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교육은 고퀄리티 육아의 필요충분조건이다
매 시간 깨어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찾아 그룹핑을 한다면 새벽 3시는 돌 전의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일 거다.
나역시 지금껏 새벽 3시에 깨어있을 때가 얼마나 있었나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대학교 신입생때 술마시며 신촌바닥을 기어다녔을 때 정도? 그마저도 이미 정신은 안드로메다로 가있었으니 맨정신의 새벽3시의 처절한 고요함은 알지 못했다. 모두가 잠든 새벽의 공기는 그다지 낭만적이지 않다. 그저 내 친구라디오 디제이를 벗삼아 버틸 뿐이다..
요즘 나는 3년 만에 또다시 새벽3시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시도때도 없이 먹고 자고 하는 신생아 때문이다.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아이를 발견할 때면 가끔 무섭기까지 하다. 얘를 어떻게 다시 재우고 나도 침대에 등을 기대고 잘 수 있을까....하다보면 시간은 어느새 새벽 다섯시를 가르키곤 한다. 다들 알고는 있는가..새벽 다섯시에 라디오에서는 애국가가 흘러 나온다. 모두가 자는 시간 애국가를 듣는 기분은...영 별로다.
애니웨이, 마의 새벽3시를 하루빨리 탈출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건 다름아닌 아기의 잠 패턴을 제대로 잡아주는 것이다. 서두가 매우 길었으나 오늘의 주제는 다름아닌 수.면.교.육. 아마 육아카페 검색어 상위 3위 안에 드는 단어일 것이요, 수면교육만을 주제로 한 책만 해도 수십권은 된다. 그만큼 어려우면서도 성공하면 육아의 질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켜주는 주제인 탓이다.
많은 엄마들이 "우리 애는 젖만 물고 자려고 해요" "침대에 눕히기만 하면 귀신같이 알고 깨요. 등센서땜에 죽겠어요" 등등의 고통을 호소한다. 나역시 미친가지였다. 예민한걸로 따지면 둘째라가면 서러운 남다뽕때부터 나는 늘 잠과 싸웠다. 주변 애기들은 전부 100일 지나면 알아서 통잠을 자주고 좀 더딘 애들도 돌 지나면 대게 통잠을 잔다던데 남다뽕은 진짜 징그럽게 깼다. 온도가 너무 높은가, 기저귀가 젖었나, 배가 고픈가 다른 모든 조건을 만족시켰는데도 그렇게 깨서 울었다. 밤잠을 연속으로 4시간 이상 자는게 소원이었다, 졸려 죽겠는데 애가 하도 새벽에 깨니 늘 누워서 젖을 물려 재웠고 낮에는 내도록 아기띠로 안고 있거나 배 위에 올려놓고 재웠다. 그러다보니 등 어깨, 허리는 남아나질 못했다. 남다는 그렇게 두 돌이 되어서야 통잠을 자기 시작했다.
둘째를 낳고도 내 가장 큰 바람은 더도 덜도 말고 밤에 딱 5시간만 쭉 자주는 거였다. 태명도 순동이로 짓고 제발 순하기만를 빌었다. 내일이면 50일이 되는 순동이를 키워본 결과 수면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나의 결론이다.
수면교육의 실체는 말이 교육일 뿐 스스로 침대에 누워 깊은 잠에 빠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보통 엄마들은 애가 울면 안아준다. 애기는 배가 고파도 울고 졸려도 우는데 그 소리는 각각 다르다. 졸려서 칭얼댈 때 안아서 재우면 그 애기한테는 바로 '잠은 안아서 자는 것'이라는 인식이 생긴다. 그런 패턴이 이어진다면 등센서가 발달하는 것이다. 안아서 재우고 깊은 잠에 못빠진 아이는 눕히자마자 깨고 그럼 또 안고 또 깨고..악순환은 반복된다.
물론 선천적 기질이 순하고 다소 무뎌서 알아서 잘 자주는 애기도 있다. (내 친구 아들은 5개월이 막 지났는데 혼자 놀자 잠들어서 12시간을 내리 잔다) 그리고 선천적으로 징그럽게 예민해서 수면교육이 안통하는 애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평균범위에 들어오는 아이들은 엄마가 잠자는 습관을 잘 들이기만 한다면 엄마도, 아이도 꿀잠을 잘 수 있다!!
꿀잠은 우선 다른 모든 조건이 갖춰졌다는 전제 하에 이뤄진다. 즉, 적당한 온습도와 아프지 않은 정상적 컨디션의 아기. 기저귀도 정상, 배는 고프지 않을 것 등이다.
