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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외계인 Oct 20. 2024

[지구밖상담소] 프로덕트/UX 디자이너로 커리어 전환

해외 커리어 멘토링 / 디자이너 멘토링 in 베를린


나름 거창(!)하게 지구밖상담소를 열어놓고 그간 꽤 여러 번의 멘토링을 나름 진행했는데, 멘토링을 한 것은 신청한 분의 개인적인 이야기나 정보가 많이 반영되기도 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포스팅을 영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다양한 커리어 배경을 쌓은 덕인지 다양한 카테고리의 멘토링을 진행했었는데, 그중 가장 많은 멘토링을 해주었고 가장 많은 질문을 받았던 프로덕트 디자이너 혹은 UX 디자이너로서의 커리어 전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c) Freepik


한국의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독일의 경우 어찌 보면 비주얼, 그래픽, 브랜드 디자이너가 설자리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특히 마케팅 관련 디자인 쪽은 Canva 등과 같은 툴이나 Freepik 같은 스톡 사이트를 통해 간단히 디자인된 탬플릿을 다운로드해서 사용하거나 본인이 직접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다 보니 소셜미디어 마케터나 브랜드 마케터가 직접 간단히 디자인하고 컨텐츠를 생산해버리는 상황이 점점 더 많이 생기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말 디자인의 '경험'이 많은 디자이너가 필요한 포지션이 줄어들고, 인턴이나 주니어 레벨의 디자이너를 아주 값싼 가격에 채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물론 아직도 전통적인 디자인 분야 자체는 건재하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격에 따라 비즈니스에 정말 퀄리티 높은 디자인이 필요한 부분이 아직 많기에.. 내가 말하는 것은 모든 디자이너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분위기나 흐름이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럼에 따라 연봉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사실 시니어 급 이상은 내 경험상 비주얼 브랜드 디자인이나 프로덕트 UX 디자인이나 연봉 범위가 아주 크게 다르지 않다. 보통의 회사의 규모나 내규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비주얼이나 브랜드, 마케팅 디자인 쪽의 연봉이 높지 않고, 점점 더 기회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테크 회사가 많은 베를린에서는 특히 프로덕트 디자인이나 UX 포지션이 기회가 더 많다 보니, 전통적인 디자인을 고수하던 디자이너들이 점점 더 프로덕트나 UX 쪽으로 커리어 전환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대부분은 아래와 같은 프로필로 커리어 전환을 고민하는 분들이 가장 많았다.


멘토링 의뢰인?
브랜드, 비주얼, 그래픽 혹은 마케팅 디자이너로서 이미 한국 혹은 독일에서 N 년의 경력을 쌓은 최소 Mid 이상 레벨의 디자이너분들

고민은?
1. 커리어 전환의 고민
2. 커리어 전환에 대한 조언
3. 포트폴리오 혹은 CV에 대한 리뷰 및 조언




1. 커리어 전환의 고민


많은 디자이너분들이 프로덕트나 UX 디자인 쪽으로 전환을 고려하는 이유는 대부분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 이유는 업계의 전망. 베를린은 그래픽이나 브랜드 디자이너 포지션보다 프로덕트나 UX 디자이너 관련 포지션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생각하면 프로덕트나 UX 쪽으로 옮기는 것이 구직이나 이직을 하기에 더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할 수도 있겠다. 특히 물건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전통적인 산업분야보다 IT/테크 분야가 각광을 받다 보니, 앞으로 더 본인이 성장하기에 비전이 있고, 전망을 넓어 보이는 분야로의 커리어 전환을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연봉, 바로 돈이다. 프로덕트/UX 디자이너의 평균 연봉이 전통적인 디자인 분야보다는 높다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이 분야로의 전환을 생각하게 된 분들이 꽤 많다. 


(c) Glassdoor


베를린의 각 포지션 평균 연봉을 검색하면 대략 저런 결과를 볼 수 있다. (*특정한 레벨 Jr. 혹은 Sr. 없이 그냥 포지션 타이틀만 검색한 결과이며, 글라스도어외 다른 유사한 사이트에서는 보통 결과가 조금씩 다르다.)


