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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가 몇 번이나 "미녀와 야수" 뮤지컬을 보고 싶다

by Ding 맬번니언

나는 행복이 아빠가 되면서 꿈을 꿨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보던 아이와 아빠처럼, 서로를 위해 주고 사랑해 주고 이해해 주는 그런 관계를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드라마와 영화는 허구였다.
아이를 직접 키우면서 알게 된 건, 많은 경우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나는 드라마와 영화 속 부모들처럼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행복이도 그런 특별한 아이가 아니다. 그래서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행복이가 몇 번이나 "미녀와 야수" 뮤지컬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빠, 나 미녀와 야수 뮤지컬 보고 싶어!"
행복이의 눈이 반짝였다. 그 간절한 표정을 보고 마음이 약해졌다.
"그래, 우리 보러 가자!"
오랜만에 보는 뮤지컬이라 나도 많이 설렜다. 행복이와 함께 공연장에 들어섰고, 무대가 열릴 때까지 두근거렸다. 막이 오르고 화려한 무대와 음악이 시작됐다. 그런데 그 설렘도 잠시였다.

행복이는 자꾸 자리에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행복아, 조금만 앉아서 보자."
"응... 근데 너무 길어..." 행복이는 투덜거렸다.

1막이 어떻게 끝나는 줄 모르고 정신없이 뮤지컬을 보았다. 그렇게 1막이 끝나고 휴식 시간이 되었다. 로비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나오는데 행복이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빠... 나 집에 가고 싶어."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집에 가고 싶어? 왜? 안 재밌어?"
행복이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냥... 힘들어..."

마음 한편에서 화가 치밀었다.
'내가 얼마나 기대하고 준비했는데... 뮤지컬 한 번 보겠다고 이렇게까지 했는데...'
하지만 그 화를 꾹 참았다. 아이에게 강요하는 건 의미가 없다.

2막이 시작되기 전에 행복이가 좋아하는 슬러시와 간식을 사서 자리에 돌아왔다.
"자, 이거 먹으면서 보자. 좀 더 편하게 앉아도 돼."
행복이는 슬러시를 빨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2막에서는 조금 더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마지막 커튼콜이 끝나고 사람들이 박수를 칠 때, 행복이도 따라 박수를 쳤다.

공연이 끝난 뒤 돌아가는 길,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행복아, 오늘 뮤지컬 어땠어?"
행복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음... 아빠랑 같이 있어서 좋았어."
그 한마디에 마음이 누그러졌다. 결국 중요한 건 뮤지컬 자체가 아니라, 함께하는 시간이었구나.

아이를 키운다는 건 생각처럼 아름답고 멋진 순간들로만 가득하지 않다.
내가 꿈꿨던 드라마 같은 아빠와 아들의 관계도 현실 앞에서는 자주 무너진다.
하지만 그런 현실 속에서도 아이와 함께 부딪치며 배우고,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이 진짜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기대를 너무 많이 하지 말자.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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