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는 왜 엄마들만 있을까

일상의 소중함

by 라쏭쏭계란탁

워킹맘이 느끼는 가장 큰 미안함은 자식과 함께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단 점이다. 짧고 굵게 사랑을 충분히 표현하면 된다지만 자식의 평범한 일상에 필요한 엄마의 부재는 결코 채워질 수 없는 결핍이다.


등원길의 딸래미

워킹맘에서 둘째 출산으로 잠시나마 전업맘이 된 나는 요즘 첫째의 일상에 스며든 행복감을 종종 느낀다. 예컨대 아침 9시에 같이 햇살을 받으며 눈뜰 수 있는 일. 유치원 셔틀을 태워보내고 데릴러 가는 일(하원셔틀문이 열리고 쬐그한 애들이 가방을 맨 채 해맑게 웃으며 "엄마~~~"라고 하트 발사하면서 우르르 내릴 때의 사랑스러움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하루의 피로가 진짜 풀리는 것만 같다.) 유치원 하원 후 간식 챙겨주며 수다떠는 일 등은 대다수 대한민국의 직장인이라면 절대, 네버 함께할 수 없는 일이다. 오전 9시반, 오후 5시반에 집에 있을 수 있는 직장인이 과연 몇명이나 될까.

그 중에 최고봉은 하원 후 유치원 친구들과 집앞의 놀이터에서 보내는 일상이다. 엄마들은 엄마들끼리 모여앉아 이야기하며 중요정보를 교환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엄마가 내 뒤에 있다는 의기양양함을 장착하고 세상 신나게 뛰어논다. 단체생활의 규율 속에서 지내다 엄마, 친구들과 함께하는 방과 후 놀이터는 꼬맹이들에겐 천국이다.


그런데 최근 한달간 방과 후 놀이터를 지켜본 결과 평일 오후 놀이터에 나오는 보호자 열에 여덟 정도는 엄마다. 나머지 둘은 할머니나 할아버지고 아빠는 아직까지 단 한명도 못봤다.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가 데릴러가는 애들이 하원 후 잽싸게 집에 가지 않는 이상, 이 놀이터의 많은 엄마들이 모두 10-5시 신의 직장에 다니지 않는 이상 이들은 대부분 전업맘이라는 얘기다. 프랑스나 독일, 스웨덴 등 유럽 선진국가들은 방과 후 놀이터에 아빠들이 그렇게 많다던데...

유치원 입학식. 그동안 아이를 봐주신 할머니랑 엄마랑 함께한 입학식에서 아이는 누구보다 신났다.

결국 이 많은 엄마들은 자녀를 위해 자신의 커리어를 희생했거나 아니면 워킹맘의 자녀는 '다른 애들은 다 엄마가 오는데...'라는 서운함을 느껴야 하거나다. 엄마나 자식 둘 중 누구 하나는 희생을 해야만 하는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그리고 아빠의 육아휴직이 늘어나고 있다지만 여전히 극소수이고 한편으론 평일 낮 아빠가 유모차 끌고 놀이터에 있으면 주변에서 혀를 끌끌 차며 '저 아빠는 백수인가보다'라는 눈초리가 절대적이다.


이런 현실을 생각하니 딸이 감수성이 점점 더 풍부해지는 나이가 될수록 가슴이 아려온다. 몇달 후면 나역시 딸의 일상에서 빠질 것이고 방과 후 놀이터에서 우리딸은 친구들보다 덜 의기양양할 것이기 때문이다. 워킹맘도 오후 5시의 놀이터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