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모든 것이 어긋나는 날이었어요. 새벽 근무자의 부탁으로 오후 근무를 바꿔줬고,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죠. 12시에 예정된 행복이 학교 담임 선생님과의 미팅이 있었기 때문에, 저는 11시 45분에 근무가 끝나자마자 바로 학교로 갈 준비(옷과 신발)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일이 끝나기 직전에 트램 운전을 막 배우기 시작한 다른 트램이 제 트램을 막아버려서 10분이나 늦어버렸습니다. 그때부터 모든 것이 틀어지기 시작한 기분이 들었어요. 결국, 저는 행복이 담임 선생님과의 미팅에 참석하지 못했고, 스티븐 혼자 학교로 가야 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차가 고장 나서 스티븐은 걸어서 학교로 가야 했고, 저는 미팅이 끝난 후에 학교로 가서 스티븐과 행복이를 픽업했습니다. 다행히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고, 저희는 이미 한 번의 심리치료사와 면담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과 10월 중순, 12월에 각각 다른 아동 전문의를 만날 예정이라는 계획을 학교에 알렸습니다. 중요한 것은 행복이의 미래를 단 한 명의 전문가에게만 맡기지 않고, 다각적인 의견을 듣고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상황을 학교에 공유하는 것이 오늘의 중요한 목적이었죠. 저도 미팅에 꼭 참석하고 싶었는데 화가 나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스티븐이 바빠서 제가 행복이를 학교에서 픽업했는데, 행복이가 차에 타자마자 자신의 상처를 보여주면서 아프다고 했어요.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의자에서 넘어져서 다쳤다고 하더군요. 많이 아팠겠다 싶어서 집에 가서 약을 바르자고 했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행복이는 스티븐에게도 상처를 보여주었고, 스티븐이 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붙이자고 하니 그때부터 행복이가 갑자기 미쳐 날뛰기 시작했어요. 반창고가 너무 강하게 붙어서 아프다는 이유였습니다. 저는 아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상처가 덧나면 감염이 될 수 있고, 그러면 더 아프고 항생제를 먹어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하니, 그제야 행복이가 잠잠해졌습니다. 그렇게 상황을 정리하고 테니스 강습시간이 되었는데, 스티븐이 테니스장에 가자고 하니 행복이는 또다시 가지 않겠다고 미쳐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스티븐에게 오늘은 그냥 보내지 말자고 제안했지만, 스티븐은 설득해 보겠다고 나섰습니다.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스티븐은 저녁 약속 때문에 자리를 떠났습니다. 저는 행복이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기로 했어요. 화가 무지 나지만 참았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오늘 저는 스스로가 많이 어른스러워졌다고 느낍니다. 2주 전 일요일에도 비슷한 상황에 행복이와 다투고 엉덩이를 때렸던 저였는데, 오늘은 그때와 달리 어른답게 상황을 잘 처리했습니다. 그때부터 제가 많은 노력을 해왔고, 오늘 그 노력의 결실을 맺은 것 같아요. 행복이와 함께 산책을 하며 다시 한번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고, 행복이는 미안하다고 사과했습니다. 저는 "이미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으니, 그전에 미리 조심하는 게 중요하다"며 행복이에게 조언을 해주었어요.
그리고 저녁 시간에는 행복이가 제일 좋아하는 태국식당에 함께 갔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시켜서 둘이서 맛있게 저녁을 먹으며, 그동안 어긋났던 하루를 잘 마무리했습니다. 행복이도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면서 기분이 나아졌고, 저 역시도 하루의 끝에서 다시 한번 평온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 2주 전의 저였다면, 오늘 같은 상황에서 더 큰 난리가 났을지도 모릅니다. 그때는 제가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지난 2주 동안 많은 생각을 했고, 그때의 일을 넘어서자고 다짐했습니다. 아이와의 갈등을 겪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좀 더 성숙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노력해 온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좋아하는 식당에서의 저녁은 그저 한 끼의 식사가 아니라, 저희 둘 사이에 쌓여 있던 긴장감을 풀어주는 시간이었고, 오늘 있었던 모든 혼란스러운 상황을 잘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순간들이 있을 테지만, 이번 일을 통해 저는 한층 더 성장하고, 행복이와의 관계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이런 경험이 쌓여가면서 우리 가족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오늘은 정말 제 자신을 칭찬하고 싶어요. 모든 것이 제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하루였지만, 그 상황을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나니, 긴장된 하루가 저녁에는 차분하게 마무리된 것 같습니다. 예전 같으면 쉽게 짜증이 났을 법한 상황에서도 마음을 다스리고,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는 점이 스스로도 대견하게 느껴지네요.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마음 가짐을 완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