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거닐다

2023년 주목할만한 전시와 공간

by eARTh on view

95세의 노장 알렉스 카츠는 10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결코 과거에 머무르지 않은 채 현재 시제의 시각적 경험을 무던히 포착해오고 있다. 친구들 간의 찰나의 대화를 컷아웃 조각으로 묘사하고 우거진 숲을 가로지르는 개울에 둥둥 떠다니는 수풀의 움직임, 나무 사이로 스며든 한 줄기 빛과 같이 빠르게 스쳐 지나는 것들에 대한 기록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Black Brook, 2014, Oil on linen © Alex Katz / Adagp, Paris 2022 Courtesy: Galerie Thaddaeus Ropac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 등이 이끌던 추상표현주의가 주목을 받던 시절 당시 미술 사조에서는 다소 소외된 구상화에 추상표현주의의 에너지를 투영해 묵묵히 그려낸 작가의 지난 80여 년간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Alex Katz: Gathering> 전시가 뉴욕 구겐하임에서 개최된다. 2019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건축물의 자연광이 드리운 나선형 구조의 경사진 동선을 굽이굽이 따라 카츠가 포착한 (우리가 보는 시점에서는 더 이상 현재가 아니더라도) 지금의 모습을 한없이 바라보고 싶다. www.guggenheim.org/exhibition/alex-katz-gathering


Figure in the Woods, 2016, Oil on linen © Alex Katz / Adagp, Paris 2022


“빛은 순식간이죠. 당신이 빛을 제대로 경험한다면 온전한 현재 시점에서 경험하는 게 됩니다(알렉스 카츠, 서펜타인 갤러리 Give Me Tomorrow 2013 전시 카탈로그 중).” 2023년 2월 20일까지 개최되는 전시 장소가 다소 멀게 느껴진다면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에서 2023년 3월 26일까지 만나볼 수 있는 <알렉스 카츠: 반향> 전의 오솔길을 거니는 여정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경험 역시 아쉬움을 덜기에 부족함이 없다. https://kr.louisvuitton.com/kor-kr/magazine/articles/espaces-louis-vuitton


Glenstone Museum


카츠의 그림 속 오솔길이 아닌 실제로 바람이 살결을 가르는 오솔길을 따라 탁 트인 자연 속에서 마주할 수 있는 글렌스톤 미술관(Glenstone Museum)도 유난히 기대되는 미술관이다. 워싱턴 D.C. 부근 인구 4만 명 남짓의 포토맥(Potomac)에 위치한 이곳에서 울창한 나무들이 선사하는 계절의 흐름을 가늠하는 여정만으로도 그 어떤 예술 체험보다 값진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듯하다. 자연의 비정형적인 곡선과 대조적인 미니멀한 직선 구조의 콘크리트 건축물은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2022년 6월에는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의 신작을 위해 작가와 함께 협업해 설계한 파빌리온이 공개되었다. 산책로를 걸으며, 삶의 체감속도를 한껏 늦추고 자연도 건축물도 미술도 오롯이 감상하고 싶다. www.glenstone.org


2017년 개관한 루브르 아부다비는 루브르와 아부다비의 결합만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색다른 경험을 찾고 싶은 이라면 장 누벨의 건축만으로도 압도하는 미술관을 고려해 볼 만하다. 인류 문명의 발상지에서 발굴한 고대 유물부터 오늘날의 현대미술까지 두루 아우르는 미술관은 더운 기후로 겨울에 치러진 카타르 월드컵으로도 관심이 늘어난 아랍지역의 문화유산을 살펴보기에도 좋은 출발점이 아닐까. www.louvreabudhabi.ae


Arena Homme + Korea 2023년 1월호 나의 2023 기고를 위해 작성한 글의 전문입니다.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기사와 함께 보시려면: 클릭



keyword
작가의 이전글색채 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