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욕심쟁이로 성장하기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20대 나에게

by 이글이글

욕심 많지만 게으른 나는 20대 중반까지는 스스로에게 많이도 실망했다. 하고 싶은 건 많지만 그 어떤 것도 제대로 이룬 적 없다는 느낌이 나를 옥죄였다.

그때는 실행력이 의지에서 온다고 믿었다. 의지, 즉 어떠한 일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좋은 성과를 내고 운동도 꾸준히 할 수 있다. 수많은 의지를 가졌고 수없이 다짐한다. 그리고 전부 실패했다.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은 잠시 타올랐다 죄책감이란 상처만 남기고 사라진다. 잠자리에 누우면 오늘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더 크고 어려운 일들을 다짐한다. 어찌어찌 살아가긴 하지만 한 번도 만족하지 못한 삶이었다.

이 부정적인 무한궤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책으로 다양한 방법을 습득했고 그중에서 실제로 도움이 되었던 방법들을 소개한다.


의지만으로 안된다

합격수기에 독한 마음을 먹고 단기간에 성과를 낸 사람들을 보며 우리도 그들처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잘못된 접근이다. 한 번도 달려본 적 없는 사람에게 풀마라톤을 의지만으로 강요하는 태도와 다르지 않다. 마라톤을 위해 조금씩 근육을 키우면서 준비하듯 실행력(力)을 키우기 위한 준비 과정들이 필요하다. 정말 특별한 누군가를 일반화하지 말자.


준비운동

준비운동으로 매번 실패하던 습관을 끊고 아주 작은 계획부터 시작해 조금씩 실행할 수 있는 힘을 기른다.


- 오늘 작은 계획 적기

반드시 작은 목표로 시작해야 한다. 목표를 적을 때 욕심이 나겠지만 조금만 참고 작은 목표를 적자. 그리고 머릿속으로 생각과 글자로 적은 글은 다르다. 목표를 명문화하자

예) 주말 저녁 집밥 해 먹기, 밥 먹고 1시간 안에 설거지하기, 오후 6시 전에 빨래 돌리기


- 3분 운동

3분 안에 끝나는 어떤 운동도 좋다. 시간이 아닌 개수를 제한해도 좋다. 스쿼드 10개, 팔 굽혀 펴기 3개. 나는 '식사 직후 3분 동안 서있기'였다. 밥 먹고 바로 눕는 버릇이 있어 밥 먹고 3분만 서서 유튜브를 본다.


- 3분 명상

명상을 해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막연히 거리감이 느껴진다. 의구심을 잠시 접어두고 3분만 투자해 보자. 노래 한곡 시간이면 된다. 유튜브에서 3분 명상을 틀어놓고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이때 명상 초보는 명상 가이드가 필요하기 때문에 "3분 명상 가이드" 정도를 검색하면 된다. 좀 더 제대로 해보고 싶다면 명상 앱인 Calm을 추천한다. 초보자 코스인 7일간의 Calm은 무료이다. 근데 10분짜리다. 삼성 헬스 앱에 피트니스 탭에도 마음 챙김 Calm 명상도 제공한다. 삼성 헬스 통해서 들어가면 더 많은 프로그램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 3줄 일기

딱 3줄만 쓰자. 오늘 하루를 칭찬해도 되고 감사한 점을 적어도 된다.

실제 작성한 일기 내용을 공유한다. 대단할 필요 없다.

'주말에 집에서 나와 스타벅스에 왔다니 대단해' - 2022년 4월 30일 금요일 스타벅스

'회사에서 밥이 스테이크 나옴! 맛있었음 ㅎㅎ' - 2022년 6월 8일 수요일 집



그다음 할 일은 조금씩 양과 목표를 늘이면 된다. 여기서도 제일 중요한 건 반드시 조! 금! 씩! 늘려야 한다. 어제까지 스쿼트 50개 하다가 오늘 100개 목표로 잡는 실수를 범하지 마라. 특히 제일 위험할 때는 3~4일쯤 넘어가면서 뭐든 다 할 수 있을 거 같을 때 또 욕심이 생긴다. 우린 이미 충분히 실패했고 좌절했다. 경험에 의한 당부다. 시간과 양은 어제 달성치의 10% 이상을 넘지 않도록 한다. 어제 10개 했으면 오늘은 11개면 충분하고 어제 10분 했으면 오늘은 11분이면 된다.


시스템 만들기

1~3달 정도 위에 서술한 내용들로 준비운동을 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조금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주의사항은 준비운동이 너무 하찮고 별거 아니라고 자의로 생략하지 마라. 프로 마라톤 선수도 준비운동을 한다. 풀마라톤을 달리든 5km를 달리든 준비운동은 필요하다. 마음이 정 급하다면 준비운동도 하고 시스템 만들기도 동시에 시작해라.

