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추락

by 와타사와

존 맥케이브 대통령이 에어 포스 원(Air Force One)에 몸을 실었을 때, 그에게는 혼란스러운 마음과 피로감만이 남아있었다. 태양 커튼 프로젝트의 부결 이후, 결과적으로 그의 결단이 인류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그는 엄청난 중압감과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느꼈다.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었다. 제네바 GEOSC 회의 이후 곧바로 이어진 유럽 순방 중에 만난 각국의 지도자들은 그에게 존중과 우려의 눈빛을 동시에 보냈다. 그의 결단과 리더십, 도덕성을 지지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를 우회적으로 비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태양 커튼 프로젝트는 기후 변화에 맞서는 인류 최후의 수단처럼 여겨졌고, 그 계획이 사라진 지금, 그의 어깨에 지워진 책임의 무게는 그 어떤 때보다도 무거웠다.


부드럽게 비행기가 떠오르고, 비서실장이 조심스레 다가와 말했다. "대통령님, 지금부터 잠시라도 쉬셔야 합니다. 오늘 회의 일정이 무척 고되셨을 겁니다." 하지만 존은 대답 대신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밤하늘에 떠 있는 별들은 무심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비행기는 구름 위로 미끄러지듯 나아가고 있었고, 모든 것이 평온해 보였다. 단지 존의 마음만 여전히 차분해지지 않았다.


에어 포스 원의 조종석에서는 평소와 같이 아무런 이상 신호도 감지되지 않았다. 다만 기후의 변동성이 심해진 요즘은 단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기장과 부기장은 평소와 다름없이 경로를 확인하고, 기체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다. 항로는 무사히 대서양을 건너고 있었고, 비행기는 이제 곧 미국 동부 해안에 진입할 예정이었다. 조용히 비행하는 이 거대한 항공기 안에서, 존의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아무리 노력해도 잠이 들지 않았다.


태양 커튼 프로젝트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 아니었다면, 이제 그가 내놓아야 할 다음 희망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에게는 아직 답이 없었다. 지금은 슈퍼노바의 다음 ‘제안’ 또는 ‘지시’를 기다리는 시간이다. 슈퍼노바가 다음 대안을 제사한다면 그가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은,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을 것이다. 그 사실이 또다시 그를 괴롭혔다.


'미국에 돌아가면 빠르게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국내의 실망한 여론도 신경 써야 한다.' 존은 계속 생각했다. '이젠 더 이상 물러설 곳도, 망설일 시간도 없다.' 그는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그 순간, 문득 사라 벤틀리가 떠올랐다. 그녀는 이 비행기에 함께 타고 있었다. 그녀는 일생동안 진실을 파헤치는 데 있어 물러섬이 없었고, 그로 인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순방 기자단의 일원으로 대통령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는 길이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이제 단순한 기자와 정치인 이상이었다. 과거의 사라는 존 맥케이브의 비판자였고, 동시에 그의 결정을 돌이키게 만든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동지에 가까워진 사이가 되었다. 존은 그렇게 생각했다.


존은 사라가 어디에 앉아 있는지 떠올리며, 그녀와의 마지막 대화를 떠올렸다. 그들이 얼마나 다른 입장에 서 있었는지를 다시금 상기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위치에서 인류의 미래를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지만, 그들의 길은 전혀 다르다. 사라는 진실을 밝히고 인류를 보호하려 했고, 존은 결단을 내려 인류를 구원하고자 했다. 그동안 서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지금 함께 이 비행기에 탄 것은 기이한 운명이었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며 존은 편안함을 느꼈고 사라의 눈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생각에 빠지며 그녀의 몇몇 질문에 제대로 답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존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그들이 다시는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그 순간에는 아무도 몰랐다.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에어 포스 원이 대서양 위에서 실종되었다는 소식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이어서 에어 포스 원이 바다로 추락했고, 탑승한 모든 이들이 사망했다는 참혹한 사실이 알려지자, 전 세계는 한순간에 충격에 빠졌다. 존 맥케이브 대통령, 그리고 그와 함께한 모든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엄청난 비극이었다. 사라 벤틀리 역시 이 비극의 희생자가 되었다.


