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제왕절개 출산일기

두번 다시는 못할 짓

by 라쏭쏭계란탁

오늘로써 수술 5일차다. 이제서야 제정신이 들어 글을 쓴다.


두번째 제왕절개의 회복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같은데 두번 맞는 것도 아픈데 같은 자리를 두번이나 10센티 이상 찢었다가 꼬맸으니 그 고통이 얼마나일지...애꿎은 내 뱃살들에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난 그저 내가 남들보다 좀 더 겁이 많고 아픔을 못참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알고보니 나는 대단한 쫄보였다. 이번 수술에서는 호흡곤란에 수술 후 어깨와 옆구리 통증. 첫째 때보다 더딘 회복에 우울증이 올 지경이다. 첫째 때는 3일만에 날아다닐 것 같았는데 둘째는 수술 5일차인 지금도 배를 부여잡고 다닌다. 수술과 회복 과정이 머릿속에서 희미해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긴다. 왜냐. 내가 생살을 찢어가면서까지 니 아를 낳아준 우리남편과 어느 순간 지 잘났다고 엄마 무시하고 뻐기고 있을 순동이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 엄마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없었음 너는 세상에 없었다 이좌식아!!


편의를 위해 음슴체로 하겠음.


2017.2.8 오전 11:30

수술 두시간 전 병원 도착. 캐리어와 수유쿠션을 들쳐매고 비장한 마음으로 9층 병동 입성. 1인실 부족으로 다인실로 들어가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수술 전 처치 시작.


항생제 테스트하는데 살점을 뜯어내는 고통으로 바늘을 찌름. 억소리남. 누구보다 체혈 잘하기로 자부하는 난데 바늘이 진심 겁나 아팠음. 철분수치 낮아서 수혈을 대비해 양팔에 모두 주삿바늘 삽입. 망할 초짜 간호사가 왼쪽팔 혈관 찾다 못찾아서 혈관 터짐. 아...이때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음. 아침 신문에 나온 오늘 운세에 '사고수가 있으니 몸조심할 것'이란 문구가 떠오름.


주삿바늘 꽂은 후 중요부위 제모시작. 다리를 개구리처럼 다이아몬드형으로 만들더니 간호사 둘이 붙어 나의 털을 슥슥삭삭 밀어주심. 브라질리언 왁싱이 이런 기분일까. 먼가 찝찌구리한 느낌. 오랫동안 정자세로 누워있는게 답답했는지 다인실이 너무 좁아서였는지 갑자기 호흡이 가빠오면서 숨을 잘 못쉬겠는 현상 나타남. 순간혈압이 150까지 치솟고 간호사들도 놀람. 창문열고 옆으로 누워서 있으니 차츰 안정을 찾음.


오후 12:30

수술 한 시간 전. 병동에서 분만실로 이동. 남편이랑 같이 가는데 괜시리 눈물이 찔끔 났음. 다인이(첫째) 얼굴도 떠오름. 남들이 보면 제왕절개 수술하러 가는데 무슨 죽을병 걸려 수술받는 사람인줄 착각한다 하겠지만 진심 수술하다 잘못될수도 있단 생각에 마음가짐 만큼은 중병환자였음. 그래서 더 쫄보가 된 것 같음.


나홀로 수술 대기실에서 태동기 달고 대기. 한시쯤 수술방으로 걸어서 이동. 스스로 수술방 한가운데 있은 수술대에 올라감. 아...이짓을 또하다니...ㅠㅠ 새우등 자세로 무통마취. 마취제 들어갈때도 왼쪽 골반에서 찌릿찌릿 감전되는 기분나쁜 느낌. 마취가 더디 되는지 마취후 소변줄 삽입과 질소독시에도 느낌이 다 나서 소리지름. 외마디 비명에도 분만실 간호사들은 뭥미? 하는 표정..우아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올줄 알았는데 현실은 무표정 가득한 간호사들과 차가운 은색 기구로 둘러싸인 수술실이었음. 전처치 후 의사입장. 그나마 웃는 얼굴로 안심시켜줌. 그런데 갑자기 아까 호흡곤란 증상이 또 나타남. 숨 못쉬겠다고 일어나겠다고 쌩쑈. 그러나 의료진은 그저 "금방 재워드릴게요. 심호흡하세여~"라며 일축. 초록색 천이 눈앞에 펼쳐지고 레드썬.