저 숫자들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Mid 레벨의 각 포지션 연봉의 범위 차이는 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렇게 통계적으로 보이는 숫자들만 본다면 그래픽 디자인 분야의 연봉보다 프로덕트나 UX 분야의 연봉이 꽤 높은 것으로 보인다. 기왕 일주일에 5일을 할애하며 나의 시간을 일하며 보내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금액의 연봉을 받고 싶은 것이 모두의 같은 심리일 것이다.


대부분 위의 두 가지 이유로 커리어 전환을 결심했다면, 마지막으로 고민하는 부분은 새로운 분야에 대한 본인의 레벨에 대한 포지셔닝이다.

이미 본인의 디자인 분야에서 N 연차 이상 경력을 쌓아 최소 Mid 이상의 포지션에서 이미 일을 하고 있는데, 새로운 분야로 전환을 했을 때 주니어부터 시작을 해야 하는 것인지, 시니어로 포지셔닝을 하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기왕이면 지금 본인의 레벨과 같은 레벨의 포지션으로 커리어 전환을 하고 싶겠지만, 그게 너무 무모한 것은 아닐까에 대한 고민이 드는 것이다.


위의 세 가지 커리어 전환 고민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조언은 다음과 같다. 





2. 커리어 전환에 대한 조언


1) 프로덕트/UX 디자인 분야 수요에 대한 현재 상황.

프로덕트/UX 디자인과 관련된 수요가 전통적인 디자인 분야보다 (특히 베를린에서는)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보통 개발팀/스쿼드에 디자이너 한 명씩 배정된다고 친다면, 개발팀 규모가 큰 조직에서는 여러 명의 디자이너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마다 한 명의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여러 개발팀과 일을 하는 경우도 있고, UX/UI로 부서가 나누어져 있는 경우라면 디자이너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수요가 많은 만큼 공급이 많은 것이 바로 이 분야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프로덕트나 UX 디자이너에 대한 수요가 높은데 반해, 경력이 탄탄하거나 정말 제대로 된 디자이너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수요가 많은 시장의 분위기를 다양한 경력과 배경의 사람들이 프로덕트/UX 디자인 분야로 전환을 꿈꾸기 시작했고, 본인의 능력에 따라 부트 캠프나 독학을 통해 프로덕트/UX 디자인을 배우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쉽게 이직을 하는 분들도 꽤 있었었다. 


단순히 말하자면 요즘은 그렇지 않다. 베를린이 테크 업계의 성지가 되며 이 분야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것이 공공연히 알려지게 되었고, 그에 따라 전 세계에 탄탄하게 프로덕트/UX 디자이너로서 경력을 쌓은 많은 디자이너들이 베를린으로 모여들게 되었다. 한국 디자이너 분들만 해도 이미 한국의 유명한 프로덕트나 기업에서 탄탄히 경력을 쌓고, 베를린으로 이주 및 이직을 한 경우가 아주 높다. 몇 년 전에는 프로덕트/UX 분야가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한 블루오션이었을지 모르나, 현재 내가 보는 이 디자인씬은 안타깝게도 이미 매우 레드오션 화가 되어버렸다.

특히 요즘 독일을 비롯한 전 세계 경기가 매우 안 좋아지며, 회사 내에 디자이너 수를 줄이거나, 심지어 팀을 없애 한 명의 디자이너가 2-3명 분의 일을 하거나, 내부 디자인팀을 없애고 외부 에이전시를 통해 프리랜서나 단기 계약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경우들도 많이 생겨났다.



2) 연봉의 레벨 업도 중요하지! 그러나 돈이 다는 아니다.

