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상하게도 익숙해지는 것이 싫다.
인생을 살다 보니 모든 일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는데 특히 아이와 관련된 일은 익숙해지지 않기 위해...
오늘, 또다시 행복이의 학교 미팅을 앞두고 망설였다.
"갈까? 말까?"
행복이 학교에서 열리는 미팅이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져서, 솔직히 가는 것이 싫다. 좋은 소리보다 안 좋은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게 있을지도 몰라, 결국 오늘도 스티븐과 함께 학교를 찾았다.
우리는 매년 두 번씩 학교에서 미팅을 가진다.
행복이가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학업과 생활 태도는 어떤지, 선생님과 담당자가 직접 브리핑을 해주는 자리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행복이 담임 선생님에게서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
"작년에 어떤 행동을 보였는지 모르지만 행복이가 책상에 잘 앉아 있고, 집중력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요."
순간, 마음이 뭉클했다. 지금까지 수없이 들어온 말과는 달랐다. 언제나 ‘행복이가 쉽게 산만해진다, 집중력이 부족하다,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한다’ 같은 이야기만 들었는데, 오늘은 처음으로 ‘잘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너무 기뻐서 나는 자연스럽게 맞장구쳤다.
"맞아요! 행복이가 약을 복용하고 확실히 집중력이 좋아졌어요!"
그러면서 요즘 행복이가 농구, 축구, 테니스에서도 집중력이 향상되면서 실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 순간, 이 미팅이 너무 익숙해져서 싫다고 했던 내 생각이 싹 사라졌다.
아무리 익숙한 미팅이라도, 아이에 대한 칭찬만큼은 절대 익숙해질 수 없는 감동을 준다.
오늘 들은 이 작은 변화의 소식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큰 의미로 다가왔다. 행복이가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 날이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