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잔재 Sensory Residue
예술가의 ‘영감’은 결코 무(無)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그것은 언제나 특정한 인풋(Input)이 감각을 통과하며 남긴 잔여물이다.
이 챕터에서 나는 고전 회화, 그중에서도 신사임당의 초충도를 인풋으로 삼아
내 시선이 어디에서 멈추고, 무엇을 선택했는지를 살폈다.
초충도는 식물과 곤충의 생태를 정교하게 묘사한 전통적 회화이지만,
내가 집중한 것은 대상의 이름이나 장식성이 아니다.
줄기가 그리는 곡선의 궤적,
화면을 가르는 곤충의 위치,
그리고 색의 농담이 만들어내는 긴장 같은 조형적 관계들이다.
이 작업의 과정은 ‘재현’이 아니라 ‘편집’이다.
원본이 지닌 서사와 정보를 의도적으로 덜어내고,
내 감각이 포착한 최소한의 구조만을 남겼다.
무엇을 더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생략하고도 그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는가를 가늠했다.
이 기록은 영감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고전이라는 인풋이 내 신체를 통과하며 어떻게 처리되었는지를 남긴 결과다.
신사임당의 초충도라는 하나의 인풋에 대해
내가 어떤 조형적 관계에 반응했고,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냈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2016년, 당시의 감각과 조건 속에서 이루어진 하나의 작업 기록이다.
Process Overview
• Step 1. Original (Cho-chung-do by Shin Saimdang)
• Step 2. Structure Drawing (Ink on paper)
• Step 3. Interpreted Painting (after Cho-chung-do)
장병언 (Eastbrush) 2026.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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