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남친도 남친입니다만

넷플릭스 드라마 〈월간남친〉 리뷰

by 소영

드라마 〈월간남친〉은 주인공 역을 맡은 블랙핑크 지수의 오글거리는 연기로 일찍이 이슈가 되었는데, 연기에 대한 평가는 다양한 층위가 있겠으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인적으로는 괜찮았다.


자세히 말해보자면 지수의 특별히 개성 없는 연기가 (의도했는지 몰라도) 서미래라는 배역에 잘 붙는다. 이 드라마에는 물론 남자주인공이 있고(서인국 분), 현실의 러브라인이 존재하기는 하나 드라마 전체에서 크게 비중을 갖진 않는다. 〈월간남친〉은 사실상 미래가 플레이하는 연애 시뮬레이션 '월간남친'을 시청자가 함께 체험하는 콘텐츠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드라마는 시뮬레이션 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이벤트들을 공들여 보여주고, 때로는 일인칭의 시점을 제공하기도 한다.



즉, 지수가 연기하는 역할은 일종의 '김여주'다. 독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빙의글의 주인공인 김여주는 작가가 아닌 읽는 사람의 상상력으로 완성된다. 물론 서미래가 완전히 김여주와 동일시된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실제로 드라마를 보면 그녀가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 치고는 특별히 캐릭터랄 게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수는 시청자의 몰입을 크게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김여주를 충실히 수행해 냈다고 할 수 있다.




논란은 뒤로하고, 이 드라마가 흥미로운 점은 연애 시뮬레이션 '월간남친'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일에 찌들어 연애도 취미도 포기한 웹툰 PD 서미래(지수 분)는 우연히 가상 연애 시뮬레이션 '월간남친'을 접하며 연애와 인간관계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한다. 작중 존재하는 '미연시' 월간남친은 완전히 진짜 같은 데이트 경험을 제공한다. 디바이스만 착용하면 가상현실 속에서 체험하는 모든 시청각, 촉각, 후각, 심지어 미각 경험까지도 유저는 실제로 경험하게 된다. 가상 남친들과의 데이트가 현실과 다름없이 감각되는 것이다.



진짜 같은 가짜


이 부분에서 얼마 전 리뷰한 넷플릭스 드라마 〈레이디 두아〉가 연상된다. 두 작품은 모두 '닮음' 혹은 '진짜 같은 가짜'를 다룬다. 그리고 그 닮음은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진짜와 거의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구성된 감각이다.

장 보드리야르는 이를 시뮬라크르(simulacres)로 설명한다. 시뮬라크르는 원본을 참조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작동하며, 이때의 현실은 하이퍼리얼리티(hyperreality), 즉 현실보다 더 현실처럼 기능하는 상태로 전환된다. 이 단계에서는 가짜가 진짜를 모방하는 것을 넘어 진짜를 대체하고, 나아가 그 구분 자체가 의미를 잃는다.



월간남친의 시뮬레이션에서는 더 이상 '연애'라는 원본이 없이도 연애 경험이 완전하게 작동한다. 즉, '부두아'와 '월간남친'에 필요한 질문은 "진짜인가?"가 아니다. 특히 〈월간남친〉은 이미 "시뮬라크르는 어떻게 기능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향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월간남친〉은 로맨스 장르의 핵심이던 '진심'이라는 기준을 비껴 나가며, 현대 로맨스의 새로운 국면을 보여준다.


물론 질문에 대한 인물들의 대답은 여전히 제각각이다. 미래는 그 기능에 의구심을 품는다. 나도 몰랐던 내 첫사랑 같은 꽃미남 선배 서은호(서강준 분)를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일하게 플레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미래는 '현타'를 느낀다. 서은호가 복제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둘의 관계는 더 이상 '나만의 경험'이 아니게 된 것이다. 여기서 드러나는 미래의 충격은 단순한 질투라기보다 관계의 고유성이 무너지는 데서 오는 감각이다.



