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ower of Korean Art
"지금,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한국 예술의 현주소. 시야를 넓혀 성장하고자 하는 태도가 필요할 때다." - 에디터 노트
2022년 키아프와 손잡고 한국에 진출해 올해 3회째를 맞이한 프리즈 서울이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여름의 열기만큼이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막을 내렸다. 전 세계 주요 문화예술 기관 관계자가 대거 방문한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돌았음을 방증하듯 인천국제공항, 코엑스 일대를 비롯해 9월 첫 주 개최된 서울 아트 위크 기간 중 오프사이트 행사를 선보인 서울 곳곳은 미술을 향유하고자 하는 인파로 붐볐다.
이러한 최신 트렌드를 명민하게 감지해 온 럭셔리 브랜드들은 서울에 상륙한 첫해부터 심상치 않던 프리즈 서울을 두 차례 겪으며, 각각의 매력을 보여주기 위한 콘텐츠와 행사로 무장했다. 서울을 문화예술 기지로 삼은 브랜드들은 자사의 아트 마케팅 전략을 섬세하게 주입한 후원 및 전시에 나섰고, 한국 문화예술에 헌정하고 국내 예술가와 협업하는 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졌다. 프리즈 서울은 전시장 내 부스를 설치한 온사이트 프로그램에 참석한 브랜드 수가 늘어난 것은 물론, 2023년 시작된 오프사이트 프로그램 중 하나인 ‘청담 나이트’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활용한 전시를 앞다퉈 선보였다. 샤넬은 샤넬 문화 펀드의 일환으로 리움미술관과 함께 ‘에어로센 서울’ 프로젝트를 지원했고, 불가리는 ‘프리즈 서울 아티스트 어워드’를 2회째 후원하면서 최고은 작가가 전 세계 관심이 쏠리는 장에서 창조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했다. 전시장 내 부스를 설치한 브랜드로는 메인 스폰서 브레게와 더불어 올해 쇼메가 추가되었다. 전시장 밖 오프사이트 프로그램에서도 다수의 브랜드가 갤러리나 뮤지엄 전시 후원에 나섰다. 송은문화재단을 후원해 ‘피노 컬렉션’ 전시를 개최한 생 로랑, 고故 박서보 화백과 협업한 프로젝트를 플래그십 스토어인 루이 비통 메종 서울 지하 1층에서 공개한 루이 비통, 이재익 작가의 특별전을 열며 청담 나이트에 참여한 카사 로에베 등 다채롭다. 그중에서도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의 차별화된 행보가 눈길을 끌었다.
구찌는 2021년 한국의 환대 문화를 담아 국내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구찌 가옥’으로 명명하고, 지난해 경복궁에서 패션쇼를 여는 등 한국과 문화적 유대를 강화하는 프로젝트를 여러 차례 전개해 왔다. 10월에는 ‘구찌 문화의 달’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무대에서 한국 문화예술의 저변을 넓힌 미술가 김수자와 영화감독 박찬욱, 현대무용가 안은미,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조명한다. 사진과 영상, 공연, 전시, 강연 형태로 구찌가 추구하는 다양한 지역 간 문화적 연결 시도와 더불어, 한국 문화를 다시 한번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시도로 기획됐다.
최근 몇 년간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이 한국 예술가들과 협업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 문화, K-팝을 비롯한 한류의 글로벌 확산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한국의 독창적 미감과 전통을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하는 예술가들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협업은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하는 단순한 마케팅 전략을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과 가치를 확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독특한 브랜드 경험과 스토리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한 한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의 주요 시장으로 부상한 한국을 조망하는 트렌드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앞으로 더욱 창의적이고 다채로운 방식으로 펼쳐질 럭셔리 브랜드와 한국 문화예술의 만남, 그다음 여정은 어디로 향할까.
글 뜬구름_ 붐비는 도심을 누비는 바쁜 일상 속 혹은 모처럼 마음먹고 떠난 여행 틈틈이 방문한 전시장에서 작품과 관람객이 각자의 템포로 어우러지는 모습을 관찰하며, 예술 속에서 발견하는 자신과 사람 간 관계를 고찰해 보는 글을 꾸준히 쓰고 있다.
경기아트센터 매거진 <예술과 만남> 2024.10-11 VOL.170 기고를 위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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