평균적으로 프로덕트/UX 디자인의 연봉이 그래픽/비주얼/브랜드/마케팅 디자인 분야의 연봉보다 높은 것은 내가 보기에도 사실처럼 보인다. 특히 주니어나 미디 레벨 디자이너의 평균 연봉을 비교해 본다면 차이가 꽤 있다고 보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시니어 이상의 레벨이라면 평균 연봉은 프로덕트/UX 디자인이 높을지도 모르겠으나 개인적은 경험으로는 차이가 크지 않다. 내가 생각했을 때 연봉은 분야보다는 회사 간 차이가 더 크다. 예를 들어 같은 미드 레벨 프로덕트 디자이너라 하더라도 A 회사에서는 5천만 원의 연봉을 받지만, B 회사에서는 7천만 원을 연봉으로 받는다. 심지어 같은 핀테크 분야의 회사 간에도 차이가 있다. 같은 핀테크 분야이고, 같은 미디 포지션의 프로덕트 디자이너임에도 A 은행은 5천만 원을, B 은행에서는 7천만 원을 기준으로 연봉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큰 기업들은 보통 각 경력과 레벨에 따라 연봉 레벨 표가 있다. 그에 따라 올려주는 연봉도 경력에 따라 공평하게 지급하려 하는 편이다. 


연봉을 떠나서, 무엇보다 내가 가장 고민하라고 조언하는 부분은- 정말 프로덕트/UX 디자인 분야가 본인의 성향과 맞느냐 하는 부분이다. 회사라는 곳은 내가 내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하루 8시간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을 한다면, 연봉으로 2천만 원을 더 받는다 한들 과연 행복할까? 실질적으로 연봉 2천만 원 차이라 하면 꽤 크게 느껴지지만, 독일의 경우 그 2천만 원의 거의 반 가까운 금액을 세금으로 떼고, 그걸 다시 12달로 나누면 실질적으로 내가 한 달에 받는 금액에 있어서는 차이가 굉장히 크다고 할 수는 없다.


단순히 프로덕트/UX 디자인 분야가 평균 연봉이 더 높아서, 높은 연봉을 받을 가능성이 더 높아서가 아니라 이 분야 자체가 정말 본인에게 잘 맞는지를 먼저 확인해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모바일 앱을 만드는 회사에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입사했다고 하자. 이 디자이너는 기본적인 플로를 구상할 때는 사용자의 경험도 고려하지만, 회사의 이익 즉 비즈니스 마인드로 고려할 수 있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후 본격적인 디자인을 진행할 때는 단순히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개발자에 의해 잘 구현될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하며 기본적인 프론트엔드 개발에 대한 지식이 요구되기도 한다. 게다가 보통 디자인 리뷰의 경우, 나의 디자인이 왜 이러한 결과에 도출했는지 사실적인 데이터에 근거하여 모든 이해관계자 (프로덕트 매니저, 관련 개발자들, 그리고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들 등등)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말인즉슨 본인이 영어가 누군가를 설득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면 꽤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는 포지션이 프로덕트 디자이너이다.


누군가에게는 이러한 부분이 본인의 성향 혹은 성격과 잘 맞을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픽 디자인 배경을 가지고 있는 우리 팀 주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 한 명은 입사한 이래 줄곧 같은 부분을 개선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있다. 그는 너무 시각적 디테일에만 신경 쓰는 '비주얼 드리븐' 디자이너이다, 시각적으로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드는데 많은 신경을 쏟다 보니 정작 그것을 구현해야 하는 개발자의 입장이나 다른 이해관계자의 관점을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을 종종 선보이곤 한다. 물론 그 디자이너는 줄곧 이러한 부분이 발전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고, 처음보다는 많이 발전된 모습을 최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은 그의 매니저인 내가 보기에 그의 '성향'이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그에게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보다 비주얼 디자이너 포지션이 더 성향에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3) 그래픽 디자인에서는 시니어, 프로덕트 디자인에서는 주니어?

대부분 이미 본인의 디자인 분야에서 N 연차 이상 경력을 쌓아 최소 Mid 이상의 포지션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이 커리어 전환을 앞두고 제일 고민스러워하는 부분이 바로 본인의 레벨에 대한 포지셔닝이다. 

