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 산티아고, 마지막 밤과 새벽 사이

머물수 있다는 안도가 처음으로 다가온 순간

by 다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들어가는 날이었다.

오 페드로우소(O Pedrouzo)에서 출발해 19킬로미터를 더 걸어야 했다.

일행은 열네 명이었지만, 걸음이 느리고 중간중간 쉬어야 하는 여섯 명은 전날 밤 따로 약속을 했다.

팝에서 만난 사람들이 내일은 대성당에 사람이 많을 거라고 했다.

혹시 미사 시간에 늦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우리는 새벽 세 시 출발을 결정했다.

가이드는 만류했지만 우리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배웅하는 가이드를 뒤로하고, 여섯 명은 알베르게를 나섰다.

일 킬로미터도 채 걷지 않아 길은 도로를 벗어나 숲으로 들어섰다.

전날 여러 번 확인했던 길이었지만,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는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었다.

두 사람씩 짝을 지었다. 한 사람은 랜턴을 들고, 다른 한 사람은 휴대전화로 지도를 켰다.

고요했다. 새도, 짐승도, 벌레 소리도 없었다. 마치 세상이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숲 사이로 별이 보였다. 우리는 말없이 걸었다.

중세의 전사들처럼, 들키지 않으려는 사람들처럼. 빛을 향해, 앞으로만.

숲을 빠져나온 뒤 잠시 길을 헤매기도 했다.

그러다 안개가 조금씩 걷히고, 앞서 걷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누군가 환호성을 질렀고, 그제야 웃음이 나왔다. 그저 뿌듯했고, 행복했다.

어둠이 걷히며 하늘에는 아주 옅은 빛이 겹쳐졌다.

밤과 아침의 경계. 길 전체가 부드럽게 열리고 있었다. 마치 다른 세계에서 현실로 되돌아오는 느낌이었다.

“이 마지막 길은 정말 잊지 못하겠다.”

내가 말하자 모두 고개를 끄떡이며 웃었다. 긴장이 풀리자 목이 말랐고, 다리에 힘이 빠졌다.

쉬고 싶었지만, 아직 문을 연 바는 없었다. 우리는 길가에 앉아 띄엄띄엄 지나가는 순례객들을 바라보았다.

두 시간이나 먼저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섯 시에 떠난 다른 일행과 도시 입구에서 다시 만났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라고 적힌 조형물 앞이었다.

반가움도 잠시, 우리는 대성당만큼은 먼저 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거의 경보에 가까운 속도였다.

아침 여덟 시 오십 분.

성당 앞 광장에 도착해 우리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땀에 젖은 몸을 이끌고 고개를 들자,

첨탑 위로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구름 사이로 햇빛이 눈부셨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성당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지만, 웅성거림도 발소리도 점점 멀어졌다.

40여 일 가까운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피레네를 넘던 첫날의 비바람, 유채꽃이 흔들리던 들판, 밀밭 사이를 지나던 바람,

해 지는 노을과 동트는 하늘. 하루 종일 내리던 비와, 눈이 시리도록 푸르던 오월의 길.

하지만 그 모든 장면보다 오래 남아 있던 감정은 따로 있었다.

새벽에 길을 떠날 때마다 마음속에 있었던 불안. 오늘 밤, 내가 쉬고 머물 수 있는 곳은 어떤 곳일까?

걷는 이유가 무엇이든, 하루의 끝에는 반드시 ‘머물 곳’이 필요했다.

대성당에 도착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숨이 고르게 내려오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푹 쉬어도 된다는 생각. 오늘 밤은 편안한 곳에서 푹 잘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 단순한 안도감이, 그날 밤 이후로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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