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025 젊은 작가상 수상모음집

독서모임

by 현이

트렌드를 반영해 뛰어난 작품을 완성한 젊은 작가들의 단편모음집을 읽고 독서모임 회원들과 얘기나눴습니다.

7개의 수작 중에서 대상을 받은 <반의반의 반>과 인상적이었던 <원경><최애의 아이><물결치는 몸, 떠다니는 혼>위주로 생각을 공유하며 참석하신 분들의 다양한 해석을 들어보는 시간이었어요.


<반의반의 반>은 대상작답게 소설다운 서사로 긴장감과 호기심을 자극했고 할머니의 전재산을 들고 간 사람이 요양보호사가 맞는지 알아내는 과정에서 딸, 손녀의 심리까지 파헤쳐 볼 수 있었어요 100세 시대를 맞이하면서 요양보호사와 어른신들간의 크고 작은 분쟁거리가 많은데 소설로까지 나온 걸 보면 이슈가 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네요 단순히 범인을 찾는 이야기를 넘어서서 혼자서 아이를 키우며 희생해 온 할머니의 고단한 인생에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자식된 도리를 다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원경>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소재를 활용해 자연스러운 서사로 일상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이에요. 연인의 암 가족력을 보고 이별을 통보했던 남주는 오히려 자신이 암에 걸리자 옛 연인을 찾아간다. 극한 상황에 맞닥뜨렸으니 정리되지 않은 감정이 아직 남아 구여친을 찾아갈 수도 있겠으나 만남 성사 여부는 둘의 생각이 일치했기 때문일 것이다. 끝난 관계는 돌아보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에 이 소설의 내용이 개인적으로 제 맘에 들지는 않았어요.


<최애의 아이>는 외국에 계신 팬들이 한국에 와서 스타의 일정을 쫓아다니고 분당 100만원씩 하는 팬싸인회를 신청하는 기형적인 아이돌 산업의 현실과 지나친 팬심을 보여주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내용이었어요. 10년 전에도 스타와 일대일 톡을 하는 저렴한 유료 서비스는 존재했지만 갈수록 비용이 커지고 소설 속 이야기처럼 가성비를 생각해 스타의 아이를 임신하는 것은 여러 번 생각해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설정이었습니다.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고 출생 이후 가족의 삶에 대한 계획도 없다면 부모가 될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이겠죠?


<물결치는 몸, 떠다니는 혼>은 부랑자가 커피숍에 와서 지구멸망과 관련한 기이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내용이에요. 지구 온난화로 세상은 물에 잠기고 생명체는 물에 떠다니며 지내다가 죽으면 물에서 사체가 조금씩 분해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 사체를 '만나'라 여기며 먹습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잠겨가는 나라도 있으니 길게 보면 이런 일도 일어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 오싹하기도 했어요. 아름다운 문장과 정확한 비평으로 유명한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한 번 읽으면 현란하고 두 번 읽으면 심오하고 세 번 읽으면 쓸쓸하다.'고 하면서 뛰어난 서사에 경탄한다는 글을 남기셨더라구요.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읽은 책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떠오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며 토론해 보았습니다. 소중한 주말 시간을 내어서 책 얘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 감사하네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세일즈맨의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