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첫 번째 크리스마스

2014년 12월 25일.(과거이야기)

by Ding 맬번니언

저 멀리, 낯선 태국 거리에 스티븐이 크리스마스 트리하고 장식품들을 끙끙거리면서 들고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가 여기에 사는 것도 아니고 잠깐 왔는데 이렇게까지 준비를 해야 하는 지 모르겠지만 굳이 꼭 해야 한다고 하기에 도저히 말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스티븐과 함께 크리스마스트리에 장식을 하면서 한 해를 돌이켜보니 참 다사다난한 2014년이었다.


‘2014년, 나는 행복이와 만났고, 패션쇼 디자이너의 꿈을 이루었다.’


확률을 계산하는 수학자들이 꿈이 이루어질 확률을 계산한다면 아주 낮은 확률이 나오지 않을까? 누구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꿈꾸지만 누군가는 자신의 꿈을 발견하지 못하며, 누군가는 너무 늦게 발견한다. 혹은 누군가는 꿈을 이루고자 노력하지만 운이 따르지 않거나 현실적 상황으로 인해 이룰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나는 호주에 온 후, 언제나 꿈꾸었던 일을 이루기 위해 아주 조금씩, 한 발씩 내딭었다. 내 꿈은 하나는 행복이가 무사히 태어나 나와 함께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패션을 향한 나의 열정이었고 두 가지 모두 꿈을 꾸기 시작할 당시만해도 이룰 수 있을 확률은 매우 낮았다. 하지만 나는 단 1%의 확률이라도 더 이상 내 인생에서 물러나고 싶지 않았기에 꿈에 도전할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용기와 의지로 꿈을 두 가지나 이루어낸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이렇게 크리스마스트리에 장식을 하나하나 걸며 그 과정을 떠올리다 보니 그간 힘들고 고통스럽기까지 했던 모든 과정들까지 모두 예쁜 추억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 너무 힘든 나날이었지만 결국 다 이겨냈고, 다 지나갔고, 이제 새로운 해를 맞이하면 된다.’

“엄마 호주는 크리스마스가 한국 설날 같은 명절이야”

“그래. 그럼 우리 명절을 같이 보내네”

“응 그래서 엄마, 너무 좋아”

“그래서 스티븐이 크리스마스 장식이랑 트리까지 준비하고 있었구나.”

“응 엄마 행복이 첫 크리스마스이기도 하고 장식이 없으면 기분이 안 나잖아”

“오늘 마사지 안 받아?”

“크리스마스 저녁을 먹고 마사지 받으러 가”


한국에서 크리스마스는 연휴, 휴일, 연인들이 함께하는 로맨틱한 날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호주에서는 크리스마스가 일년 중 가장 중요한 명절이자 가족과 함께해야 하는 날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그래서 호주에 온 후 내내 스티븐 식구들하고 보내다 올해 처음으로 호주 밖에서 보내게 되었다. 여느 때의 크리스마스와는 다른 멤버 구성으로 말이다.


‘나, 스티븐, 엄마, 조슈아, 소피아 그리고 행복이 6명이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테이블’


크리스마스 테이블에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앉는다. 한 해 동안 각자에게 있었던 기쁨을 나누고, 우리가 기쁨을 나누고 함께 행복해할 수 있는 가족임에 감사하는 자리이다. 나는 그런 자리에 엄마가 함께 있다는 것에 올해 크리스마스 테이블이 참 특별한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 엄마를 용서할 날은 절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며 울분을 삼켰던 나날도 있었다. 나와 엄마는 서로 절대 건널 수 없는 커다란 강을 사이에 두고 있으니 엄마는 그 강을 건너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에 너무 큰 실망감과 서운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약이라 했던가, 그로부터 시간은 훌쩍 흘러 엄마도 나도 나이를 먹었다. 그리고 행복이로 인해 우리는 또 가족으로서 이 테이블에 앉은 것이다.


엄마를 사랑하고, 엄마의 기대에 충족하는 아들이 되고 싶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호주에 오기 전 엄마에게 가졌던 내 가슴의 응어리도 깊었다. 하지만 이번에 내가 도움을 청했을 때 엄마가 한 걸음에 태국까지 와 행복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돌봐주시는 모습을 보니 조금 응어리가 풀리는 것 같았다. 엄마가 절대 건너오지 않을 것이라 믿었던 강을 아주 잠깐이지만 건너오셨다는 것에 그저 감사하기로 했다. 엄마가 나를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듯, 나 역시 엄마를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행복이를 소중하게 안아주시며 어릴 적 나도 그랬다고 말씀하시는 엄마의 모습만은 나와 행복이를 향한 사랑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엄마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나는 다시 호주로 돌아간다. 이 저녁을 먹고 나면 엄마와 함께 마사지를 받으러 가야지. 정말 너무 좋은 크리스마스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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