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는 전폭적인 신뢰가 필요하다
오히려 무거워진 느낌이에요
새벽 당직을 마치고 레슨을 받으러 왔다. 지난 이틀 동안 선생님께 지적받은 자세를 제대로 잡기 위해 나름 반복 훈련을 열심히 했다. 이유는 오로지 하나! 나아지고 있다는 인정을 받고 싶어서다.
타석(?)에 서서 자리를 잡고 연습하려고 채를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선생님의 가르침을 되뇌며 연습하려는데.... 뒷자리에서 강습받는 이와 강습을 하는 선생님 사이에 오가는 대화에 신경이 쓰인다.
"레슨을 받고 난 이후로 오히려 스윙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채가 더 무겁게 느껴져요"
"자세를 바꿔야 해서 그래요. 잘하고 계세요"
"제가 골프를 친 건만 몇 년이에요. 오히려 더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골프를 친 햇수는 중요하지 않아요. 아시잖아요. 제대로 된 자세를 익히고 치느냐가 중요한 거"
"............"
대화가 정중하게 오고 갔지만, 내가 듣기엔 강습을 받는 분이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선생님을 신뢰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 보니 어떤 포인트에서 불신이 불만으로 표출된 것이라 짐작했다.
제대로 배우고 있구나
사실 난 골프를 배움에 있어서 '백지'와도 같은 상황이다. 이전에 그 어떤 누구에도 골프에 대해서 묻지 않았으며 어설프게 배우려고 하지도 않아서다.
그렇다 보니 내겐 선생님께 배우는 것이 전부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의심할 지식도 없거니와 그럴 생각도 전혀 없다. 차근차근 세심하게 봐주시기 때문에 가르쳐주시는 것을 잘 따라가지 못함에 죄송할 뿐이다.
그래서 부족한 부분을 지적받으면 고쳐가려고 애쓴다. 정말 말 그대로 '애를 쓴다'. 열심히 연습해도 선생님 앞에 서면 지적사항이 산더미지만 그래도 이전보다 나아지고 있다는 칭찬을 들으면 뿌듯하다. 물론 선생님은 내게 연습을 좀 덜하라고 말씀하시긴 한다....
길거리든 집이든 회사에서든 올바른 자세를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나를 보면서 주변분들이 말씀하신다. "너 정말 제대로 배우고 있구나"라고 말이다.
처음 가르쳐준 선생님께 계속 배워
오랜 10년 지기 선배가 내게 당부하신 말씀이다.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조언한 것인데, 요약하면 이렇다.
이유는 단순하다. 선생님마다 가르치는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결국 새로운 선생님께 가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배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결국 그 선배는 다시 처음부터 배우는 것에서 오는 지루함과 이전 선생님의 가르침과 사뭇 다른 레슨 방식 등으로 인해 레슨 받는 것을 중단했다고 했다.
물론 내 경우에는 지금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이 너무 섬세하게 잘 가르쳐주셔서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선생님께서 레슨을 해주신다고 한다면 지금 선생님께 앞으로도 계속 배우고 싶은 마음이다. 한번 스승님은 영원한 스승님이니 말이다.
내 경우를 되돌아보니
사실 배움이라는 것은 선생님의 자질을 떠나 '가르치는 이'와 '배우려는 이' 사이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초급 코스의 경우에는 신뢰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쓰기의 예를 들어보면, 글쓰기를 이제 시작하는 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주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여기서 선생님의 역할은 단 하나,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들을 글로 쏟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만 없애주어도 그것만으로도 초급 글쓰기 단계는 넘어선 것이기 때문이다.
글쓰기 중급, 고급 과정도 마찬가지다. 선생님이 배우려는 이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배우려는 이는 끊임없이 선생님의 가르침에 의문을 품게 되고, 결국 둘의 관계는 끊어지게 될 것이다.
내 경우 글쓰기에 대한 상담을 하게 되면, 내게 글을 써서 보내달라고 요청한다. 고민하지 말고 평상시 쓰던 대로 말이다. 짧은 시간 동안 써내려 간 결과물인 그 글 속엔 그 사람의 많은 정보가 담기게 된다. 글쓴이의 감정 상태, 급한 성격인지 차분한 성격인지, 어휘력의 수준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한 편의 글을 보고 나면 모든 경우는 아니지만 대충 감이 온다. 내가 가르칠 수 있는 수준인지 아닌지. 사실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 중에 많은 분들이 나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문장을 구사하신다. 그분들에게는 사실 내가 뭐라 코멘트하기가 부담스럽다. 아니 내가 그 정도 능력이 안됨을 솔직하게 말씀드린다. 그리고 정중하게 글을 읽고 난 뒤의 좋았던 느낌을 적어 보내드린다.
난 나의 글쓰기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명확히 알고 있다. 늘 글을 쓰고 있지만, 쓸 때마다 나의 글쓰기 능력의 부족함을 깨닫곤 한다. 글쓰기 책을 쓰긴 했으나 아직도 나의 문장은 다듬어야 할 거친 가시들이 돋친 미완성 투성이다.
배우기로 했다면
믿으셔야 합니다
오늘 레슨을 받으면서 깨달은 것은 이것이다. 처음 시작하는 것이든, 중간에 부족함을 인지하고 배우기로 결심했다면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라고 했다. 사실 똑같은 '골프'라고 하더라도, 똑같은 '글쓰기'라고 하더라도 사람마다 가르치는 방식은 다르다. 각자 시행착오를 거치며 깨달은 노하우가 다르기 때문이다.
드라마 SKY캐슬의 명대사도 있지 않은가.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저의 스승님입니다. 박진영 프로님!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