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똑딱'이는 쉬운 거였어

열심히가 아니라 잘하는 게 중요하다

by 광화문덕
부슬비가 내리는 저녁

세 번째 레슨. 탁 트인 연습장 타석(?)에 섰다. 실내연습장에서 하던 대로 자세를 잡고 공을 쳐댔다. 공은 왼쪽으로 보기 좋게 튀어나갔다. 내 똑딱이 자세에 문제가 있었음을 직감했다.


다시 자세를 바로 잡고 똑딱똑딱. 역시나 왼쪽으로 나아간다.

지난번 수업 때 배운 거 해볼게요

선생님이 오셨다. 호흡을 가다듬고 허리를 꼳꼳하게 세우고 스윙을 했다.


'치려고 하지 말자. 지나가야 한다. 휘두르자'라고 되뇌면서.


"회원님.... 고개가 돌아가면 안 돼요.... 지금 공을 치면서 계속 공이 나아가는 걸 보다 보니 자세가 흐트러졌어요"


역시 이번에도 내 멋대로 연습한 것이 독이 된 것 같다. 어쩐지 혼자서 연습할 때에는 선생님과 함께 했을 때처럼 힘들지 않고 편하더니만...

조금 더 배워볼게요

자세를 다시 교정한 뒤 선생님은 다음 단계를 가르쳐주셨다. 드디어 스윙 자세다. 풀스윙은 아니다. 똑딱이 수준에서 조금 더 나아간 것이다. 그럼에도 무지 설렜다. 물론 조바심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본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서다.


똑딱이에서 좌우로 조금씩 확장되는 자세다. 팔을 꼳꼳하게 뻗어야 하는 것과 중심이 흐트러지면 안 되는 것이 관건이다. 이 두 가지에서 난 빵점이었다. 민망해서 자꾸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부끄러웠다. 너무도 이리 몸이 말을 안 듣다니...


채를 오른쪽으로 올릴 때마다 팔이 펴지지 않는다.


'정말 석고붕대라도 병원 가서 대고 연습을 해야 하나... ㅠ_ㅠ'


그래도 선생님은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자세를 잡아주셨다. 감사할 따름이다. 고개와 중심축은 계속 무너졌다. 자세를 잡을 때마다.


레슨의 중요성을 이번엔 특히나 더 깨닫게 됐다. 선생님께 레슨 할 땐 내 몸속 근육을 모두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허리부터 팔 끝까지 뻐근하게 전해져 오는 느낌이 있어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혼자서 연습하면 하나도 뻐근한 곳이 없다. 너무 편하다...... 의역하면... 혼자 훈련할 땐 제대로 된 자세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30분이 후딱 지나갔다

선생님께서 불안하셨는지 레슨 시간이 끝났음에도 쉽게 자리를 떠나시질 못하셨다.


"혼자서 너무 연습 많이 하지 마세요. 자세 무너져요"


선생님은 걱정하셨다. 백지와도 같은 내 상태에서 잘못된 습관을 들여올까 해서다. 다음 레슨 날짜를 너무 멀지 않도록 조정했다. 나도 겁이 났다. 잘못된 자세가 굳어질까 봐서다.


남은 시간 동안에는 공을 치지 않고 자세 연습만 했다. 공을 칠 때가 아님을 깨닫게 돼서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하지만...

내 욕심이 과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잘 해내고 싶다는 의욕이 앞선다. 레슨을 받으러 갈 때마다 이전보다 한 단계 발전했음을 보이고 싶은 것은 배우고자 하는 이의 자세이기도 해서다. 하지만 몸을 쓰는 운동이다 보니 단기간에 한다는 게 쉽지 않다. 평소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던 내게는 더욱 힘든 훈련이기도 하다.


한 번을 하더라도 제대로 해야 하다. 열심히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잘해야 한다. 연습을 할수록 안 좋은 습관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아 속상하다.


"지금은 고민하지 마세요. 그냥 자세를 익히세요"


선생님께서 오늘 내게 주신 메시지다. 내가 다음 레슨 때까지 익혀야 하는 것은 '고개를 움직이지 않는 것, 축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반드시 익혀가야 한다.

'골프'가 내게 말하는 것 같다

이제부터 순간의 교만은 '고난'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골프에 자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의심'하라고. 선생님과 함께 연습할 때 들려오는 근육들의 속삭임을 '잊지' 말라고. 홀로 연습할 때 근육들의 속삭임을 듣지 않고 계속 연습한다면 앞으로 굉장한 '시련'이 다가올 것이라고...


연습장에서 혼자 연습하며 거울에 비친 내가 보인다. 엉덩이를 실룩실룩 거리며 축이 무너지는 모습이 너무 못났다. 망측하다. 멋진 폼으로 스윙을 하고 싶은 데 갈 길이 멀다.


'똑닥'이를 하면서 공이 좀 잘 맞는다고... '똑딱'이를 하면서 이게 골프라고 만만하게 봤던 나를 반성한다.


저의 스승님입니다. 박진영 프로님!
응원합니다!!!
출처: 스포츠서울닷컴(아래 기사 원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