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다정

by 김이안


꾸준한 '다정'에 대해 생각한다. 꾸준하게 다정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잠깐씩 다정할 순 있어도. 뭔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 자체도 어려울뿐더러, '다정함' 또한 말처럼 쉽지 않다.


다정하다는 건 정이 많다는 뜻이다. 한자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초코파이 '정'으로 조금은 익숙한 한자 '情'(정). 요 한자는 마음 심 (心)과, 푸를 청(靑)의 조합이라고 한다. 마음이 맑고 푸른 것이 '정'이라. 그러고 보면 마음에 때가 없는, 상처나 그늘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정을 더 잘 주고받는 듯하다.




누가 다정하면 죽을 것 같았다


장미꽃 나무 너무 다정할 때 그러하듯이

저녁 일몰 유독 다정할 때

유독 그러하듯이


뭘 잘못했는지


다정이 나를 죽일 것만 같았다


<다정이 나를> _ 김경미



이 시 속의 화자는 다정함에 불안해한다. 이 사람이 왜 이렇게 내게 다정하지? 다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의심하고 못 견뎌한다. 이러한 '다정함' 언제 돌변하고 떠나갈지 불안한 거다. 오죽하면 그 '다정'이 나를 죽일 것만 같다고 할까. 안쓰럽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해도 간다. '다정함'이 사라짐을 느낄 때 그 씁쓸함과 서늘함, 배신감은 고통이고 아픔이다. 하지만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없다. 어쩔 수 없이 변질되고 롤러코스터를 타듯 오르락 내리락하는 게 삶의 본질, 곧 무질서함이다. 받아들여야 한다. 한결같은 건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다정한 사람들은 마음을 맑게,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상처에 집착하지 않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며, 마음에 환기를 시켜줄 줄 안다. 작고 사소한 것에 감탄하고 감사하며 새로운 공기를 주입한다. 또한 마음이 맑고 건강한 사람들은 대개 몸을 잘 관리한다. 꾸준히 운동하고 잘 챙겨 먹는다. 그래서 얼굴을 보면 생기가 있다.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고 마음에 여유가 있다.


올 한 해 나는 좀 더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결국에는 '다정'이 나 자신도, 다른 사람도 살린다. 꾸준하게 다정하다 보면,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안하고, 이 다정이 언제 또 사라질까 초조해하다가도, 결국 다정함에 익숙해지겠지. 다정함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며 차곡차곡 그 온기를 보관할 수 있게 되겠지.


돌아보면 지난 날들도 다정한 사람들이, 때에 맞게 '정'을 나눠주어서 그럭저럭 견뎌나가고 헤쳐나갈 수 있었다. 나도 조금 더 퐁퐁 솟아나는 정을 꾸준히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또한 저절로 퐁퐁 솟아나는 건 없기에, 마음이 상처와 스트레스에 막히지 않게 잘 관리하고 뚫어놔야겠다. 꾸준히 감사하고, 감탄하고, 운동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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