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마음이란 ...
자신보다 더 자식을 걱정하고, 가슴 졸이며, 혹여나 놓치는 것이 있을까 밤새 고민한다.
내일이면 아들의 NAPLAN(나 플란) 시험이 끝난다.
그동안 최선을 다했으니, 적어도 나는(행복이 말고) 후회가 없다.
하지만 시험 준비를 하면서 행복이가 집중력이 부족해 중요한 부분을 놓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ADHD를 가진 아이의 집중력 문제는 이미 잘 알고 있었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옆에서 지속적으로 도와주고 지켜봐야 한다는 것을 더욱 절실히 느꼈다.
그런데, 오늘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스티븐이 미팅을 마치고 돌아와, 나에게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저 평범한 대화일 줄 알았지만, 그의 표정은 심각했다.
"행복이가 요즘 약을 몰래 빼놓고 있어."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스티븐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제와 오늘, 이틀 동안 약을 먹는 척하면서 사실은 버렸어. 오늘에서야 그걸 발견했어."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행복이를 학교에서 픽업한 후, 평소처럼 물었다.
"행복아, 오늘 약 먹었어?"
행복이는 별일 없다는 듯,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응, 먹었어."
그러나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이의 작은 거짓말이, 그 속에 숨겨진 진심이.
나는 아이를 떠 보지 않고 차분히 말했다.
"아빠는 네가 약을 안 먹었다는 걸 다 알고 있어. 거짓말하지 말고 솔직히 말해 봐. 왜 약을 먹지 않은 거야?"
행복이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용히 말했다.
"그냥… 약 먹기 싫어."
그제야 나는 이해했다.
약을 먹는 것이 단순히 습관이 아니라, 행복이에게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구나.
나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조용히 아이를 바라보았다.
"행복아, 이 약은 네가 더 나아지기 위해, 네가 더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야."
천천히,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
약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행복이가 왜 거부감을 느끼는지, 그 감정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단순히 "약을 먹어야 해"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이가 스스로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도록, 그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부터.
부모로서,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다시 고민해봐야 할 때다.
그리고 그 답을 찾기 위해, 나는 오늘도 행복이와 함께 길을 걷는다.
부모가 되어 보니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고 어른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