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의 거리
사람은 필연적으로 거리를 두고 살아간다. 의식적으로, 때로는 무의식이 이끄는 대로 거리를 좁혔다 넓히기를 반복하며 타인과 나 사이를 탐색하고, 경계를 넘나들다 스스로를 들여다보곤 한다. 내면의 상태를 가늠하고 유랑하는 그 불확실한 여정 속에서 우리는 길을 잃기 일쑤다. 제아무리 세계를 누비는 타고난 여행가라도, 이 심리적 거리두기 앞에서 방황하는 일이 허다하다.
이와 같은 관계 속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의문, 존재 의미, 인간의 유한함에 따르는 불안 등을 소재로 삼아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통해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여온 시오타 치하루. 2019년 12월,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영혼의 떨림> 전의 전율이 채 가시기 전, 작가가 빚어온 경험의 파편을 엿볼 수 있는 <Between Us> 개인전이 2020년 8월,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수없이 엉키고 꼬인 빨간 실타래, 누군가의 흔적, 손길이 닿았던 의자 여럿이 놓인 공간을 마주하고 침묵을 벗 삼아 거닐고 있자면 얼기설기 얽힌 인연들, 삶과 죽음에 대한 고뇌, 시공간을 초월한 기억과 망각이 한데 휘몰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