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광화문덕 Mar 19. 2022

그래 이제 글쓰기는 내 삶의 전부가 되었지

2016년 12월의 저를 기억하게 기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자 시절엔 늘 내 이름으로 검색하곤 했는데...

기업인이 되고 나서는 이제 그럴 일도 없고 그럴 필요가 없어져 무심하게 살아왔다. 오히려 내 이름을 검색해서 나오는 것이 무서울 정도였다고 할까. 기업인이 뉴스나 가십거리로 등장한다는 것은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로 거론되는 것이니 말이다.


아들과 아침 이불 빨래 겸 브런치를 마치고, 나는 홀로 집 근처 카페에 앉아 있다. 쉰다라기보다는 학원에 간 아들을 기다리는 시간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확할 듯하다. 물론 겸사겸사 쉬고 있는 것도 맞긴 하지만...


문득 과거의 기자 시절 나를 아직 기억하는 이가 있을까 싶어 '신동진 기자'로 검색해봤다. 이젠 거의 검색되지 않는 키워드가 된듯하여 안도감 반, 아쉬움 반이 교차하는 그때, 하나의 글이 눈에 띄었다


2016년 12월 22일에 나의 모교이기도 한 외대 교지에서 발행된 글이다. 지금으로부터 5년이 더 지난 시절... 광화문을 지날 때면 가끔 아주 가끔 나를 알아봐 주며 인사해주는 고마운 분들이 있던 시절이다...


2016년 12월의 저를 기억할 수 있게 글을 올려주신 황진실 부편집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당시 인터뷰 글의 전문과 원문 링크를 함께 나의 브런치에 기록해본다.


내가 만난 기자, 신동진

2016년 12월 22일 부편집장 황진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져 바바리코트를 꺼내 입은 날, 신동진 기자를 인터뷰하러 집을 나섰다. 인터뷰 장소로 가는 길에 페이스북 페이지 ‘기자의 글쓰기’를 둘러보며, 그가 학교 선배 같은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다. (실제로 학교 선배였다는 건 함정) 그가 올리는 게시물에는 항상 #오늘도힘내세요, #글쓸때참고하세요 같은 해시태그가 붙여져 있었기 때문일까. 올라온 글의 내용도 비교적 명료하고 담백하다. 글을 잘 쓸 수 있는 절대비법 혹은 비장의 기술 따위는 없었다. 다소 식상하게 다가갈 수도 있지만, 그는 밥을 꼭꼭 씹어 먹듯이 글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가 말하는 내용은 약장수의 냄새가 난다기보다는 치열한 공부를 먼저 한 선배가 조언해주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그가 글쓰기에 관한 글을 올리기 시작한 이유는, 자신이 기자가 되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자 후배들에게 종종 조언을 해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점차 그 빈도가 많아지고 후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사실을 종종 발견하자,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페이스북 페이지 ‘기자의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는 직접 겪어서 얻은 것들을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릴 때, 보는 사람의 공감을 얻으려 노력했다고 한다. 자신이 지긋지긋하게 했던 고민에서 비롯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글이든 공감을 얻지 못하면 그 글은 죽은 글이에요. 타인이 자신의 글을 읽게 하려면 글쓴이의 생각에 흥미를 가질 수 있게 해야 해요”라고 말한다. 페이스북 페이지가 유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자, 신동진 기자는 게시된 내용을 수정과 편집, 추가해 글쓰기에 관련된 방법을 알려주는 단행본을 출간했다.


그는 한국외대 컴퓨터공학과에서 공부한 자칭 ‘공돌이’었다. 공대 출신인 그가 왜 기자가 된 걸까? 이 질문에 그는 “공돌이로 평생을 사는 것에 확신이 없었어요. 대기업에 소모되는 삶보다 더 가치있는 삶을 살고 싶었어요”라고 답했다. 이 고민의 연장선에서 자신의 다양한 역량을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그는 전공수업 뿐만 아니라 문과대의 여러 전공 수업도 들었다고 한다. 경영대의 팀플 수업에서 조장을 맡은 적이 있는데 이 때 공대 밖의 사회를 알 수 있는 일을 경험했다. 공대는 수직적인 문화가 강해서, 권위자의 의견에 협조적인 분위기가 공대생들 사이에서 만연해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조장인 자신의 강압적인 요구에 한 팀원이 당당하게 항의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속한 사회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 때까지는 주변의 일에 문제 의식을 가지기 보단 하고 있는 일의 결과에 집중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자신을 돌아보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눅 들지 않고 지적해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는 사람을 만난거죠. 그 분을 통해 ‘머리가 깨이는’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경험은 차후에 그가 비판 의식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여겼던 가부장적인 한국문화, 성차별적인 제도 등 여러 문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시각이 확장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세상을 비껴볼 수 있게 된 거죠. 그 때의 경험이 저를 생각하면서 살아가게 만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러한 경험을 할수록 전공을 살려 취직하기 보다는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한 행정학 수업에서, 그는 고민을 해결할 실마리를 얻었다. “후회하는 삶은 실패한 삶이고, 실패한 삶은 성공한 삶이다”라는 교수의 말에 용기가 생겨 기자가 되어야겠다고 결정했다고 한다.


