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빌려달라는 그 흔한 연락

이론과 실전 사이

by 이글이글

오랜만에 학창 시절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온 연락이 반가웠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얼마 뒤 돈을 빌려달라는 내용의 카톡이 왔다. 씁쓸하다. 잠시나마 진심으로 반가웠던 내 마음이 안쓰럽다. 그리고 이런 부탁을 한 친구도 안쓰럽다.


금전거래는 돈도 잃고 사람도 잃는 것

우리는 안다. 친구 사이에는 돈 거래하는 거 아니라는 걸. 수 없이 들었다. 그러나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 이론에는 친구와 함께한 추억과 시간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돈 빌려주면 연락 끊고 모른척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 친구는 아니다. 아니다. 사실은 모른다. 그래도 십여 년 전 내가 아는 그 친구는 자존심과 양심은 있는 친구였다. 그래서 냉정해지지 못하고 마음이 흔들린다.


자살률 OCED 1위, 대한민국에 산다는 것

여기서 왜 자살률이 등장하냐면 대한민국의 평범한 30대인 나는, 자살로 사망한 지인이 질병이나 사고로 사망한 지인보다 많다. 그러니 최악의 가정이 떠오른다. 혹시라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가 마지막으로 나에게 연락했을 가능성. 장례식장에서 조의금을 내는 거보다 지금 십만 원이라도 빌려주는 게 낫지 않을까. 하루종일 심란하다.


오히려 능력밖의 큰 금액을 요구했으면 구구절절 사정을 말하고 멋은 없지만 쉽게 거절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충분히 빌려줄 수 있는 금액대였고 며칠 뒤에 갚는다고 했다. 차라리 무시해 버리게 보이스피싱이었으면 하는 생각까지 든다. 왜 돈이 필요한지 모른다. 묻지 않았다. 오히려 모르는 게 거절하기 더 편할 수도 있겠다.

오랜 고민 끝에 간결하게 거절의 답장을 보낸다.


유튜브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종종 몰래카메라로 지인에게 돈을 빌려달라는 콘텐츠가 나온다. 어떤 이들은 사정을 설명하지 않아도 바로 계좌번호 보내라고 말한다. 그럴 수 있는 능력이 부러우면서도 불편하다. 돈으로 신뢰와 우정을 환산하는 거 같아서일까 아니면 큰돈을 선뜻 빌려줄 수 있는 그들의 능력이 부러워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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