드라마는 이 가상연애가 여전히 진짜가 될 수 없다고 마무리 지음으로써 이야기를 끝마치는데, 이 결론은 이미 다른 층위에서 작동하고 있는 관계들을 설명하지 못한다.


미래와 달리 친구 지연(하영 분)은 복제된 것을 전혀 문제 삼지 않는다.

"여기가 너무너무 좋아요. 도파인 팡팡 터지고, 자존감 쫙쫙 올라가고, 근데 남미새 소리 안 듣고. 그리고 진심으로 안 한다고 욕하는 사람도 없고, 별로면 그냥 바로 제껴버리면 되고."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관계의 진위가 아니라 오직 상품성이다. 지연은 마치 게임처럼 900여 명의 가상 남친과 모두 데이트를 즐기고, 그들에게서 가장 빨리 고백을 받아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커뮤니티에 '공략법'을 공유한다. 그런 지연은 시뮬라크르에 ‘속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이 가짜라는 사실을 전제로, 그 구조를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고 사용한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지연은 오히려 월간남친의 블랙 컨슈머가 된다. 월간남친 운영진들은 서비스를 게임처럼 즐기는 지연이 다른 유저들의 몰입을 방해한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데, 이 반응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스템이 전제하고 있는 환상을 드러낸다. '진짜 같은 연애'를 제공하는 월간남친은 유저가 그것을 진짜처럼 받아들일 때 유지된다. 그러나 이것을 완전한 가짜로 인지하는 지연은 월간남친을 시뮬레이션에 머무르게 할 뿐이다.



월간남친의 모티프가 되는 인기 웹툰의 원작자 윤송(공민정 분)이 느끼는 감각은 좀 더 특별하다. 송은 그것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마치 진짜 남자친구를 대하듯 관계를 지속하고, 차마 구독을 취소하지도 못한다. 이때 시뮬라크르는 게임이나 도구를 넘어 정서적으로 치환된 대상으로 기능하며, 가짜임을 알면서도 완전하게 현실을 대체한다.


〈레이디 두아〉가 시뮬라크르의 불안—원본이 사라진 세계에서의 균열과 붕괴—를 (보드리야르의 주장대로) 폭로했다면, 〈월간남친〉은 그 다음의 상태를 다룬다. 더 이상 그것을 폭로하거나 거부하지 않고, 이미 작동하고 있는 환경으로 받아들인 채 그 안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적응하는 인물들이 있는 것이다.



연애와 불확실성


"일상인은 사회적 힘이나 타인, 심지어는 자기 자신과 자아에서 소외를 느끼게 된다."

『소외론 연구』를 집필한 정문길은 현대 사회의 소외 문제를 위와 같이 진단했다. 서미래는 직장동료, 대학동창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며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고 있지만, 늘 설명할 수 없는 외로움에 사무친다. 회사에서는 매일 얼굴을 보는 직장 동료와 경쟁 작품을 맡게 되고, 동창의 결혼식장에선 결혼을 앞둔 전남친의 소식에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 그녀다.


드라마는 미래의 소외를 달래는 방법으로 월간남친을 제안한다. 그리고 동시에 월간남친이 왜 충분히 매력적인지 설득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미래가 미연시에 중독되는 건 우연이 아니다. 현실의 연애처럼 오해하고, 싸우고. 나를 이해시키는 과정 없이 "도파민 팡팡 터지는" 순간만 제공되는 관계, 잘생기고 매력적인 남친이 나를 실망시킬 일 없는 관계. 즉, 월간남친 속 연애는 현실 연애에서 가장 버거운 요소—불확실성—가 없다.


결론적으로 〈월간남친〉이 연애의 대체 가능성을 물으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드라마가 던지는 중요한 질문은 연애에서 결코 제거될 수 없는 것이 무엇인가다. 현실의 연애는 타인을 감당하는 일이다. 그 감당에는 언제나 이해할 수 없음과 실패의 가능성이 포함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감당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시뮬라시옹(simulation)의 연애를 여전히 연애라고 부를 수 있을까? 불확실성이 제거된 이 감각은 여전히 친밀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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