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아 행복한가

자식이란..완생을 위한 연마제

by 라쏭쏭계란탁

미생맘 다이어리를 쓰고 난 뒤 내 예상보다 읽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첫째를 낳은 후 썼던 사실상 미생맘 다이어리 시즌1은 이데일리의 기사로 나가 그러려니 했지만 애플리케이션인 브런치에서도 이리 읽히니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데 고민이 생겼다. 시즌1때도 늘 듣던 이야기였는데 요즘도 비슷한 피드백을 종종 듣는다. "언니! 미생맘 다이어리 보면 진짜 이렇게 힘들구나 싶어서 애기 낳기가 무서워요!!"라는 반응이다. 예전에도 회사 남자 선배들이 자기 와이프가 미생맘 읽고 애 못낳겠다 그랬다며 핀잔을 준 적이 있다. 그때마다 나는 괜시리 머쓱해져서 "설마요~"라며 자리를 피했지만 같은 얘기를 자꾸 들으니 내가 그렇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나 고민이 된다.

아이를 낳아 행복한가?

나에게 물었다. 대답은 주저없이 OF COURSE YES!!!다. 물론 힘들다. 가끔(아니 자주) 내게 딸려 있는 혹들을 다 떼내고 혼자 홀연히 떠나버리고 싶다. 24시간을 온전히 나만을 위해 쓰다 단 한시간도 나를 위한 시간을 내지 못하지만 이 작은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크고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제아무리 위대한 사람일지라도 누군가의 자식이다. 나 역시 자라오면서 늘 부모님께 왜이랗게 고지식하고 고리타분하냐며 큰소리를 치면서 나잘랐다고 떠들어댔지만 자식을 낳아보니 엄마아빠가 없으면 나는 존재하지도 못하는 미물일 뿐이다. 지금껏 누군가의 자식이기만 했다가 누군가의 부모가 되어보니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이상하게도 엄마가 되고 나니 다른 사람의 잘못에 좀 더 관대해지고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얼마 전 면접을 보러 가는 한 청년이 버스 정류장에서 모르는 어르신들이게 넥타이 매는 법을 가르쳐 달라는 영상을 봤다. 모두 하나같이 자기 자식 대하듯 넥타이를 매주며 따뜻한 말 한마디씩을 건네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아마도 당신들의 자식같아서 그랬을 것이다. 만약 내가 자식을 낳아보지 않은 채 중년이 됐을 때 그 청년의 넥타이를 매줄 수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영 어색했을 것 같다. 대게 싱글이나 딩크족들이 자식이 있는 사람들보다 까칠(?)하고 쉬크해보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결국 자식이란 '미생'에서 '완생'으로 갈 수 있게 하는 연마제라고 감히 말해본다. 이놈들 때문에 난 밤마다 좀비같이 어둠을 헤매고 쪽잠을 자지만, 나를 똑닮은 아이들이 세상에 존재하고 나의 가치관과 세계관의 영향을 받아 커나가는 것, 나를 위해 사는게 인생의 절반이라면 나머지 반은 나 아닌 누군가를 위해 살며 세상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듯하다. 인간으로 태어나 자식은 한 번 낳아봐야 세상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다는 어른들의 말이 조금이나마 이해가는 요즘이다.


남편이랑 둘이 쓰던 침대에 딸래미가 굴러다니고 있고 아기침대에는 둘째까지...둘이 넷이 된게 아직도 어색하고 생경하지만 왠지 모르게 뿌듯하다.


소소하게는 딸래미와 오순도순 일상을 나누며 쇼핑도 하고 여행도 다니는 풍경. 언젠가 자식과 가장 하고 싶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