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은 일 열 가지를 해내야 하는 것.
후후 죄송합니다 여러분. 인생 챕터 3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나름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그동안 궁금해해 주시고 댓글도 몇 달아 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적어 내려 갑니다. (본의 아니게 어그로 심각하게 끌어서 죄송합니다!)
가게를 오픈하고 뜻밖에 케이크를 좋아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한 마음에 뭔가 재밌고 보람찬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오픈 첫 해 크리스마스에 처음 홀케이크를 만들어봤고(여러분이 아시는 지금의 그 홀케이크이고 당시엔 딸기 홀 크림치즈케이크를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판매했었다.), 10개 판매 후 그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는 이벤트를 공지를 했다. 그 글에 이런 댓글이 달린 것이다. 당시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고 가슴이 쿵쾅거려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무엇보다 당시에는 하루 14시간 이상 일하고 휴무일에 잔업하고 남는 시간에 이벤트 준비를 위해 손품발품을 팔고 있던 때라, 매우 고되고 힘이 들지만, 기부 이벤트에 매우 설레었는데 그 글에 달린 댓글을 보니 속이 상했었다.(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온거지? 역시 젊음이란...)
이때부터였다. 나는 인스타그램을 멀리했다.
가게를 열 때도 오픈 전날 오후에 공지를 했고 오픈을 하고 나서도, 가게에 오시라는 말을 하는 게, 소비를 촉진하고 그것이 지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더욱이 편히 오시라는 말을 하지 못했는데, 이 일을 겪고는 더욱이 마케팅이라고 보일 만한 액션이 어려웠다. 그리고 피드에 달리는 댓글이 무섭기도 했다. 마치 악플 트라우마처럼 댓글이나 디엠이 오면 가슴이 쿵쾅거려 더욱 살펴보지 못했던 것 같다.
지구를 위하는 가게이기 때문에 받는 날카로운 피드백은 가끔 지치게 하기도 한다.
몇 년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 익명 커뮤니티에 우리 가게 이야기가 올라오게 되었다.
지구를 생각한다는 ㅇㅅㅇㅅ라는 연남동 카페인데, 케이크를 포장하려면 다회용기를 사 오라고 하더라. 그게 더 큰 쓰레기를 만드는 거 아닌가?라는 글에 꽤 많은 댓글로, 내 친구도 거기서 포장하려고 다이소에서 그릇 사감 ㅋㄷ 친환경 콘셉트임, 덜 직설적으로 담아보긴 했지만 대략 이런 류의 댓글이 달려 가게를 애정하는 손님들이 하나둘씩 나에게 그 커뮤니티 사이트를 알려주셨다.
아직도 그 글을 읽었을 때의 순간이 기억난다. 나는 이 일로 지구의 모든 연예인을 리스펙 하게 되었다…ㅎㅎㅎㅎ아주 자그마한 비판 또는 비난임에도 나는 가슴이 콩알만 해지는데 각종 유언비어나 악플을 어떻게 견뎌낼까 싶다. 너무 대단하다!ㅎㅎㅎ
여하튼, 얼스어스는 단 한 번도 손님께 그릇을 사 오시라고 말씀드리지 않았다. 맹세코말이다. 나는 진심으로 가게의 매출보다는 지구를 위하는 일이 더 중요했다. 케이크 하나, 음료 하나 덜 팔아도 오늘 쓰레기를 덜 만든 나를 뿌듯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이런 행동들이 지구를 위하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를 위하는 일이라고 깊게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말을 듣게 되니 조금 억울하기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인 건가 하며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