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랑한다면
이번 주말에는 사찰여행 갑시다!
아직 단풍이 한창인 가을날 주말에 바닷가 사찰 여행을 간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근처 사는 아는 동생까지 들어와서 4명이 떠나게 되었다. 은지는 오랜만에 친구가 아닌 당근 모임 회원들과 당일치기 여행을 가기로 해서 혹시 약속 시간에 늦지는 않을지 신경 쓰다 보니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났다. 전남친과 갈 때는 은지가 일정을 모두 계획하고 경비는 반씩 부담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같이 가는 태민 오빠가 흔쾌히 운전을 자청하고 코스도 미리 계획했다. 이렇게 쉽게 여행을 갈 수도 있는 거구나.
장수암 갔다가 점심 뭐 먹을지 찾아 봐.
장작 굴구이, 해물 가마솥찜 등 몇 군데 식당을 알아본 뒤 결국 정훈 오빠가 제안한 해물 가마솥찜을 먹으러 갔다. 밑반찬으로 멍게를 비롯한 여러 해산물을 주고 살이 꽉 차서 금방이라도 터질 듯 탱탱한 반짝이는 회색빛 타이거 새우가 다음 코스였다. 버터를 두른 가마솥에 구워 먹는 새우는 처음 맛보는 쫄깃하고 고소한 맛이다. 새우를 2마리 정도 먹었을 때 알람이 울리고 이번에는 태민 오빠가 석화 껍질을 까고 굴을 떼어내기 시작했다. 두 오빠들이 옆에서 굽고 까 주는 것을 먹으니 잘 대접받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묘했다.
바다 뷰가 멋진 카페에 들렀다 가자
그렇게 들린 카페는 말 그대로 오션뷰라서 보자마자 절로 탄성이 나왔다. 게다가 2층 테라스석으로 가는 길목에는 바다가 보이는 곳에 모닥불을 피워두었다. 잘 타고 향도 좋은 참나무 장작이었다. 하루키 소설에서는 사과나무 장작으로 불을 피우는 난로 이야기가 나온다. 사과나무 장작을 써서 늘 향긋한 사과향기가 나는 그 공간에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사과나무 장작은 백악관에서 귀빈을 대접할 때만 활용하던 귀한 거라고 하네.
태민 오빠는 조수석에 앉아 수시로 장보를 검색하며 든든한 여행 도우미가 되어 주었다. 장수암에서 샀던 작은 종이 차의 진동에 맞춰 맑은 소리를 냈다. 정훈오빠는 맑은 종소리가 난다며 우리 모두에게 하나씩 선물로 사 주었다. 이제 졸음운전 걱정은 안해도 되겠네. 여행의 끝은 늘 아쉬움과 집에서 쉴 수 있다는 안도감이 함께 한다. 더블데이트하게 되면 이런 느낌이겠지. 화제거리는 풍부하고 경비 부담은 적고 무엇보다 친구들끼리 더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