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얼스어스 Jul 17. 2023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건 2

하기 싫은 일 열 가지를 해내야 하는 것.

후후 죄송합니다 여러분. 인생 챕터 3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나름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그동안 궁금해해 주시고 댓글도 몇 달아 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적어 내려 갑니다. (본의 아니게 어그로 심각하게 끌어서 죄송합니다!)

당시 가게를 찾아주셨던 손님의 댓글과 나의 피드백



 가게를 오픈하고 뜻밖에 케이크를 좋아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한 마음에 뭔가 재밌고 보람찬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오픈 첫 해 크리스마스에 처음 홀케이크를 만들어봤고(여러분이 아시는 지금의 그 홀케이크이고 당시엔 딸기 홀 크림치즈케이크를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판매했었다.), 10개 판매 후 그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는 이벤트를 공지를 했다. 그 글에 이런 댓글이 달린 것이다. 당시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고 가슴이 쿵쾅거려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무엇보다 당시에는 하루 14시간 이상 일하고 휴무일에 잔업하고 남는 시간에 이벤트 준비를 위해 손품발품을 팔고 있던 때라, 매우 고되고 힘이 들지만, 기부 이벤트에 매우 설레었는데 그 글에 달린 댓글을 보니 속이 상했었다.(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온거지? 역시 젊음이란...)


이때부터였다. 나는 인스타그램을 멀리했다.

가게를 열 때도 오픈 전날 오후에 공지를 했고 오픈을 하고 나서도, 가게에 오시라는 말을 하는 게, 소비를 촉진하고 그것이 지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더욱이 편히 오시라는 말을 하지 못했는데, 이 일을 겪고는 더욱이 마케팅이라고 보일 만한 액션이 어려웠다. 그리고 피드에 달리는 댓글이 무섭기도 했다. 마치 악플 트라우마처럼 댓글이나 디엠이 오면 가슴이 쿵쾅거려 더욱 살펴보지 못했던 것 같다.


지구를 위하는 가게이기 때문에 받는 날카로운 피드백은 가끔 지치게 하기도 한다.


몇 년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 익명 커뮤니티에 우리 가게 이야기가 올라오게 되었다.


지구를 생각한다는 ㅇㅅㅇㅅ라는 연남동 카페인데, 케이크를 포장하려면 다회용기를 사 오라고 하더라. 그게 더 큰 쓰레기를 만드는 거 아닌가?라는 글에 꽤 많은 댓글로, 내 친구도 거기서 포장하려고 다이소에서 그릇 사감 ㅋㄷ 친환경 콘셉트임, 덜 직설적으로 담아보긴 했지만 대략 이런 류의 댓글이 달려 가게를 애정하는 손님들이 하나둘씩 나에게 그 커뮤니티 사이트를 알려주셨다.


아직도 그 글을 읽었을 때의 순간이 기억난다. 나는 이 일로 지구의 모든 연예인을 리스펙 하게 되었다…ㅎㅎㅎㅎ아주 자그마한 비판 또는 비난임에도 나는 가슴이 콩알만 해지는데 각종 유언비어나 악플을 어떻게 견뎌낼까 싶다. 너무 대단하다!ㅎㅎㅎ


여하튼, 얼스어스는 단 한 번도 손님께 그릇을 사 오시라고 말씀드리지 않았다. 맹세코말이다. 나는 진심으로 가게의 매출보다는 지구를 위하는 일이 더 중요했다. 케이크 하나, 음료 하나 덜 팔아도 오늘 쓰레기를 덜 만든 나를 뿌듯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이런 행동들이 지구를 위하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를 위하는 일이라고 깊게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말을 듣게 되니 조금 억울하기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인 건가 하며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했다.


작가의 이전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