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덧셈과 뺄셈이 안되는데 방정식을 배운 들 무엇하리

by 광화문덕
다섯 번째 레슨

벌써 레슨 다섯 번째를 맞았다. 채를 잡고 바른 자세로 서고 채를 올바르게 휘두르기. 내가 해야 하는 것은 이 3가지인데 모든 게 어렵기만 하다.


너무 욕심을 내고 있는 탓일까. 초반에 과한 연습량의 여파가 아직도 계속된다. 채를 잡으면 손가락 마디마디가 얼얼하다. 채를 잡으면 힘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레슨 받는 순간만큼은 아픔을 참아내며 채를 잡으려 애쓴다.


오늘은 지적의 연속이었다. 레슨 받으러 가기 전 아내에게도 수없는 질책을 들어야 했는데...


"설거지 왜 안했냐... 분리수거도 해야 한다... 골프레슨 받으러 가면 다냐.... 등등"


사실 이건에 대해서는 많이 억울하다. 그리고 요새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피폐한 상황이라 아내의 질책에 반발할 힘조차 없었다. 그럼에도 아내의 질책은 계속 반복됐다.


"설거지는 어차피 쌓아두면 내가 하는 거고... 분리수거도 시간과 상관없이 하면 되는 거고... 레슨은 받으러 간다고 미리 양해를 구했던 거고....."


아내의 꾸지람을 온몸으로 받아낸 뒤 터벅터벅 차를 끌고 레슨을 받으러 왔다.


레슨 시간에 늦었다. 10분 지각이다. 선생님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자세를 잡았다.


사실 레슨을 받을 정신이 아니었지만 레슨 받으러 왔으니 충실히 잘 배워야 한다. 그게 배우는 이의 자세이니 말이다.


자세를 잡아볼까요


채를 잡고 공 앞에 섰다. 무릎을 약간 구부리고 허리를 펴고... 손을 우측으로 쭉 펴면서.....


"공 앞에 서면 변신하세요"


그렇다. 공을 쳐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싶은 욕구가 나도 모르게 내 안에 꿈틀거리고 있나 보다.


선생님께서 오늘은 도저히 안 되겠다고 하시며 공을 치지 말고 자세 연습을 하자고 하셨다. 나 역시 그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자세가 다 무너졌다. 내가 생각해도 오늘은 엉망진창이다. 몸도 마음도... 골프를 배우는 이로서의 기본자세도...


속상함이 밀려왔다. 스윙을 하려고 하는데 몸이 너무 자기 멋대로다. 엉덩이는 자꾸 빠지고..... 축을 중심으로 좌우로 움직여야 하는데 자꾸 엉덩이가 씰룩씰룩 거리며 춤을 추려한다. 보기도 흉하게....


선생님께서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시는데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까지 들어 멋쩍은 미소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혼자 연습하지 마시고 오세요

결국 선생님은 내게 연습 금지령을 내리셨다. 초반에 잘해보려고 했던 의욕이 과했고 그것이 결국 내겐 독이 됐다. '똑닥'이를 할 때 제대로 자세를 잡고 했어야 했는데.... 난 채를 잡고 치는 것에만 매몰됐고 결국 그때 씰룩거리며 쳤던 엉덩이와 휘두르는 자세가 엉망이 됐다.


선생님의 레슨이 끝나고 30분의 시간 동안 다시 똑딱이 연습으로 돌아갔다. 기본자세부터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에서다. 덧셈, 뺄셈부터 헷갈리는 상황인데 방정식을 배운다고 무슨 소용 있으며 미적분을 암기해서 푼다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선생님이 알려주신 맨손 훈련법을 많이는 아니고 생각날 때마다 잠깐잠깐 익혀봐야겠다. 내겐 아직 시간이 많다. 급하게 필드를 나가야 하는 상황도 아니다. 난 지금 골프에 대해서 잘 배우고 싶은 마음뿐이다.


내게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창구는 브런치다. 내 삶을 기록하는 이 공간. 골프에 대한 기술적인 이야기를 쓸 생각은 없다. 그저 골프를 배우며, 그 과정에서 내게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하는 것, 그것을 오늘도 써 내려간다. 골프도 이젠 내 삶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저의 스승님입니다. 박진영 프로님!
응원합니다!!!
출처: 스포츠서울닷컴(아래 기사 원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