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구름

마음에 와닿은 전시를 하루에 하나씩 소개합니다

by eARTh on view

2023년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던 지난 어느 날, 무심코 인스타그램을 넘기다 우크라이나 어린이병원 폭격 소식을 접했습니다. 한 줄짜리 속보 너머,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던 전쟁이 단숨에 가까이 다가온 그날 이후로도 일상은 여전히 쉴 새 없이 흘러갔지만, 점점 말과 표현을 아끼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크고 작은 변화들이 몰려왔습니다. 템포를 한껏 늦춰 보고자 서울을 활보하고 여행을 다녔습니다. 삶의 속도가 다시 붙는다 싶을 때마다 어김없이 찾은 곳은 박물관·미술관이었습니다.


선대의 흔적, 예술가의 사색과 고민이 담긴 작품, 삶의 궤적을 고스란히 품은 유물과 작품들 사이를 거닐며, 그들이 살아낸 시대의 흐름을 마주합니다. 기억이 층층이 쌓인 공간에서 겹겹이 얽힌 세월을 찰나에 들여다볼 수 있다니, 그야말로 호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낯선 이들로 가득한 전시장에서 ‘다름’을 관찰하다 보면, 어느새 나 자신과 조우하게 됩니다.


마음 깊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그 언제보다도 치열하게 고민했던 지난 겨울을 지나며, 필연적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당대의 감각과 질문을 담아내며, 자신만의 시선으로 시대를 포착하고 흔적을 남겨온 이들의 전시 소식을 기록으로 남겨보자 생각했습니다. 언제든 다시 찾아볼 수 있는 일종의 보관소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기억에 남을 공간과 전시를 소소하게 기록하기 시작했고, 직접 관람하고 촬영한 전시를 매일 하나씩 차곡차곡 담은 지도 70여 일 남짓 되었습니다.


나날이 혼란스럽게 휘몰아치는 세상 속에서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릴까 조심스럽지만, 최근 만난 몇몇 전시가 오히려 목소리를 낼 용기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기약 없는 침묵에서 벗어나 꾸준함을 무기로, 그간의 게으름과 회피를 만회해 보려 합니다.


매일 전하는 소식이 부담스러우시다면, 기억 한켠에 담아두셨다가 가끔씩 들러 주세요. ☁️ www.instagram.com/ddeun9ur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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