초록색 나무가 가득한 숲속에서 노니는 기분좋은 꿈을 꾸고 있는데 누가 막 나를 깨움.


"산모님!! 수술 끝났어요~애기 좀 보세요!!"


오메?! 뭐지?? 순간적으로 순동이가 건강한지 어쩐지 물어본듯. 기억이 잘 안남. 그러다 다시 잠들어서 회복실에서 깨어남. 그리고 좀 있다 병동으로 이동.

우리 순동이 2017년 오후 1시 42분 3.54킬로그램 54센티로 태어남.


수술 1일차.

무사히 아이를 낳고 나도 깨어있다는 사실에 감격. 첫째날 아픈건 이미 각오했던 사실이라 친구의 조언대로 발가락만 부지런히 움직여줌. 무통빨로 어찌어찌 견딤. 그러나 새벽에 고통이 극에 달해 몸부림침.


수술 2일차.

오후 1시 넘어 소변줄 제거. 6시 넘어 첫 소변. 좀 괜찮아지는 것 같아 남편 붙잡고 병동 다섯바퀴 걸음. 무리한 회복시도가 패착이었던 듯. 저녁께부터 통풍걸린 사람처럼 왼쪽 어깨와 옆구리가 아파옴. 설상가상으로 수술부위도 불타들어가는 고통. 엉엉 울고야 말았음. 새벽에 계속 아파서 간호사 콜함.


수술 3일차.

빠른 회복에 대한 자신감 상실. 어깨와 옆구리통증이 무서워 무통과 진통제빨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리필함. 과연 내일 퇴원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듦. 이와중에 신생아실에서는 자꾸 수유하라고 콜이와서 죄책감 얹어줌. 젖이 돌면 딱딱해지고 난리나는걸 알기에 참고 있었는데 노리개 젖꼭지를 물려도 되냐는 신생아실 태도에 빡쳐 결국 젖을 물림. 내일 퇴원여부를 고민하는데 가슴이 돌맹이처럼 굳어버리고 고통 시작. 다행히 하루 만에 어깨 옆구리통증이 완화돼 가슴마사지를 위해 퇴원결정.


수술 4일차.

오전 퇴원. 강력한 진통제 처방받아 조리원으로 이동. 제왕절개 수술 깨알팁은 진통제를 소변줄 빼고 오줌싸기 전, 자기전, 퇴원 직전 등에 맞아 견딜 것을 추천함. 컨디션은 여전히 회복이 안됨. 첫째때와 비교하면 우울해져서 기분이 더 가라앉음. 그나마 신생아실 선생님들의 따뜻한 말과 돌덩이처럼 굳어버린 가슴을 풀어주는 마사지에 고통이 조금은 완화.


수술 5일차.

여전히 강력한 진통제를 8시간마다 복용해 견디고 있지만 한결 걸어다니기 수월해짐. 이제사 순동이의 존재가 인식되기 시작 ㅋㅋ 역시 내 몸이 우선임. 순동이는 세상 귀엽고 순함. 처음으로 순동이와 셀카도 찍고 기저귀도 갈아줌. 유축이 아닌 직수도 처음으로 제대로 함. 아아 내일은 좀 더 괜찮아지길..


남편은 공교롭게도 조리원 기간 중 합숙교육이 겹쳐서 일주일 동안 자리를 비운다. 다음주에 만나면 훨씬 정상인의 모습으로 만나길 기대해본다. 큰딸래미 다인이도 보고싶다 ㅠㅠㅠㅠ 그래도 꿋꿋히 조리원 천국 누리고 갈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