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없는 나에게 직업을 묻다.
오랜 기간 가정 보육하며 내가 가장 중요시했던 교육은 딱 3가지였다. 누가 가르쳐 준 것은 아니었고, 나름의 기준을 세웠다.
첫 번째. 책 육아
두 번째. 놀이
세 번째. 규칙과 사회성
이렇게 적고 지금 돌아보니 유아기 때 중요한 부분을 가정 보육하며 신경을 많이 썼다는 생각이 든다. 첫 아이를 임신 한 이후부터 책을 읽어 주기 시작했다. 뱃속에 있을 때는 신랑이 대교로 읽어 주고, 아이가 태어난 이후부터도 쭈욱 책 읽어 주기를 놓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활동 중 하나로 '책 읽어 주기'를 선택했다. 다른 어떤 학습적인 부분은 크게 하지 않았다.
한글 떼기, 숫자 가르치기, 영어... 등등 엄청난 배움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책 읽기'를 가장 중요시하며 가정보육의 시간을 보냈다. 사실상 책 읽어 주기 만큼 편한 것도 없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가정보육 중이라면 책 읽어 주기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길 추천한다. ^^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지 않아도 되고, 편안히 앉아 아이랑 두런두런 간식 먹으며 책 읽어 주기란 가장 재미있고 편안한 아이와의 놀이였다. 현재 초등학생인 아이를 보면 유아기 시절 책 읽어 주기의 힘 덕분에 학교 학습도 잘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사실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두 번째. 놀이
책 읽어 주기 만큼 중요하게 했던 활동은 놀이다. 놀이라고 하면 너무 방대하다.
'엄마표 놀이'가 아닌 '아이표 놀이'를 주로 했다. 엄마가 놀자~ 말 안 해도 아이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 이거 하고 놀자 저거 하고 놀자 이야기한다. 엄마가 뭐 하고 놀아주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그냥 아이가 놀자고 하는 것 같이 놀아주면 된다. 아이에겐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놀이다.
엄마가 청소를 해도 나도 청소 놀이할래, 엄마가 요리를 하면 같이 나도 이거 해 볼래~ 엄마가 손빨래를 하면 나도 이거 빨아 볼래~ 아이에겐 모든 것이 놀이고 새로운 경험이 되었다.
가정 보육을 오래 하다 보면 주변에서 가장 많이 했던 질문 중에 하나가 "뭐하고 놀아 주세요?"이거였다.
특별한 놀이가 있어서 잘 놀아 줬다기보다는 아이가 놀자고 하면 함께 하는 것이 내 가정보육의 핵심이었다.
유아기 시절 그렇게 잘 놀아본 덕분에 무얼 해도 적극적이고, 집중력이 강하다고 믿고 있다.
세 번째. 규칙과 사회성 기르기
가정보육을 하다 보니, 가족 이외에는 사람을 만나는 기회가 적었다. 특히 또래 아이들과의 만남은 더욱더 그랬다. 집에서는 놀이를 통해 규칙과 배려, 책임감 등 배울 수 있었고, 기본 생활 습관도 무리 없이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또래 친구와의 관계에서 오는 경험은 적었기에 일부러 놀이터를 유치원 다니듯 규칙적으로 나갔다. 아이들이 하원하는 시간에 맞춰 동네 놀이터 및 각종 동네 투어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또래 친구를 만나게 되고 친구를 사귀고 사회성을 길러 주었다. 그런 덕분에 아이는 또래 아이들과 놀이할 수 있는 기회를 매일 갖게 되었고, 가정보육을 오래 하면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주위의 우려와는 반대로 친구를 사귀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육아에는 답이 없으면서도 답을 찾고 싶어 한다.
사랑하는 아이를 잘 키우고 싶고, 엄마라는 위치는 책임감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누군가 답을 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누군가의 조언,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내 아이는 누구보다 엄마인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 아이가 하는 행동이 문제로 보이면 '문제아이', 느리다고 생각하면 '느린 아이'...
내가 바라보는 그대로 우리 아이다. 세상에 유일한 아이.
기나긴 가정보육의 시간 어느 누구도 내게 답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냥 하루하루 그 시간 동안 아이와 즐기고 행복했던 시간들이다.
내게도 아이에게도.
아이를 믿는다는 것은 뭐든 해도 괜찮다는 것은 아닙니다.
씨앗을 기름진 밭에 뿌린 다음 자라길 믿어야지,
가시덤불에 던지고 자라길 믿는다면
제대로 된 농부라고 할 수 없을 겁니다.
내버려 두려면 부모는 아이를 섬세하게 관찰해 아이를 잘 알아야 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적절한 환경을 제공해야 합니다.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 서천석-
가정 보육하며 자유로운 영혼의 아이로 키우겠다는 생각 아래에는 늘 이런 모토가 있었다.
자율성을 주고, 믿어주되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은 부모의 몫이라는 사실. 잊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