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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ng 맬번니언 Nov 06. 2023

온천을 사랑하는 엄마를 데리고 오고 싶었던 작은 소망

Hell's Gate Geothermal Park은 그 이름만큼이나 강렬

오클랜드를 벗어나 로토루아로 향하는 여정은 뉴질랜드의 다채로운 자연을 만끽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도심의 바쁜 거리에서 벗어나자마자, 차창 너머로 펼쳐진 푸른 언덕과 수목이 어우러진 풍경은 여행의 피로를 잊게 만들 정도였죠. 아침 일찍 시작한 여행이었지만, 눈앞에 펼쳐진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풍경 구경을 하다 보니  헬스 게이트에 도착했습니다.

Hell's Gate Geothermal Park은 그 이름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주는 곳이었습니다. 저희는 콤보 티켓을 구매하여, 머드풀 체험에 앞서 먼저 화산 지대의 트레킹 코스를 한 시간 동안 걸었습니다. 유황 지대를 걸으며, 화산 활동의 산물인 뜨거운 증기가 구멍들로부터 솟아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곳의 공기는 특유의 냄새로 가득 차 있었는데, 어떤 이는 그것을 방귀 같은 냄새라고, 또 어떤 이는 썩은 계란 냄새라고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행복이는 그 냄새에 코를 막고 더 이상 걷기 힘들다며 투덜거렸지만, 우리는 신기한 화산 활동의 모습에 흥미를 느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걸었습니다. 길 위에 있는 돌들이 마치 맥반석처럼 달궈져 노랗게 변한 것을 보며, 그 냄새가 과장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그만큼 강렬하고 기억에 남는 냄새였습니다.

지열 활동으로 인해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김과 특유의 유황 냄새는 이곳이 지구의 활기찬 내부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줬어요. 가이드북에서만 보던 화산 지대를 직접 걷는 경험은 특별했죠. 물론, 그 강렬한 냄새에 코를 막고 싶어지는 순간도 있었습니다만, 그것도 이곳이 주는 독특한 경험의 일부였습니다.

트레킹을 마치고 머드풀에 들어가는 순간, 그 독특한 진흙의 느낌과 피부에 스며드는 따스함은 모든 피로를 잊게 만들었습니다. 머드는 미네랄이 풍부하여 피부에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바르는 즉시 피부가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20분이란 제한된 시간 동안 온몸에 머드를 바르며 색다른 스파 체험을 즐겼습니다.

머드풀 바로 옆에 위치한 유황 온천에 들어서자, 그 따뜻함이 몸속 깊숙이 스며드는 것을 느꼈어요. 머드를 씻어내며 유황이 함유된 온천수가 주는 치유의 힘을 체험하는 시간은 매우 편안했습니다. 머드풀에서의 짧은 시간이 아쉬울 법도 했지만, 시간제한 없이 즐길 수 있는 온천 덕분에 느긋하게 여독을 풀 수 있었습니다.


이날의 모험은 로토루아의 화산 지대를 탐험하는 것으로 시작해, 자연이 선사하는 스파의 끝을 맛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단지 아름다운 풍경을 넘어, 지구의 생생한 에너지를 몸소 체험한 하루는 분명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저와 스티븐은 이곳을 방문한 것이 벌써 세 번째였습니다. 처음 이곳을 발견했을 때부터, 온천을 사랑하는 엄마를 데리고 오고 싶었던 저의 작은 소망이 오늘, 드디어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엄마가 즐길 수 있을 장소들을 함께 경험하고 싶었던 저의 바람이 현실이 되어, 그 어떤 선물보다 더 값진 하루를 보냈습니다. 엄마의 행복한 미소를 보며, 이 모든 여정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행 중 피로가 쌓이고 말다툼 같은 불가피한 일이 발생 합니다. 장시간의 드라이브 후 온천을 즐기는 것은 몸의 긴장을 풀어주긴 하지만, 이후에 또다시 이동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숙소까지 가는 길은 매우 지치고 나른해져서 차 안에서 잠이 오기까지 합니다. 특히나 하루 종일 활동한 뒤에는 가족 모두가 피로를 느끼는 것이 당연합니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스티븐과의 작은 다툼은 그 피로가 극대화된 순간의 결과일 뿐, 여행이라는 큰 그림 안에서는 사소한 일입니다. 여행은 때로 놀라운 추억을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함께 힘든 점을 극복해 나가며 가족 간의 유대를 강화시키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서로의 불만과 피로를 이해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곤함 속에서도 가족과 엄마와 함께하는 이 여행은 세대를 연결하는 끈을 강화시키는 소중한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여행을 통해 얻게 되는 추억은 각자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따뜻한 위안과 기쁨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이번 여행이 가져다준 특별한 순간들을 되돌아보며 가족 모두가 함께 미소 지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입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좋은 날이 될 것이고, 이런 소소한 다툼조차도 나중에는 가족이 함께 웃으며 회상할 수 있는 추억의 한 조각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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