에어 포스 원의 추락 원인은 잠정적으로 기계적 결함과 기장의 단순 조작 미숙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의심과 음모론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일부는 이 사건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별한 근거는 없었다. 대형 사고의 발생 이후, 그 원인이나 배경에 대한 음모론적 해석은 일반적인 반응 중 하나이다. 세계인의 가슴에 트라우마와 생채기를 남길 이 비극을 혹시 누군가 계획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혹이 각국의 언론과 대중 속에 퍼지기 시작했다. 존 맥케이브 대통령이 태양 커튼 프로젝트를 부결시킨 직후에 벌어진 이 비극은 너무나도 갑작스럽고 충격적이었다.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전 세계 시민들에게 깊은 슬픔을 남겼다. 뉴스 채널은 연일 존의 업적과 그의 생애를 기리며 보도했다. 그의 결단이 옳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이제 영원히 풀리지 않은 채로 남게 되었고, 그는 이제 그 질문과 고뇌에서 자유로워졌다. 존의 부재는 인류에게 분명히 깊은 상실감을 안겨주었다. 그는 전형적인 대중 정치인은 아니었다. 또한 강력한 정치적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경청하며 상대에게 신뢰를 주는 인물이었다. 누가 뭐래도 그는 현시대가, 위기와 절망의 시대에 간절히 필요로 했던 정치인이었다. 후세의 역사가 그를 지금보다 더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생각했다.


에어 포스 원의 추락으로 인한 충격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았을 때, 그 공백을 메울 새로운 존재가 다시금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 존재는 바로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인공지능, 슈퍼노바였다. 존 맥케이브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온 세상을 혼란에 빠뜨렸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분명한 정치적 공백이 생겨났고, 국제 사회는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쉽게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없었다. 인류가 직면한 현재의 기후 위기는 강력한 해결책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고, 존의 결단이 지닌 무게가 그를 둘러싼 비판과 찬사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비극적이고도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라져 버린 그는, 그가 내린 결단의 결과가 인류에게 어떤 의미를 가져다줄지 끝내 알 수 없게 되었다.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은 그의 업적을 기리며 조의를 표했고, 대중 역시 슬픔에 잠겼다. 하지만 슬픔의 물결이 가라앉기도 전에, 혼란의 틈을 비집고 슈퍼노바가 다시 세상의 중심에 등장했다. 슈퍼노바는 인류의 슬픔을 다독여주는 듯이 빠르게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했다. 메시지는 차분하고 정확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전 세계를 다시 한번 흔들어 놓을 만큼 강력했다.


"존 맥케이브 대통령을 애도하고, 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멈추지 않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새로운 해결책을 제안합니다." 이사벨라의 차분한 음성이 세계 곳곳에 울려 퍼졌다. 사의를 표명한 그녀의 마지막 발표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역시 일반의 예상을 아득히 벗어난 제안이었다. 슈퍼노바는 이번에는 태양 커튼 프로젝트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훨씬 더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방법을 내놓았다. "슈퍼노바는 대기 중의 과잉 이산화탄소를 화학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을 구상하고 제안했습니다. 이 기술은 지구의 기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것입니다. 이 기술은 지역 간 차등 없이 전 세계 모든 곳에 동등하게 적용되고 동등한 효과를 가져올 거라 예측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슈퍼노바가 제시한 방법은 ‘직접 공기 포집 기술(Direct Air Capture, DAC)’ 을 한층 더 발전시킨 방식이었다. 기존 DAC 기술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물리적으로 포집해 처리하는 방식으로, 전 세계적으로 이미 일부 적용되고 있었지만 한계가 분명했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거나 활용하는 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고, 그에 비해 제거되는 양은 미미했다. 그러나 슈퍼노바는 단순히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대기 중에서 화학적 반응을 통해 그 자체를 '무해한 물질'로 전환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이 기술의 핵심은 이산화탄소와 특정 화학물질을 반응시켜 안전한 고체 물질로 변환하는 과정이었다. 이 화학반응은 기존의 '탄산염(CO₃²⁻)' 반응을 확장한 원리로, CO₂가 화학적으로 안정적인 형태의 광물인 탄산칼슘(CaCO₃)으로 변환되는 메커니즘을 이용했다. 슈퍼노바는 대기 중의 CO₂를 흡착한 후, 이를 칼슘 이온 같은 특정한 금속 이온과 결합시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함과 동시에 영구적으로 고정화하는 기술을 제안했다. 이 과정의 안정성과 효율성 향상을 위해 '모노에탄올아민(MEA, Monoethanolamine)'이 촉매제로 사용될 것이다.


