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길 날 괴롭히는 쩍벌남

다리에 쥐날 것 같은 30분…피로는 더 쌓여

by 광화문덕

연휴 동안 육아로 심신이 지쳤다. 지하철에서 좀 자고 싶었다.


한 정거장이 지나고 옆자리에 한 아저씨가 앉았다. 묵직한 것이 내 다리를 압박해왔다.


육중한 다리!!!

자기만 편하겠다고 쫘!!!! 악!!!! 벌렸다. 내 다리는 쪼그라들었다.


엉덩이 쪽에도 압박이 느껴졌다. 불쾌함에 엉덩이도 좀 피했다. 옆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살짝 걸터앉았다는 표현이 더 적절했다. 엉덩이가 큰 아저씨는 아니었는데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하철을 타고 환승하기까지 약 30여 분 동안 압박은 계속됐다. 다리에는 쥐가 날 정도였다. 군 시절이 생각났다. 난 99년 군번이다. 포병으로 연천에서 근무했다. 당시 내가 몸을 담았던 곳에서는 상병 꺾일 때까지 양쪽 무릎을 무조건 붙이고 앉아야 했다. 그게 규율이었다.


'다리 좀
오므려 달라고 말할까'

'아니야
지금 내가 피곤해서
예민한 상태라 그런 거야'

끊임없이 갈등했다. 갈등하며 아저씨를 쳐다보기를 반복했다. 쉬지도 못하고 이런 생각으로 30분 동안 환승역까지 왔다. 피로는 더 쌓였다.


내릴 때가 되니 아저씨가 다리를 오므렸다. 일어설 준비를 하느라 오므린 것이다. 엉덩이 쪽도 여유가 생겼다.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었음에도 자기 편해지고자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준 아저씨의 얼굴을 소심하게 쳐다봤다. 원망스러웠다.

참는 게 맘 편하지...

사실 난 예전 내가 불편해서 참다못해 몇 번 불쾌함을 드러냈던 적이 있다. 그럴 때마다 상대는 내가 뭐 잘못했느냐는 식이었다. 나 역시 불쾌함을 참다 말한 것이라 공손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어찌 됐든 결과는 늘 똑같았다. 기승전 '괜히 말했다'였다. 말한 뒤 밀려오는 건 후회뿐이었다. 오히려 불쾌감에 답답함까지 더해졌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참는 게 맘 편하다는 걸 알게 됐다. 괜히 말해봤자 내 기분만 더 상할 것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 역시 내가 건들지 않으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어쩌면 내가 참는 것이 하루를 시작하는 출근길에 서로 윈윈하는 제일 나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내릴 때 아저씨의 뒷모습을 눈여겨봤다. 옆에 서서 키도 재봤다. 약 173센티미터에 80~90킬로그램 정도로 보였다. 충분히 한 좌석만으로도 앉을 수 있는 체형이었다. 체형을 확인하니 더 불쾌했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브런치에 적으며 답답함을 토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도 출근길에 답답함을 적어봤다.


브런치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