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불편함에 익숙해져야 해

새로운 시도를 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할 첫 번째 관문

by 광화문덕
첫 수업 날

드디어 첫 수업 날이 됐다. 오늘따라 업무 스트레스로 마음과 몸이 지쳤다. 하지만 그래도 빠질 수 없다. 첫인상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난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집에 도착해 불편한 정장을 벗어던지고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연습장으로 이동했다. 한 번 와봐서인지 이번에는 조금 더 낯익은 느낌이다.


연습을 위해 마련된 좌석 뒤에서 내 차례가 오길 기다리며 스트레칭을 했다. 그러면서 눈 앞에 탁 트인 골프장의 광경, 그리고 경쾌하게 들려오는 골프채가 공을 치는 소리가 오늘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 같았다. 특히 '챙'하며 저 멀리 날아가는 여러 골프공들의 모습이 장관처럼 느껴졌다. 하루하루가 답답하다고 느껴지는 요즘, 이 공간이 내게 위로가 될 것 같다. 무엇보다 나무가 많은 것인지, 깊게 들이마실 때마다 공기의 상쾌함이 느껴져 좋았다.

공을 치려고 하지 마세요

선생님이 오셨다. 채를 잡는 방법과 자세에 대해서 친절하고 상세하게 알려주셨다. 그리고 올바른 자세를 잡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펴주시고 도와주셨다.


요약하면 이렇다.

채를 올바르게 쥐어야 한다. 공을 치기 위한 자세를 확실하게 익혀야 한다. 지금은 공을 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고개와 다리를 고정하고 채를 잡고 지나간다고 생각해라.

선생님의 친절하고도 명쾌한 설명에 감탄하며 첫 번째 레슨은 끝이 났다.

다음날

퇴근 후 연습장을 찾았다. 전날 선생님의 설명을 되새기며 차근차근 익히기 위해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채를 잘 못 잡으면 모든 게 무너진다. 기본 중의 기본이다. 자세도 마찬가지다'


나는 나 자신을 끊임없이 다독이며 채를 잡는 것과 공 앞에서의 자세를 끊임없이 반복했다. 한 번을 할 때 대충 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을 쏟아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하려고 했다.

온몸에서 쏟아지는 불평들

채를 잡을 때마다 왼쪽 손바닥과 검지 손가락, 오른쪽 손바닥과 새끼손가락에 불편함이 느껴졌다.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자세여서다. 왼손으로 채를 잡은 뒤에 오른손으로 왼손을 일부분 포개 잡아야 하는 자세, 이것이 불편하다고 내 촉각들이 내게 불평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조금 편하게 손을 풀어주면 내 촉각들은 마치 숨통이 트였다는 듯 내게 굉장한 편안하다고 신호를 보내줬다.


공을 마주하고 어정쩡하게 서 있어야 하는 자세를 잡았을 때에도 내 허벅지와 허리, 엉덩이 쪽 그리고 두 어깨와 가슴 근육, 심지어 발 앞꿈치 근육들까지, 온 전신이 내게 불평을 쏟아냈다.


"불편해!!!! 불편하다고!!!! 불편해!!!! 불편해!!!!!"라고 말이다.


내 몸들이 편한 자세를 잡아주면 금세 그런 불평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져 버렸다.

불편함에 익숙해져야 해

그러다 문득 깨달음을 얻었다. 사실 우리는 처음 접하는, 시도하는, 배우는 과정에서 겪는 첫 단계가 바로 불편함에 익숙해지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골프란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자세를 배워야 한다. 그리고 내가 그 자세에 길들여져야 한다. 그래야 골프란 운동을 할 수 있다.


내가 아무리 많은 운동을 해봤다 하더라도 골프를 축구하듯, 야구하듯 할 순 없다. 장비도 다르고 룰도 다르다.


인생에서도 내가 아무리 많은 사람을 만나봤다고 하더라도, 상대가 달라지면 상대에게 익숙해져야 한다. 상대와의 시간이 불편할 수도 있고 끔찍하리만큼 정막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와 친해지고 싶고 상대와 사랑에 빠지고 싶다면 내가 그에게 길들여져야 한다.


시간과 노력은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을 안다

결국 오늘 골프 연습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 되었다. 전날 선생님께서 내게 해주신 말씀들을 되새기며 하나하나 허투루 하지 않고 다 지켜보려고 했다.

왼손으로 먼저 채를 올바르게 잡고
오른손 일부로 왼손을 잘 포개고
공 앞에서 적당히 발을 벌리고
몸의 중심은 약간 앞쪽으로
허리 펴고
채를 잡은 두 손은 좌측 허벅지 쪽에 가깝게
고개와 다리는 움직이지 말고
공을 치려고 하지 말자
그렇지 그렇게 '똑딱똑딱'......
오늘 연습 목표는
볼 500개였으나...

육아를 해야 하는 시간이 되어 391개로 멈춰야 했다. 온몸이 쑤시는 듯했지만 오늘은 나와 타협하지 않았다.


지금 내게 필드에 나가서 공을 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내게 시간은 많다. 골프란 운동에 길들여져야 하는 시기다. 처음이라 모든 것이 낯설고 불편하지만 어느 순간 아주 편안해질 것이다.

골프는 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채를 바르게 잡고 자세를 잡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오늘 하루 동안 연습을 하면서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을 적용하니 레슨 받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행착오가 확실히 줄어들 것 같다.


사실 걱정이 많았다. 몸치인 내가, 중학교 2학년 이후 구기 운동은 늘 피하기만 했던(심지어 군대에서도 축구를 하지 않았다) 내가 골프를 아무리 해도 못하면 어쩌지라고 말이다.

실로 난 당구를 친구들과 어울려 치곤 했지만 여전히 30이다;;;;;;


한 달, 아니 두 달
그 이상이 걸리더라도

절대로 기본기를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혼자 연습해보니 기본기가 무너지면 절대로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단순 기교를 통해 기본기가 탄탄한 것처럼 포장할 수는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고, 그때 기본기를 더 열심히 다져두지 않았음에 분명 후회하게 될 것이다.


잠깐 치고 말 운동이라면 기본기보다는 공을 치는 재미를 추구하겠지만, 골프는 내가 어쩌면 백발이 되어서도 칠 수도 있는 운동이니 '똑딱똑딱'하는 기본기가 지루하다고 느껴질 때마다 나를 채근해야겠다.

저의 스승님입니다. 박진영 프로님!
응원합니다!!!
9965_19349_240.jpg 출처: 스포츠서울닷컴(아래 기사 원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