과학계가 먼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수많은 과학자와 연구자들이 이 혁신적인 기술을 검토하기 위해 모였고, 여러 차례의 실험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그 기술의 효과를 입증하고자 했다. 전 세계가 슈퍼노바의 제안을 주목했고, 다시 한번 인류를 위한 희망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대규모로 진행된 다양한 검증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는 명확했다. 슈퍼노바가 제시한 방안을 적용하기에 기술적 문제는 거의 없었고, 기후 변화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이 혁신적인 기술에는 중요한 조건이 하나 있었다. 슈퍼노바는 이 기술을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모든 사람이 반드시 일종의 '물리적 백신'을 인체에 삽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장치는 장기간 인체에 머물며 이산화탄소가 제거되는 과정에서 인간의 생체 반응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피부와 호흡기에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가능성이 있었다. 이런 제약 조건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태양 커튼 프로젝트가 우선적으로 선택되었다는 슈퍼노바의 부연 설명도 있었지만, 연구진은 이 부분은 대중에 공개하지 않았다.


이 백신은 생물학적 면역체계와는 다른 원리로 작동했다. 이름하여 '인테라셀(InteraCell)'. 그 형태는 금속관처럼 생긴, 지름 2mm에 길이 1cm 정도의 매우 작은 기구였다. 인테라셀은 신체에 삽입된 후 인체의 자율신경계와 상호작용하며, 이산화탄소 제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적 반응에 의해 신체가 받는 충격을 흡수하고 완화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촉매제로 사용되는 모노에탄올아민(MEA)이 인체에 미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줄여주는 중요한 장치였다. MEA는 화학적으로 불안정한 성질이 있어 인체에 노출될 경우 호흡기와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었는데, 이 인테라셀은 미세한 독성 물질을 차단하고 인체의 생체 반응을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인테라셀의 핵심은 그 안에 들어 있는 초소형 나노입자 기반의 물질이었다. 이 물질은 특수한 합성 화학물로, 매우 느린 속도로 인체에 방출되며, 몸속에서 지속적으로 이산화탄소와 반응하는 화학적 보호막을 형성한다. 이 보호막은 이산화탄소 제거가 진행되는 동안, 특히 대기 중에 배출된 촉매제가 미세하게 남아 인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신체의 주요 장기와 조직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인테라셀은 거의 영구적으로 몸속에 머물며, 주기적인 교체나 추가 투입 없이도 계속해서 작동하도록 설계되었다. 다만, 일단 인테라셀이 삽입되면, 그것은 몸속에 영구적으로 남아 있게 된다.


슈퍼노바의 발표는 곧바로 전 세계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기술이 인류의 구원책이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였지만, 불안감도 동시에 커져만 갔다.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조건은,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주었고, 이는 그저 간단한 예방책 이상의 문제로 여겨졌다. 2020년대 초반을 떠들썩하게 했었던 COVID-19의 경우에도 백신은 찬반과 부작용의 논란, 음모론이 난무했었다.


과학적 검증 과정에서 드러난 백신의 필요성은 명백했다. 백신 없이는 이산화탄소 제거 과정에서 생기는 화학적 반응이 인간의 신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슈퍼노바는 백신 없이는 기술의 실행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과 백신의 무해함을 분명히 했다. 대다수의 정부는 백신을 맞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들은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이 결정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하인리히를 포함한 많은 회의론자는 백신에 대한 강한 불신을 표명하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대중의 반응은 또다시 분열되기 시작했다. 반대론자들은 과거 태양 커튼 프로젝트에서 느꼈던 불안이 이번에도 반복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인류가 너무 쉽게 기술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슈퍼노바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들은 과학적 검증을 통과한 이 기술이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기후 변화의 위협이 너무나도 절박한 상황에서, 슈퍼노바가 제시한 기술은 그들에게 마지막 구원의 희망처럼 보였다. 백신이 불가피하다면,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들은 더 이상 인류의 생존을 위한 다른 대안을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판단했다.


전 세계 정부들은 결국 이산화탄소 제거 기술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백신은 필수 조건이었고, 사람들은 서서히 그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정부는 백신 접종을 강력히 권고하며, 백신 없이는 기술의 실행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계속 강조했다. 백신 접종을 위한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인류는 다시 한번 생존을 위해 자신들의 몸을 슈퍼노바에 의지하게 되었다. 동시에 반대와 저항의 목소리도 사라지지 않았다.


마침내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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