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길거리에는 반짝이는 조명이 가득하고, 사람들은 쇼핑 가방을 한가득 들고 바삐 움직입니다. 하지만 12월은 저 같은 트램 운전사들에게는 조금 더 힘든 시간이기도 합니다. 교통량과 인파로 인해 정시에 정류장에 도착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늘 정시에 같은 장소에서 제 트램을 기다리는 한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자주 제 트램을 이용하기에 매일 같은 시간에 트램을 타고 어디에서 내리는 지도 정확히 알 정도로 익숙한 승객입니다. 그의 익숙한 모습은 바쁜 하루 속에서도 작은 일상의 안정감을 주곤 했습니다.
오늘도 크리스마스 시즌답게 사람들로 붐비는 하루였습니다. 제 트램은 예상대로 조금씩 늦어지고 있었고, 설상가상으로 제 앞을 달리던 트램이 방황전환(운행 경로를 돌리는 조치)을 하느라 멈춰버렸습니다. 트램이 방황전환을 할 수 있는 지점은 한정적이어서, 이 과정이 끝나기까지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결과, 저는 10분 이상 지연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화장실도 가지 않고 시간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트램은 점점 늦어졌고, 결국 그 익숙한 할아버지가 기다리는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정류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분이 제게 손가락 욕을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당황했습니다. 정시에 도착했던 제 트램에 익숙해진 그가 기다림에 대한 분노를 참지 못한 것이겠지요. 그는 "나를 30분이나 기다리게 하다니!"라며 저를 향해 소리를 질렀습니다. 확인 결과 30분이 아니라 저는 11분 늦었습니다.
다행히 다른 승객들이 나서서 그 할아버지를 말렸습니다. "운전사에게 화를 내면 안 됩니다. 지금 모두가 바쁜 시즌이고, 운전사님은 최선을 다하고 계세요!"라는 승객들의 말은 저에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저는 화를 내는 대신 차분히 대답했습니다. "지금은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교통량이 많아 예상치 못한 지연이 발생합니다. 불편하셨다면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정식으로 컴플레인을 접수해 주세요." 제 말을 들은 승객 중 한 분은 내리면서 저를 향해 웃으며 "고맙습니다. 친절한 운전사님이네요!"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분께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답하며 마음속의 긴장이 조금 풀렸습니다.
그 뒤로 할아버지도 더 이상 소리를 지르지 않았습니다. 트램은 다시 평온한 리듬을 찾아갔고, 저는 잠시 멍하니 창밖의 크리스마스 조명을 바라봤습니다. 그렇게 저도 무 표정한 트램 운전기사가 되어가는 것일까요?
아니요 저는 그런 승객들에게 지지 않을 것입니다. 제 트램을 이용하면서 고맙다고 인사해 주는 분들이 훨씬 더 많고, 그분들 덕분에 제가 이 일을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모든 승객을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제 트램에 오르는 대다수의 분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기 위해 계속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연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