이미 Mid 이상으로 일하고 있다면 그 분야에서 본인의 위치, 또 그에 따른 연봉이 안정적인 경우가 대부분인다. 전혀 다른 분야인 프로덕트나 UX로 이직을 해야 할 경우 본인이 어느 레벨 카테고리에 적합한지 결정이 어렵다는 것. 당연히 처음부터 본인이 그래픽 디자인 쪽에서 쌓아왔던 경력을 바탕으로 미드나 시니어로 시작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실무에서 프로덕트나 UX 디자이너로 일해본 적이 없는 경우 처음부터 미드나 시니어로 들어가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본인이 '웹디자인'으로 다년간의 경력이 있다 하더라도, 프로덕트나 서비스의 성질에 따라 그 경력이 전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본인이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의 전향을 꿈꾸는 소셜미디어 광고를 디자인하던 마케팅 디자이너라고 가정해 보자. 물론 디자인을 진행하는 과정, 예를 들어 리서치부터 아이디어 구상, 실질적 디자인까지의 프로세스는 크게 본다면 비슷하다. 하지만 접근 방식과 일하는 환경을 매우 다르다.

대부분의 전통적인 디자인은 사용자보다는 '고객'만을 고려한다. 얼마큼 이 디자인이 고객에게 어필이 되어 '비즈니스 적으로의 수익성'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프로덕트 디자인의 경우 제품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사용자'의 경험을 우선시한다. 사용자의 경험이 용이하면서도 비즈니스 이익까지 이끌 어낼 수 있다면 베스트이겠지만, 단순히 '고객'만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사용자의 경험'과 '비즈니스 이익'의 밸런스를 고려해여 디자인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일하는 환경에서도 차이가 크다. 보통 전통적인 디자인팀은 - 디자인 작업을 다른 팀으로부터 요청받고, 디자인을 하고, 그것이 완료되면 마케터나 담당자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일이 진행된다. 대부분의 테크 회사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보통 애자일 방식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제품 매니저와 개발자 등으로 구성된 작은 팀과 함께 스프린트 목표를 향해 그게 맞게 디자인을 하고 보완하고, 개발하고 피드백을 받아 다시 보완하고. 각 팀이 하나의 작은 회사 혹은 에이전시처럼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가 있다고 해서 처음부터 본인을 낮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회사마다 팀이 일하는 방법론이 다르고, 제품과 서비스에 따라 내가 이전에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일하던 경험과 맞닿은 부분이 있다면 내가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의 경험이 없다고 해서 스스로를 주니어라고 정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친구로부터 어떤 디자이너 분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참 베를린 테크/스타트업이 뜨던 시기,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웹디자이너로 다년간의 경력을 쌓고 베를린 IT씬에 입성하신 디자이너 분이 있었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분이 아니라 어떠한 연유로 그런 결정에 이르렀는지는 모르겠지만, 꽤 유명한 스타트업 회사에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입사하셨는데, '주니어' 포지션으로 입사를 하셨다는 것. 물론 웹디자인이라는 것이 프로덕트 디자인과는 완전히 다른 결의 일일 수도 있겠지만, 웹디자인을 수년간했다는 것은 이미 디지털이라는 공간에서 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하고, 이 디자인이 어떻게 개발로 구현되는지에 대한 이해가 있다는 말이다. 이런 경우 본인의 다년간 경험을 뒤로하고 본인을 낮추어 주니어로 입사한 것은 개인적으로 보기에 조금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나의 경우 시니어 컨텐츠 기획자, 비주얼 디자이너, 브랜드 디자인 리드로 일한 후 시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이직하였다. 엄밀히 말하면 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나 UX 디자이너로서 일한 경험은 없다. 그런 내가 시니어로써 입사가 가능했던 이유는 내가 일한 포지션은 모두 달랐지만, 그 분야가 모두 'e-commerce / Marketplace' 였기 때문이다. 시니어 컨텐츠 기획자로 일하며 개발팀/디자인팀과 IT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 그리고 사용자 경험/ 서비스 디자인에 대한 경험을 얻었고, 비주얼 디자이너로 일하며 D2C 웹에 필요한 디자인을 하는 법을 경험했고, 브랜드 디자인 리드로 일하며 CX와 UX를 아우르는 브랜드 경험 BX에 대한 이해를 얻었다. 이렇게 e-commerce의 다양한 분야와 관점에 대한 통찰을 다양한 포지션을 통한 경험을 얻으며, 시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 입사의 문턱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내가 전혀 다른 은행 모바일 앱 분야와 같은 곳에 시니어 포지션을 지원했다면, 이직이 가능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인의 분야가 프로덕트 디자인과 다르다고 해서 처음부터 주니어로 본인을 낮출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기존에 일했던 분야나 경험을 바탕으로 그에 맞닿은 분야의 혹은 본인의 경험을 사용할 수 있는 분야의 - 본인의 경험에 맞는 곳의 프로덕트 디자이너 포지션을 찾는 전략이 있다면 본인의 현재 레벨과 맞는 혹은 그 이상의 포지션으로도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3. 포트폴리오 혹은 CV에 대한 리뷰 및 조언

