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욕망과 자제 사이

마음은 지나가라 하지만 몸은 공을 향해 달려든다

by 광화문덕
두 번째 레슨

자신감으로 어깨에 힘이 빡 들어갔다. 일주일 만에 하는 레슨이지만, 지난 일주일 동안 열심히 연습했다. 하루 1시간 이상 연습했다. 자세를 바로 잡으려 애썼고, 기본기를 닦으려고 노력했다. 차근차근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대로 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안고 골프연습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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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연습장에 도착한 건 오후 7시 50분쯤. 해가 길어졌음이 느껴진다. 해가 떠있을 때 태릉연습장을 찾으니 감회가 새롭다. 지난 두 번 찾은 어둠속의 연습장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내게 주어진 타석(?) 앞에 섰다. 선생님이 오시기 전이라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었다. 칭찬받고 싶었다. 연습을 열심히 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었다. 성실한 학생임을 인정받고 싶었다.


골프공이 올라온다. 7번 아이언을 꺼내 들었다. 왼손으로 채를 감아쥐듯 잡고, 오른손을 포개어 잡았다. 채가 삐뚤어지지 않게.

어라??? 이상하네

뻥 뚫린 연습장에서 공을 쳐보고 싶었다. 실내연습장과는 또 다른 느낌 이어서다. 자세를 잡고 신중하게 호흡을 가다듬고 똑딱똑딱.........


'헉....어라??? 이게 아닌데... 이상하다'


여기 오니 그동안 연습한 것이 리셋되는 느낌이다. 너무 긴장을 해서 그런 탓일까.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지난번 선생님께 배웠던 내용을 복기하면서 나 자신을 다잡았다.


'긴장하지 말자. 채를 바르게 잡고 발을 어깨넓이로 벌리고 몸을 앞으로 숙이고 허리 펴고 무릎을 살짝 구부리고'


중얼중얼 거리며 자세를 잡고 다시 똑딱똑딱.


'고개와 다리는 고정하고...'


다시 똑딱똑딱....


이상하다. 공이 자꾸 왼쪽으로 간다. 오른쪽으로 가기도 한다. 제멋대로다. 정면으로 가야 하는데...


'역시 실내골프장에서 연습할 때랑 다르구나'


앞이 뻥 뚫린 곳에 와서 공을 치니 내 공이 실제로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신랄하게 드러났다. 발가벗겨진 느낌이 들었다.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그때.... 선생님이 오셨다...

연습은 많이 하셨어요?

"넵.....' 애써 자신감을 실어 대답은 하였지만... 사실 처음 연습장에 왔을 때만큼은 아니었다...


"자 그럼 자세를 잡아보세요"


선생님의 말씀에 내가 연습한 대로 자세를 잡아보았다.


"처음엔 혼자 너무 많이 연습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어요"


역시 선생님은 프로셨다. 딱 보고 아셨다. 내가 내 멋대로 연습하고 왔음을... 그래도 기특하게(?) 생각해주시리라 믿고 싶었다. 선생님께 레슨을 받으며 내 멋대로 익힌 자세를 하나하나 수정해 나갔다. 차근차근.


어깨보다 좁게 벌린 다리며, 너무 많이 구부린 무릎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했던 것은 바로 나도 모르게 공을 칠 때 임팩트를 주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 단계는 공을 치는 단계가 아니에요. 그냥 자연스럽게 지나가세요"


혼자 연습하면서 똑딱이가 아닌 공치는 재미에 빠졌던 것 같다. 지나가야 하는데....

'지나가세요 휘두르세요'

이런 걸 원포인트 레슨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선생님의 레슨은 명료했다. 내 문제점을 바로 파악해주시고 한 방에 정리해주셨다.


물론 훌륭한 선생님의 면모도 잊지 않으셨다. 칭찬도 아까지 않으셨다.


"채 잡는 것은 잘 잡으시는 것 같아요"


아흑 다행이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소심해졌던 자아에 자신감이 불끈 솟아났다.


'그래 그동안 연습한 것이 모두 헛된 게 아니었어'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자세를 잡으니 확실히 허리와 어깨, 가슴이 뻐근해져 옴이 느껴졌다. 익숙하지 않은 자세이기에 불편함을 다시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다행히 채를 잡는 것은 많이 익숙해졌다. 물론 아직도 오른손 새끼손가락은 내게 불편함을 호소하긴 하지만 나머지 손가락들의 불평은 현격히 줄었다.


선생님의 두 번째 레슨이 끝이 났다. 이제 오늘 배운 것을 익혀야 하는 시간이 됐다.

몸이 마음 같지 않다

선생님이 안 계시니 자꾸 공을 치고자 하는 욕구가 솟구친다. 머리는 공을 지나가라 애원하지만 두 팔은 자꾸 공을 치려고 달려든다.


두 팔이 지나가 주면 이번에는 고개가 공을 따라간다. 고개를 고정하려고 애쓰면 이번에는 왼손이 꺾이며 공을 따라간다. 이놈의 몸이 제멋대로다. 다들 자기주장이 너무 강하다. 다 내 탓이다. 내가 그동안 몸을 너무 방치해놨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지도가 귓가에 맴돈다.


"발을 어깨 넓이로 좀 더 벌리시고요. 무릎을 조금 더 펴세요. 몸의 중심은 앞으로 해주시고요"

연습은 좀 줄여야겠다

사실 초반에 너무 욕심이 과했던 것 같다. 올바른 자세를 완벽하게 익히고 연습해야 하는데... 이러다 잘못된 자세가 굳어질 수 있겠다 싶어 겁이 났다.


아직은 기본기를 익혀야 하는 시기다. 몸이 자꾸 공을 치고자 하는 욕구를 주체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난 이성이 강한 사람이니 자제해야 한다. 자세를 익히는 데 더 공을 들여야 한다.


수업 마지막에 선생님께서도 내 과도한 연습을 우려하셨다.


"다음에 만나기 전에 연습은 하루 정도만 하세요"


일단 채를 잡는 것을 완벽하게 익히자. 그리고 공을 앞에 두고 올바르게 서는 연습을 하자. 그리고 공을 치려 하지 말고 지나쳐야 한다고 세뇌시키자. 두 팔과 어깨, 가슴 쪽에 힘을 '빡' 주고 얼굴은 고정하고 시계 추처럼 두 팔을 왔다 갔다 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치려는 욕망을 자제해야 한다. 모든 문제는 과함에서 비롯된다. 절제가 필요한 시기다. 명심하자.



저의 스승님입니다. 박진영 프로님!
응원합니다!!!
출처: 스포츠서울닷컴(아래 기사 원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