다시 맨 처음 했던 이야기로 돌아가면 우리 모두는 어떤 의지를 가졌다. 게으르고 싶어서 게으른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시간이 흐른 거다. 진짜 하려고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실패했다. 그건 의지라는 마음의 특성 때문이다. 의지는 마치 성냥 머리 부분과 같다. 쉽게 불을 붙으나 금세 꺼져버린다. 성냥 머리에서 발화된 불은 성냥 다리인 나무로 옮겨 붙어야 비로소 성냥이 오래 탄다. 실행력은 의지만 있다고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의지와 시스템

시스템은 구조와 행동을 통제해 어떤 일을 실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 그렇다고 시스템이 거창하고 대단하지 않다. 배달 음식을 줄이고 싶다면 단순히 배달앱 회원을 탈퇴하고 앱을 삭제하면 된다. 앱을 다시 다운로드하고 회원가입을 할 수 있지만 다시 거쳐야 하는 과정만으로도 배달 음식을 줄일 수 있다. 시스템은 그런 거다.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해서 완벽한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실행 가능성을 높여주다는 건 분명하다.


- 공간 변화

편안한 집이 아닌 조금은 긴장을 유지할 수 있는 곳이 더 공부가 잘 된다. 회사나 집 근처 저렴한 2~4인실 스터디룸이나 카페를 추천한다. 스터디룸이 아닌 정액제 스터디카페 이용권은 오늘이 아니어도 되므로 방문을 미룰 수 있다. 또 하나는 집에 갔다가 방문을 계획하지 마라. 퇴근 후 또는 하교 후 바로 가야 한다. 집은 블랙홀.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


- 모임 참가하기 / 만들기

우리는 게으른 사람이지 무례한 사람은 아니다. 모임은 사람들과 약속이다. 귀찮아도 어쩔 수 없이 참석하게 된다.

오프라인은 당근마켓에서 검색해 보거나 온라인에서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찾는다. 글쓰기, 책 읽기, 개발 스터디, 운동, 러닝 등등 생각보다 다양하고 많은 모임들이 있다. 모임에 참석하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고 긍정적인 동기부여도 받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

모임에 참석해 보고 경험을 바탕으로 모임을 직접 만들어 운영해도 좋다. 운영자로서 경험으로는 모임을 만들 때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같이 공부할지/운동할지, 기본 능력(또는 경력)과 목표치, 어떤 사람과 같이 하고 싶은지 상세적인 적어야 마음 맞는 사람과 모임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또 시즌제로 중간중간 모임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신청을 받으면 열심히 참석하는 사람들로만 유지할 수 있다. 또 모임 목표에 따라 다르지만 가능하면 5인 이하 소규모가 좋다. 중간중간에 이탈하는 사람까지 감안하면 7명까지도 괜찮다. 사람이 7명 이상이 넘어가게 되면 나 한 명쯤 없어도 잘 진행되기 때문에 집중도가 떨어지고 더 쉽게 빠진다. 물론 운영자는 빠질 수가 없다. 게으를 수가 없다.


- 돈을 쓰기

첫 번째로는 학원 등록이나 과외를 받는 방법이다. 학생수가 많은 수업보다는 적은 수업이 억지로라도 수업에 출석하게 된다. 그러나 인터넷 강의는 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 강의 수강은 온전히 자율이기 때문에 결제 이후 안 볼 가능성이 아주 높다. 어쩔 수 없이 인터넷 강의를 들어야 한다면 집에서 들을 생각을 하지 마라. 인터넷 강의 등록은 여기서 말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두 번째로는 친구와 내기를 해도 좋다. OOO을 OOO까지 못하면 OOO 줄게. 돈은 굉장히 직관적인 동기부여가 된다. 친구와 어렵다면 챌린저스 앱을 추천한다. 나에게 미션을 걸고 일정 금액 돈을 건다. 만약 미션 달성률이 70~80%을 넘으면 돈을 돌려준다. 실패하면 돈을 비율에 따라 잃는다. 사실 만원 넘게 돈 잃고는 안 하게 되어 스터디에 더 집중하긴 했다.



잘 쉬기

마지막으로 잘 쉬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나는 MBTI I, 내향형으로 내면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 집에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회복된다. 침대에 누워있고 싶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건 내 에너지가 다 소진되었기 때문이다. 1주일에 하루, 짧으면 반나절정도는 온전히 나를 게으를 수 있게 하자. 스스로에게 여유를 주어야 목표한 것을 오래 이룰 수 있다. 그리고 휴식을 가질 때는 휴식을 가진다고 스스로 인지하자. 머릿속에 해야 할 일, 다음 일정 등이 떠오를 때 다음을 다짐하자.

"이번주 열심히 살았으니 지금은 온전히 쉴 거야"


바쁘디 바쁜 현대 사회, 그중에서 경쟁 심한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는 번아웃과 같은 극도의 무기력이나 우울증이 아닌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이건 단순히 게으름을 넘어서는 것이다. 혹시 의심이 된다면 의료인에게 진료를 받아보길 강력하게 권한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당신의 문제가 아니다. 게으른 것이 아니다. 감기에 걸려 아픈 것 일터.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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