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농구팀이 오랜만에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까지도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가슴을 졸이고 있다. 행복이 농구팀이 준결승까지 올라간 건 정말 오랜만이라 모두가 한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
새벽반으로 근무 변경 이후 오랜만에 행복이의 농구 연습장을 찾았다. 아이들이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우리 팀의 에이스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 가족은 중국에서 이민 와서 호주에 정착한 가정이다. 아이들이 농구를 워낙 좋아해서 농구만 집중적으로 시킨다고 했다. 행복이와 같은 농구팀에서 뛰고 있고, 학교에서도 농구팀에 가입해 농구가 생활의 중심이라고 할 정도였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녀도 살짝 걱정을 하고 있는 듯했다.
"우리 애는 농구만 하니까 혹시 다른 걸 못하면 어쩌나 싶어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반면에 행복이는 농구뿐만 아니라 축구와 테니스도 병행하고 있다. 그중 가장 잘하는 것은 테니스이고, 그다음이 농구, 그리고 마지막으로 축구다. 나는 행복이에게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테니스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
그래도 농구 준결승전이 코앞에 다가왔으니, 이번 주에는 농구 연습에 집중하고 있다. 저번주에는 나 플란 시험으로 공부에 집중 이번 주는 내일 있을 준결승전을 대비해 농구 연습을 열심히 시키고, 농구 경기가 끝난 후에는 곧바로 테니스 클럽으로 이동하여 클럽 내 경기에도 참석시켰다.
운동을 병행하는 일이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지만,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하며 균형 있는 성장을 돕고 싶다. 농구팀에서 뛰는 행복이도 자랑스럽고, 테니스 코트에서 최선을 다하는 행복이도 자랑스럽다.
이런 경험들이 행복이에게 더 큰 자신감과 성장을 줄 것이라 믿고 있다.
"하나를 깊게 파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행복이가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돕자." 이것이 나의 작은 철학이다.
내일 있을 준결승전, 어떤 결과가 나오든 행복이가 팀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들만큼이나 부모들도 설레고 긴장되는 밤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주변 지인들을 보면 아이가 잘 못한다고 하나둘씩 운동을 그만두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문득 비슷한 생각이 살짝 들기도 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도 신경 써야 하고, 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사실, 행복이를 위해 공부를 도와주려고 새벽반으로 근무를 바꿨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하고 나니, 운동도 챙겨야 하고, 학교 생활도 봐줘야 하고...
이것저것 할 일이 너무 많아졌다.
테니스, 농구, 축구...
하나만 제대로 해도 힘든데, 행복이는 여러 가지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그런데 주변 부모들을 보면 아이가 잘 못하면 자연스럽게 그만두게 하거나
“한 가지만 집중하자”며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
솔직히 나도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너무 많은 걸 시키는 건 아닐까?”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또 다른 생각이 든다.
“아직은 여러 가지를 해보면서 행복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찾도록 해주자.”
잘하는 것만 시키는 게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아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그러면서도 혹시 아이에게 무리한 부담을 주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건 행복이가 진짜로 즐거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 아닐까? 어떤 운동이든, 어떤 활동이든 행복이가 주도적으로 하고 싶어 하는 걸 찾아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은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시기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이의 표정을 더 유심히 살피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부모로서의 고민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이것이 다 부모로서 처음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토요일, 준결승전이 시작되었다. 이변이 일어났다. 행복이 팀이 경기에 이겨서 결승전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행복이가 4점을 획득한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 그러면서 성장하는 것 같다. 다른 부모님들처럼 대충 포기하자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 우리가 행복이에게 진짜로 바라는 것은 결국 즐기는 것이다. 행복이가 좋아서 뛰어다니고, 땀 흘리며 웃는 모습을 보는 것.
그걸로 충분하다.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참 많은 것을 배웠다. 아이를 통해 깨달은 건, 진짜로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지며 성장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라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여러 가지를 경험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걸 찾고, 그걸 즐기는 모습을 보며 나도 덩달아 행복해진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단순히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임을 느낀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