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삶의 속도에서 만난 공감

by 김지구

우리는 각자 다른 속도로 살다

어쩌다 같은 벤치, 같은 카페, 같은 골목에서 만난다.

누군가는 회사에서 막 숨을 돌린 여행자였고,

누군가는 이미 한 달째 머물며 동네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어떤 이는 도망치듯 떠나온 마음이었고,

다른 이는 여유가 너무 많아 다시 무언가를 찾는 중이었다.

속도도, 이유도, 리듬도 달랐지만

그날 그 시간,

우리는 조용히 서로를 이해했다.




“요즘은 좀 천천히 살고 있어요.”

치앙마이의 카페 베란다에서

혀끝이 잠깐 묶이는 듯한 망고 아이스티를 마시며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 옆의 낯선 여행자는

잠시 웃다가 답했다.

“저는 이제 조금 속도를 내고 싶어요.”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이어졌다.

삶의 속도가 다르다는 건

방향이 다르다는 뜻이 아니었다.

우리는 단지, 각각의 자리에서

자신을 다시 조율하는 중이었다.


빠르게 나아가던 사람이 멈춥니다

회사에서는 늘

‘앞으로’와 ‘빨리’가 기준이었다.

그러나 낯선 도시에서

나는 처음으로 “오늘은 아무 데도 안 갈래요”라고 말해봤다.

그 옆 자리의 여행자는 오히려 반대로 말했다.

“저는 이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요.”

눌러둔 쉼이 많았던 사람,

눌러둔 열망이 많았던 사람.

우리의 속도는 서로 다르지만

둘 다 살아내는 방식이었다.


속도는 비교가 아니라 온도였다

빨리 걷는 사람을 보며

부럽지 않았다.

천천히 앉아 있는 사람을 보며

게으르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는 단지

각자의 몸과 마음이 원하는 온도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속도가 아니라

버티고 싶은 마음과

변하고 싶은 마음이 만들어낸 리듬.


공감은 같은 속도에서 오는 게 아니었다

우리는 같은 속도로 걷지 않았지만

같은 마음을 지나고 있었다.

변화가 필요할 때,

멈춤이 필요한 때,

다시 뛰고 싶은 때.

그 흐름을 경험해본 사람끼리는

설명 없이도 통한다.

말이 길어지지 않아도

표정에서 안다.

그날 나는 알았다.

공감은 맞춰가는 데서 생기지 않고,

서로의 속도를 인정할 때 생긴다는 걸.


마지막 문장

세상 사람들은 모두

제각기 다른 속도로 살아가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

같은 감정의 계절을 통과하며

서로를 향해 잠시 고개를 끄덕이고 지나가는지도 모른다.

그 짧은 순간이 주는 이해,

그 조용한 인정이

멀리 가는 마음의 힘이 된다.

그리고 나는 다시 길을 나선다.

내 속도로, 내 리듬으로.

그러면서도 안다.

언젠가 또

다른 속도로 걷는 누군가와

그 속도 차이 사이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공감의 순간을 만나게 되리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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