디자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많은 멘토링을 요청받는 부분이 포트폴리오에 대한 조언이다. 즉, 포트폴리오 리뷰. 물론 정말 주니어 레벨에 계신 디자이너분들이라면, 시니어 입장으로써 CV나 포트폴리오에 대해 기본적으로 조언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상당한 경우가 있다. 


(자세한 부분은 주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채용하며 적은 이전 포스팅을 참고 바란다 https://blog.naver.com/theearthstranger/223058411436 )


하지만 이미 디자인이라는 분야에서 미드 이상의 레벨로 일한 디자이너라면, 포트폴리오 리뷰에 있어서 해줄 말이 많진 않다. 물론 개인적인 나만의 의견을 얘기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결국은 나는 그 디자인 포지션의 결정권을 갖고 있는 '채용담당자'가 아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디자인 접근법이나 디자인에 대한 좋고 나쁨 혹은 선호도에 관한 부분은 굉장한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되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시니어로써 내가 뽑고자 하는 우리 회사의 디자이너 포지션에 대한 포트폴리오 기준과 다른 회사 다른 시니어가 뽑고자 하는 포트폴리오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는 말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자면, 무작정 크고 유명한 회사를 다녀서 혹은 디자인 팀장급이라 포트폴리오 리뷰를 요청하는 것은 하지 말기를 바란다. 포트폴리오 리뷰를 받고자 한다면, 최소한 시니어 레벨 중 내가 일하고자 하는 분야에 현재 일하고 있는 디자이너에게 리뷰를 부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본인이 e-commerce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고자 한다면, 같은 분야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는 나로선 해줄 수 있는 조언이 많겠지만, 전혀 다른 분야인 핀테크나 데이터 관련 제품 분야에서 일하고 계신 시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 분은 상대적으로 조언의 방향이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포트폴리오란 내가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 문제를 디자인으로 풀어가는 과정, 그리고 그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내 포트폴리오를 보는 채용담당자를, 내 포트폴리오를 사용하는 '사용자'라고 가정하고 그 유저가 원하는 바와 그 사람의 경험, 그 사람이 내 포트폴리오에서 무엇을 어떻게 보고자 하는지를 고려하여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면, 아무리 시니어 레벨이라 한들 타인의 조언이  내 포트폴리오를 크게 발전시키는 보탬이 될 거라 생각지는 않는다.


다양한 사람의 다양한 의견과 조언이 때로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으나, 본인은 없고 사공의 조언만 많은 포트폴리오는 결국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그동안의 멘토링을 바탕으로 구구절절하고자 하는 말을 적었으나, 결국 정답은 없다. 내가 위에 적은 장황한 조언과 생각들도 그저 본인 참고할 수 있는 많은 조언 중 '하나'로 생각해 주길 바란다.


꼭 커리어 관련뿐 아니라 많은 멘토링과 조언을 해주는 입장에서 결국 본인이 무엇을 잘하고, 본인이 무엇을 하고 싶고, 본인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멘토링을 타인으로부터 이끌어내는 방법은, 단순히 내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며 조언해 주세요-가 아니라, 그 사람은 어떠한 과정으로 그 자리에 이르렀고, 그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물어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프로덕트 디자이너들 모두 다 다른 경험과 과정을 바탕으로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다. 그 말인즉슨, 멘토링을 하는 동안 인터넷 몇 번 검색하면 나오는 단순한 포트폴리오 팁, 더 좋은 포트폴리오 만드는 방법 같은 정보를 묻지 말고, 그 사람의 '경험'을 물어 그 경험 중 나에게 맞는 부분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효과적인 멘토링을 이끌어내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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