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 세기] 에른스트 울리히 폰 바이츠제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후 환경문제는 사람들의 생활속에 깊이 인식되었고 환경의 개선을 위한 노력은 선진국 중심으로 줄기차게 이루어져왔다. 리우선언과 교토의정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환경문제에 지구촌이 동감하고 구체적인 환경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조항들을 실천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실질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환경문제에서 국제협약의 중요성과 그 역할에 주목하게 된다.
하지만 선진국을 떠난 제조업은 개도국에 자리를 잡았고 개도국의 환경문제는 선진국들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중이다. 환경문제는 이와같이 국제적 남북문제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성질의 것이 되었다. 선진국의 높은 환경기준은 인건비 못지 않게 제품의 생산단가를 올리게 된다. 하지만 개도국이 제조업에 요구하는 환경기준은 제대로 정비가 되어있지 않거나 그 기준이 선진국의 그것만큼 까다롭지 않은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위생인프라가 제대로 확충되지 않은 빈국인 경우 오염물질에 사람과 동식물이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개도국입장에서 당장의 경제적 이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이고 앞으로도 다국적기업의 제조업 투자는 인건비가 싼 개도국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환경문제는 이미 미룰 수가 없는 문제이다. 특히 후쿠시마원전 사태이후 원자력의 문제는 전세계가 머리를 맞대야 할 수 밖에 없는 문제가 되었다. 당사국인 일본을 비롯해 많은 유럽국가들이 탈원자력을 선언하고 장기적인 플랜을 마련하고 있지만 중국, 인도를 비롯한 개도국은 수십기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계획을 이미 발표했다.
환경문제는 단순히 그 국가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중국의 공업지대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은 한국과 일본으로 편서풍을 타고 날아들며 황해로 흘러든 폐수는 더 이상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의 밀림에서 발생하는 산소는 지구 전체 산소발생량의 1/4에 육박하지만 개발과 벌목으로 아마존은 날이 갈수록 그 면적이 줄어들고 있다. 열대우림 지역의 축소는 이산화탄소가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하고 대기오염과 지구온난화가 더 가속화된다는 것을 뜻한다.
국제기구가 각국의 내셔널리즘을 넘어 지구촌에 앞으로 점차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실질적인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면 환경문제가 그 중심에 놓여질 가능성이 크다. 환경문제는 이데올로기적으로도 보다 휴머니즘적인 것이고 평화지향적인 것이다.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사람들과 국가의 노력이 전지구적인 다른 갈등의 문제들을 같이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