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도록 걷고 싶은 날이다
5월, 퇴근 후 한 시간을 걸으며 든 생각
밤새도록 걷고 싶은 날이다.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괜히 반대 방향으로 발길을 돌리고, 무계획이 계획인 저녁을 보내고 있다.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렇게 요즘 내가 걷는 길 위에는 온통 초록빛이 가득하다. 스슥- 소리를 내며 부딪히는 나뭇잎, 적당한 온도, 심지어 미세먼지도 없어 저 멀리 남산타워까지 보인다. 마치 렌즈를 처음 꼈을 때의 선명함을 다시금 경험하는 기분이다. 적고 나니 너무 소소하지만 이 평범함마저 소중하고, 이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나는 내 나름대로 이 순간들을 오롯하게 보낼 테니 조금은 천천히 지나갔으면 좋겠다. 한바탕 적시지 말고 서서히 스며드는 계절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조금 천천히 집으로 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