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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쏭쏭계란탁 Mar 25. 2021

인종차별, 깊디 깊은 골

단일민족이라 몰랐다구요

예전에 브라질, 아르메니아, 칠레, 멕시코, 일본 국적을 가진 친구들과 미국에 사니 제일 좋은 점이 뭔지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전부 남편이 MBA를 하러 각 나라에서 온 와이프들의 모임이니 비슷한 처지). 대답이 의외였다. 아르메니아와 브라질 멕시코 친구들은 가장 첫째로 ‘안전’을 꼽았다. 밤에 맘놓고 돌아다닐 수 있는 거, 아이들을 놀이터에 그냥 풀어놓을 수 있는건 자기네 나라에선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란다. 애랑 손잡고 지나가다가도 눈앞에서 납치를 당하고 브라질 친구는 운전 중에 도로에 서있다가도 강도가 차 안으로 들어와서 협박당한 적이 있다고 했다. 세상에나 상상도 못할 에피소드들이 남미 친구들에겐 넘쳐났다. 충격이었다. 반면 자기 나라보다 미국이 더 위험하다고 느낀다고 답한 딱 두 명은 나와 일본 친구였다. 실제 나는 해가 지면 절대 나가지 않는다. 그 친구와 내가 꼽은 미국의 좋은점 첫째는 '자연', 둘째는 '자유'(넘의 눈치보지 않아도 되는거)였다. 


백신 사전신청을 하라는 메일이 왔다. 선호언어를 고르라는 항목에 캄보디안, 베트나미즈까지 있는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코리안은 없다. 이곳에서 한국인의 존재는 딱 이정도다. (하지만 이것도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고 한다. 서부에는 코리안이 어딜가나 포함돼 있다고 한다) 사실 코리안이건 캄보디안이건 미국인들이 볼 때 그냥 전부 차이니즈일지도 모른다. 미국에 산 기간이 이제 2년이 좀 안됐고 학교에 다닌 적도 없으며 그나마 활동했던 커뮤니티는 서로가 예의를 차려야 했던 그룹인 내가 여기 사는 한인의 보편적 감정을 나타내진 못할거다. 난 인종차별을 대놓고 겪은 적은 없다. (차별인지도 모른 채 겪고 뒤에가서 쎄~한 적은 있지만) 하지만 느낌적인 느낌상 이곳에서 아시안은 아오안이다. 각자도생해야 하는. 시집살이도 당해본 사람이 더 한다 하지않나. 사실 아시안을 가장 혐오하고 대놓고 무시하는 인종은 흑인이다. 일부 몰상식한 무리들이지만 통계적으로도 부인할 수 없는 팩트다. 다인종국가. 참 어렵다. 이곳에 오래 살수록 한인들은 더욱 한인들끼리 뭉친다. 인종이 무슨 상관? 그냥 맘 맞는 사람끼리 친해지는 거지라고 생각했던 건 너무 나이브했던 거였다.


아틀란타에서 아시아계 여성을 노린 총격전이 발생했다. 담당 경찰관 멘트도 참 한숨만 나온다. 성중독에 아주 나쁜날? 헛웃음만 나온다. 여성과 아시안, 어찌보면 이곳에선 약체중 최약체다. 간만에 날씨가 좋아져서 밖에 나갈까 했는데 남편이 사람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잔다. 내맘대로 가고싶은데 돌아다니지도 못한다는 게 참...타향살이 결코 녹록지 않다. 하지만 인종차별을 향해 삿대질을 하거나 영국왕실을 목청껏 비난하기에 앞서 ‘당신의 자녀가 흑인과 결혼한다고 하면 받아들이겠는가’라는 질문에 멈칫한다면...누구도 이 문제에서 완벽히 자유로울 순 없다. 


딴얘긴데 요즘 미국에 사는 한인들 커뮤니티에 심심찮게 백신을 맞으러 미국에 가도 되냐는 질문이 올라온다. K-방역을 그리 자랑하더니만 도대체 한국은 왜 백신공급에서 이리 늦어진걸까 그 이유가 너무나 궁금하다...돈이 없었나? 영어가 딸려서 회사랑 다이렉트로 딜을 못했나? 방역 잘됐으니 백신 좀 늦게 맞아도 된다고 생각했나? 근데 왜 하필 아스트라제네카인가...정말 궁금하다. 현재까지 이스라엘이 백신 보급률 1위인데 왜 그런가 찾아보니 얘네가 화이자랑 계약할 때 접종 국민들의 접종 데이터를 화이자에 넘겨주기로 해서 더 빨리 공급 받았다고 한다. 개인정보를 대가로 백신을 빨리 받는...음 뭐든 1등의 이면에는 이런 찝찌구레한게 반드시 있기 마련인건가. 암튼 한국도 빨리 백신 맞고 집단면역 형성되서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 좀 사라졌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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