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카이 여행
장강명 작가는 보라카이 신혼여행 3박 5일의 일상과 해외여행에 대한 작가의 가치관등을 소개하며 위트 넘치고 개성 있는 보라카이 여행 에세이를 썼다. 2014년의 여행을 쓴 것이라 옛날 정보만 있는 건 아닐까 읽기가 망설여졌는데 여행에세이지만 여행을 하며 느낀 감상과 작가, 그리고 부부의 생각이 차곡차곡 담겨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주위에서 추천은 여러 번 받았지만 이번에 장강명 작가의 책을 처음 읽었다. 대화가 자세하게 실려 있어서 브이로그를 읽는 느낌으로 작가의 시선을 따라 보라카이를 여행하고 온 듯하다. 작가의 꾸밈없고 담백한 서술방식이 맘에 들었다. 소설 <호모 도미난스>를 칭찬하는 후기가 많고 영화화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작가의 단순하고 편안한 서술방식이 소설에서는 어떻게 표현될지도 궁금해진다. <댓글부대><한국이 싫어서><표백>을 읽고 나면 어떤 독후에세이를 쓰게 될까.
그때쯤에는 작가 아내분의 치료에도 차도가 있어서 에세이에 소개한 코타키나발루나 다낭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희망적인 소식을 들었으면 한다.
체내 탄수화물 농도와 타인에 대한 관용 간의 상관관계는 그래프로 표시하면 직선으로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즐기러 떠난 여행이지만 든든하게 배를 채우지 않으면 작은 일에도 짜증을 낼 수 있다. 여행에 대한 평가는 개인적인 영역이라 갈등이나 싸움이 있을 경우 좋은 여행으로 기억되기 어렵다. 그래서 여행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먹방투어라는 거창한 목적이 없더라도 대부분의 여행객들에게 중요한 일이다.
물론 반복되는 출근 일상에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조금 약한 체력을 가진 나 역시 오후 시간이 되면 기운이 떨어져 간식을 찾는다. 커피 대신 삶은 계란이나 두유를 먹고 나면 시야가 선명해지고 짜증스러운 일도 한결 여유를 갖고 대하게 된다. 너그러움을 안겨주는 간식의 힘은 실로 위대하다. 수많은 커피전문점과 훨씬 더 많은 달콤한 간식과 과자가 있으며 꾸준히 팔려나가고 있다. 과거 마부들이 크림과 설탕을 넣은 아인슈페너 커피를 오후에 마셨던 것처럼 현대인들도 아침부터 커피를 마시며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미래에는 당충전이나 카페인 수혈 대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오후 휴식 시간 확보나 조기퇴근 제도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안나 카레니나>
여행 에세이에서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구절은 행복에 대한 내용이다. 안나 카레니나를 읽을 때 이 말이 소설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는 얘기를 독서모임 회원들과 나누었다. 톨스토이는 19세기 서구화, 도시화되어가는 제정러시아 사회에서 도시보다는 시골생활에 가치를 두고 소설에서도 전원생활을 하는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톨스토이의 아내는 소설을 읽고 레빈이 톨스토이라고 얘기했다. 여유가 있는 시골생활을 하며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하고 있다.
작가부부 역시 재산을 모으거나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데 삶의 가치를 두지 않는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을 갖추어야 하겠지만 극단적으로 부자이거나 사회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모두가 행복하지는 않다. 적당한 부,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직업, 건강, 주변의 갈등상황을 적절하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 등을 골고루 갖춰야 한다. 삶은 여러 요소가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므로 부족한 부분은 보완할 수 있는 대체방법이 필요하다. 건강한 공동체 문화가 있다면 자녀양육이나 워라밸을 추구하기 쉬울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고 갈등이 생기면 대화로 해결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배려하고 아껴주는 부부는 행복하다. 쉽진 않겠지만 행복을 추구해 가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삶의 노하우를 좀 더 쉽게 배우게 된다.
페어웨이 앤 블루워터 리조트 VS 헤난리조트
책에서 소개한 리조트는 페어웨이 앤 블루워터 리조트로 10월 11일(토) 기준 숙박가격이 7만 원 정도다. 가격이 저렴한 것은 보라카이섬에 갈 때는 칼리보 국제공항에 도착해서 버스. 배.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페어웨이가 보라카이 섬 끝쪽인 스테이션 3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화이트비치와 D몰이 있는 스테이션 2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좀 더 편안한 힐링여행을 추구한다면 여러 개의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는 헤난그룹의 리조트를 선택할 수 있다. 헤난 크리스탈 샌즈는 스테이션 2에 자리 잡고 있어 셔틀을 타지 않고 화이트 비치에 가서 산책이 가능하다. 대신 가격은 조금 더 비싸다.
아직 보라카이에 가 보지는 못했지만 여행기를 읽으며 화이트비치에서 음악을 들으며 석양을 감상하는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다. 세계 3대 비치 중의 하나인 화이트 비치의 새하얀 산호가루를 만지면 어떤 느낌일지. 장강명 작가가 추천한 피시 시나강과 에그랩은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기대와 달라서 실망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새로운 장소에 가서 오늘의 추억을 쌓아가는 건 늘 설레는 일이다.
신혼여행, 가족여행, 우정여행, 커플여행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서 또 다른 보라카이 여행기를 볼 수 있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