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에서 돌아오자마자 목요일부터 나는 감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도 꽤 심하게. 목이 따갑고 몸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다행히도 금요일이 휴가라 마음껏 쉴 수 있었다. 3년 만에 맞는 진짜 휴가였다.
그동안의 나는 늘 여행 일정을 일요일에 돌아오고, 다음 날 바로 출근하는 일정으로 잡았다. 그래서 이번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하루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3년 만에 처음이다. 계획은 회사에 전화를 걸어 금요일에 휴가를 취소할 생각이었지만 일을 하지 않기로 한 이 결정 하나가 내 몸과 마음을 모두 살려주는 듯했다.
몸은 쉬었지만, 집은 금세 다시 분주해졌다. 행복이가 친구들과 슬립오버 파티를 하기로 한 것이다. 24일, 아들의 생일을 맞아 떠난 디즈니 크루즈를 시작으로 행복이의 생일 주간은 계속되고 있었다.
금요일에는 절친들과 루나파크에서 두 번째 생일 파티를 했다.
놀이기구를 타고 웃다 보면 기침도 잠시 잊혔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피자를 직접 만들고, 밤이 깊도록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 그리고 일요일, 마지막 생일 파티가 기다리고 있었다.
루나파크는 절친 세 명만 초대할 수밖에 없었다. 트램 회사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아 직원 가족에게 초대장을 나누어 주었기 때문이다. 총 여섯 장뿐인 티켓.
그래서 스티븐과 내가 함께하고, 행복이를 포함해 네 명의 남자아이들이 함께한 작은 파티였다.
놀랍게도, 나는 호주에서 20년을 살았지만 루나파크 안으로 들어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매일 트램으로 그 앞을 지나쳤지만, 직접 들어가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늘 창문 너머로만 바라보던 루나파크에, 오늘은 내가 들어섰다. 회사 덕분에 나는 이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을 새롭게 만나게 된 셈이다.
그리고 마침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롤러코스터에 탑승했다. 나무로 만들어진 트랙은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일반 롤러코스터처럼 360도 회전은 없었지만, 바람을 가르며 나무가 덜컥거릴 때마다 오히려 더 짜릿했다.
한 번의 회전보다, 그 거친 흔들림 속에 시간의 무게와 역사의 냄새가 느껴졌다. 행복이와 아이 친구들은 소리치며 웃었다. 그 웃음소리가 오래된 나무 틈을 지나 바다 쪽으로 흩어져 갔다.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감기 때문에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지만 오래된 것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즐거움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멜버른 루나파크 (Luna Park Melbourne)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놀이공원 중 하나이며, 문화유산(heritage)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지속적으로 운영 중인 목재 롤러코스터로 알려져 있습니다. 1912년에 개장했으며, 지금도 수동 제동을 조작하는 ‘브레이크맨(brakeman)’이 직접 탑승해 운영합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