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에게 바라는 것

by 김이안


바뀐 근무지로 온 지 두 달이 조금 넘었다. 허니문 효과의 기간의 지나고 역시 여기도 전쟁터 구나 라는 걸 깨닫는다. 직급도 호봉도 같지만 나이는 나보다 5살 어린 후배가 거의 들이받다 싶은 일도 있었다. 이전 근무지에서 비슷한 일을 겪었던 게 도움이 됐다. 어이없고 황당한 경험들도 경험치가 되고 나중에 다 피가 되고 살이 된다는 걸 다시 배웠다.


오전 7시에 미리 출근해서 최대한 업무를 끝내고 6시에는 칼퇴를 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일찍부터 일을 시작해도 칼퇴하기 어려운 때도 있다. 업무량이 많긴 하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마음만은 대체로 편안하다.


새로 만난 부장님의 영향이 크다. 아직 좀 더 겪어봐야겠지만 두 달 여간 같이 지내본 바로는 감정의 기복이 거의 없이 컨디션이 일정하시다.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보이신다. 무던하시고 아직까지 화를 내는 걸 보지 못했다. 화가 나도 내면으로 삭이는 건지, 아니면 웬만해선 크게 화를 내지 않은 스타일이신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전 근무지에서처럼 그날 그날 전 부장님의 컨디션이 어떤지, 오늘은 좀 예민하신지, 언제 뭐 때문에 화를 내실 지에 대해 거의 신경 쓰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일이 많고 좀 피곤하기는 해도, 마음은 편안한가 보다.


아이를 키우면서 찾아본 육아 정보들 가운데 '일관성'에 대한 부분이 생각난다. 아이의 입장에서 부모가 일관적이고 예측 가능할 때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불안해하지 않고 안정감을 얻는다는 것. 새로 만난 부장님을 통해 이 사실을 다시금 깨닫고 또 놀란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있어 예측 가능할 때, 그 사람과 같이 있고 일하는 게 이렇게 편할 수 있구나.


최근에 둘째가 말 안 듣기 시작하는 미운 네 살이 되고, 또 아들이다 보니 아닌 건 아니라고 따끔하게 얘기하는 아빠 캐릭터가 되어야 하나 고민한 적이 있다. 아내 역시도 첫째와는 다르게 둘째가 자기가 훈육하는데 한계가 있어서 내가 때에 따라 좀 더 강하게 얘기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유년시절을 돌아보면, 내가 아버지에게는 크게 혼나거나 사랑의 파리채를 맞은 적이 없어서 그런지, 나는 잘 훈육하고 혼내는 게 익숙지 않고 서툴다. 나의 훈육은 주로 어머니가 담당하셨는 데 중1 이후로는 어머니도 크게 나를 혼내신 적이 없었다. 그런데 아내도 역시 부모님께 그렇세 많이 혼나며 자라지 않았지만, 아이에게 혼낼 때 참 조리 있게, 감정을 잘 다루며 훈육하는 걸 보고 좀 놀랐다. 여자가 보통 남자보다 언어가 더 잘 발달되어 있어서 그런가?


아무튼 부장님을 보며, 괜히 맞지 않는 강한 캐릭터로 아이를 훈육하기보다, 속에서 좀 천불이 나더라도 일관성 있는 감정과 자세로 가기로 했다. 그래야 아이들에게도 내면의 안정감이 생기고, 또 사춘기가 와도 그래도 편하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눌 수 있을테니까.


부장님이 계속 이렇게 예측 가능했으면 좋겠다. 물론 삶이란 게 워낙 변수가 많고, 직장은 전쟁터 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고 일관적인 부장님의 모습을 계속 보고 싶다. 더불어 나도, 정말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닌 이상, 웬만해선 초연해지려고 노력해야지. 나 역시도 동료들에게 그리고 가족들에게 예측 가능한, 안정감 있는 사함이 되기를. 안정된 사람만이 줄 수 있는 편안한과 여유가 계속 내게 있게 하게 위해, 오늘도 물 밑에서는 열심히 발장구를 는 오리가 되어야겠다. 아니, 조금 더 우아하게, 이왕이면 백조가 되어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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