남순동은 집에온 첫날부터 밤에 2시간 이상을 자지 않았다. 양가의 할머니들이 계속 안고 잠들면 내려놓는 바람에 이미 손을 탔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화기가 약해 먹은지 한두시간이 있어야 트름을 하는 통에 눕혀놓으면 속이 안좋은지 온몸을 오징어처럼 비틀어댔다. 그렇게 안아서 재우길 수십일...급기야 한시간 단위로 깨면서 나는 만신창이가 됐고 급기야 수면교육을 계획했다.
이제 한 2주 정도 지났다. 그 결과 여전히 남순동은 새벽에 기본 두 번은 깨지만 중요한건 밤잠을 들 때 스스로 누워서 자는 습관을 들였다는 것이다. 확실히 누워서 잔 그 텀은 길게는 4시간도 자는 기적을 경험했다. 기분 좋은 상태에서 베이비마사지를 해준 후 잠옷(스와들업)으로 갈아입히고 눕힌 상태에서 깊은 잠에 스스로 이르게 도와주는게 바로 수면교육이다. 나는 여러 책에서 말하는 수면의식을 치른 후 밖으로 나오라는 지시는 차마 따르지 못했다. 옆에서 잠에 이르기까지 쪽쪽이가 빠지면 다시 물려주고 심하게 울면 좀 안아서 달랬다가 다시 눕혀 토닥이는걸 반복했다. 그랬더니 이제 스스로가 누워서 자는걸 인지하는듯 잠에 도달하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다음은 남순동으로 연이틀새 수면교육의 유무에 따라 잠패턴이 드라마틱하게 변한 케이스다.
3.25(토)
낮 동안에는 3~3시간 반 단위로 모유 100-120cc씩 먹고 좀 놀다가 잠듦을 반복. 잘 때는 바운서에서 뉘여 공갈젖꼭지 물려 재우다 깨면 아기띠로 안아서 더 재움.
저녁 6시에 수유 후 애기 봐주러 오신 친정엄마한테 넘기고 난 취침. 분명 엄마한테 다음 먹을 시간은 9시라고 말했는데 일어나보니 8시, 8시반에 나눠서 120cc을 먹였다고..;; 먹인 후 계속 안아서 재우고 있었음. 애기 눕혀놓고 엄마 퇴장.
엄마 가자마자 꿈틀대면서 깸. 두번 연속 먹은거 다 게워내고 움. 이미 반 수면 상태여서 수면의식이고 뭐고 소용이 없음. 이날 나는 새벽 2시, 3시, 4시, 5시를 내눈으로 확인함..
3.26(일)
수면교육의 중요함을 다시금 깨닫고 낮잠부터 수면의식 거행. 눕혀서 재우기까지 무려 한시간이 걸림. 그냥 아기띠하고 레드썬시키고 싶은 욕구 샘솟았지만 꾹 참고 스스로 잠들때까지 도와줌. 그렇게 오후 2시에 잠든 남순동은 5시까지 내리 잠. 이런 경우는 또 처음. 밤잠을 안잘까 걱정됐지만 목욕 후 밤잠도 혼자 잠들게 했더니 12시, 4시50분, 6시반 깸. 순동이가 연속 5시간을 잘 수 있다는걸 처음 확인함. 올레!!
관찰 결과 스스로 잠들게 도와준 날은 자다가 꿈틀대다가도 스스로 다시 잠이 들었다. 깊은 잠에 취한 날은 그다지 먹는 욕구도 없었고 그러다보니 밤새 기저귀를 갈지 않아도 기저귀가 빵빵해지지 않았다. 아...그동안 나는 애가 우는게 싫어서 울기만 하면 아기띠로 들쳐매고 어야둥둥하면서 스스로 잘 수 있는 환경을 차단한 것이었다.
물론 이 날 이후로도 밤잠은 아직 일정치 않다. 하지만 스스로 누워자는건 여전히 유효하고 난 이 작업이 많은 엄마들에게 시도할 가치가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빠르면 빠를수록 아기들은 더 쉽게 적응한다.
육아카페에서 수면교육을 검색하면 여러 고민사례가 나오고 대부분의 댓글에는 "아직 어린데 안아줄 수 있을 때 많이 안아주세요", "그러다 애 성격 버려요. 크면 알아서 혼자자니 지금은 그냥 안아주세요" 등 엄마의 죄책감을 부추키는 내용이 많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나는 이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엄마 편하자고 아이를 안아 재우는게 헬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특히 첫째가 있어 신경이 분산될 수 밖에 없는 경우 잠습관을 어릴 때부터 제대로 들이는게 고퀄리티 육아로 가는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