 수 있었던 건 분명 행운이었지만, 동시에 그것이 모두에게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마지막 추석을 앞두고 나는 휴가를 갈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내가 직접 포기했다. 그 이유는, 나를 아끼던 선임이 나에게 "이번만큼은 부대에 남아주면 안 되겠냐? 너를 생각해서야."라고 간절히 부탁했기 때문이다. 그는 솔직하게 말했다.


"네가 명절마다 휴가를 나가는 걸 좋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다들 네가 집안 배경이 있어서 특혜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 말이 뇌리에 박혔다. 나는 단순히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함께 명절을 보내지 못하는 동기들과 후임들, 부대에 남아서 근무를 서야 하는 사람들이 내 휴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그제야 깨달았다.


하지만 정작 우리 가족들은 전혀 다른 입장이었다. 집에서는 "너만 생각하고 그냥 휴가 나오면 되잖아. 다른 사람 신경 쓰지 말고 나와."라고 말하며, 오히려 내 고민을 이해하지 못했다. 부모님과 가족들에게는 내가 명절에 함께하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 점점 갈등이 커졌다. 휴가를 나가서 식구들과 명절을 보내고 싶은 마음과 혼자 명절마다 나가는 욕심 많은 나 자신 때문에 말이다.


결국 나는 선임의 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번에는 부대에 남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 선택이 내게 주어진 특혜를 내려놓는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군 생활을 함께하는 동료들과 조금 더 같은 입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무언가를 얻는 것만큼이나 내려놓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오늘 내가 내린 결정은 누군가를 돕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선택이 나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사실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때때로 우리는 옳다고 믿는 일을 하면서도 망설이게 된다. 그것이 나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나는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내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기로.


결과가 어떻든, 적어도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이 옳다고 느끼는 길을 선택했다는 것만큼은 후회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설령 그 선택이 나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더라도, 나는 그것마저도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를 위한 결정이 아닐지라도,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믿으며.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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