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 소장품전
어느덧 종료를 하루 앞둔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의 네 번째 전시 “앤디를 찾아서”는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 소장품 가운데 앤디 워홀의 자화상을 중심으로 기획되었다. 연출의 대가였던 워홀은 화가, 영화 제작자 및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매스미디어가 지배하는 대중문화와 소비사회의 긴밀한 관계를 절묘한 시각 언어와 예리한 통찰력으로 풀어내고 사진, 회화, 조각과 미디어 등 장르를 넘나들며 폭넓은 기법을 시도했다. 변화무쌍한 아티스트로서 예술계에 영원히 기억될 획기적인 발자취를 남긴 워홀은 대중이 예술 작품과 소통하고 관계 맺는 방식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쳤다.
워홀은 동시대를 대표하는 초상화가로 유명인사를 주제로 동일한 이미지를 반복하는 초상 작업을 펼쳐오면서 자화상도 꾸준히 제작한 작가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내면의 성찰이 뒤따르는 자화상 초기 시리즈부터 작가의 사망 전에 남긴 마지막 자화상에 이르기까지 연출 예술의 정점을 보여준다. 즉석 사진 촬영 기법에서 시작한 그의 작업은 이내 구성 방식 및 색채, 포즈 등에 실험적인 변주를 거듭하며 궁극의 자화상 시리즈를 구현해낸다. 때로는 드래그 퀸 역할을 자청한 워홀은 정체성 그리고 그 이면에 아름다움에 관한 질문을 단도직입적으로 다뤘다.
어찌 보면 대중적으로 너무나도 잘 알려져 그 업적이 유명세에 묻혀 때로는 과소평가되었던 워홀에게 내재된 각양각색의 캐릭터와 내면의 성찰이 담긴 이정표들을 마주하면서 ‘솔직히 아주 기대되거나 궁금하지는 않았는데 안 왔으면 후회할 뻔했다’는 평도, 나아가 ‘로스코의 숭고미가 느껴진다’는 평도 있었다. 전성기 자화상 속 자신만만한 표정과 극적인 대비를 이루는, 총격사건 이후 중단했던 자화상 작업을 10여 년 만에 재개하였던 네 폭짜리 캔버스 앞에서 흑암에 묻히거나 반전된 상의 겹쳐진 표현이 ‘마치 삶에서 죽음으로 이르는 영혼의 모습을 묘사한 것 같다’고 말한 이도 있었다.
일상을 부지런히 기록하고 탐구하던 폴라로이드 시리즈, 빛이 강할수록 더 짙어지는 허상과도 같은 그림자 표면에 머무는 자화상 ‘The Shadow’도 국내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작품도 한국을 찾았다.
전시의 대표적인 도상이자 표상과도 같았던 말년의 자화상 속 공허한 워홀의 눈동자는 유일하게 워홀의 자화상이 아니었던 Ladies and Gentlemen 시리즈 속 빌헤미나 로스의 반짝거리는 눈빛과 대조되면서 살아생전에 죽음의 문턱을 다녀온 워홀에게 삶은 어떤 의미였을지 반추해보게 된다. 2022년 2월 6일까지.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