그는 “많은 고민 끝에 어렵게 진로를 정했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덕에 지금은 만족스럽게 일하고 있어요.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고민없이 취직을 한 친구들은 제 나이쯤 일에 대한 회의를 느끼더라구요”라고 덧붙이면서 본인은 그 때의 선택에 대한 후회나 미련없이 상당히 흡족하게 기자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어쩐지 기자라고 본인을 소개한 뒤 명함을 건네는 손에 자신의 직업에 대한 빳빳한 자긍심이 묻어나 있더라니.


그가 비록 인문·사회계열 수업을 몇몇개 들었다고는 하나, 그는 여전히 남들보다 글을 쓰는 데 필요한 배경 지식이 부족했다고 느꼈다. 더군다나 처음 취직한 곳이었던 온라인 매체는 기자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시스템이 전무해서 체계적으로 글을 배우지 못했다고 한다. 이러한 상태로 그는 경제지로 소속을 옮겼다. 그러나 글 실력이 부족해서 보도자료 처리조차 제대로 못하던 상황에 전 직장으로 다시 돌아가는 걸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로 자괴감이 들었다고 한다. “주먹구구식으로 어찌어찌 기사를 작성하던 이전의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했죠. 개판이었던 글쓰기 방식을 제대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글쓰기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0대 일간지 경제지를 읽고 분석하고 그 내용을 필사했다. 기사 스크랩북을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을 기울인 지 다섯 달 즈음부터 데스크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야, 기사 좋아졌다” 혹은 “너 이정도면 일취월장이야”라는 칭찬을 들을 때까지 그는 닥치는 대로 글쓰기를 연습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그는 글 쓰는 방법을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 자신의 시간을 글쓰기에 뼈저리게 ‘갈아 넣는’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데이트고 뭐고 일하는 시간 빼고 모든 시간을 투자했어요”라고 결의에 차서 말하는 그에게서 그간의 고생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계급이 이등병이지, 나의 잠재력이 이등병이 아니라는 걸 글로 증명하고 싶었어요”라며 정말 열심히 글쓰는 연습을 했다고 그는 거듭 말했다.


글쓰기를 어떻게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라고 묻는 질문에, 평상시에 자신이 생각하는 이야기를 쭉 덤덤하게 써내려가는 연습을 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메시지를 놓치지 말고, 그 문제를 고민하고 자신의 사례를 써보는 연습이 글쓰기에 바탕이 되기 때문이죠”라며 생각을 하고 자신이 받은 영감을 글로 표현하는 습관, 개요를 생각하고 나서 이를 바탕으로 글로 쓰는 연습이 도움이 될 것임을 덧붙여 말했다. “글쓰는 시간이 한 시간 주어졌으면 오십분은 개요를 짜는 데 써야할 만큼 계획적인 글쓰기는 중요해요”라고 말하며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을 정리하고 나서’ 시작하는 글쓰기가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그는 읽는 사람이 흥미를 잃지 않게 흐름을 살피면서, ‘왜?’라는 질문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글을 쓰는 태도가 좋은 글쓰기의 바탕이 된다고 말한다. “읽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염두에 두면서 글을 써야 해요. 결국 글은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매개이기 때문이죠” 그는 쉬운 글이 좋은 글이라고 말한다. 쉽게 읽을 수 있어야 글이 기사로서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자인 자신의 글은 여론이 형성하는 기사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도록, 읽는 사람이 쉽게 글에 공감할 수 있게 쓰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쉽고 명료하게 글을 파악할 수 있도록, 말하고자 하는 부분을 여러 덩어리로 쪼개는 식으로 개요를 잡아놓고 나서 글을 써보라”라고 그는 말한다.


기자란 어떤 직업이라고 생각하세요? 라는 질문에 그는 기자를 단지 사실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닌 ‘여론을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입법까지 끌고 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에게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현안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이끌어야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앞으로 제가 잘할 수 있는 분야로 가서 계속 기사를 쓰는 기자이고 싶어요. 판을 읽고 총체적인 흐름을 제시하는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라며 그는 기자로 살아가는 지금의 모습과 그리고 살아가고 싶은 자신의 앞날을 그렸다.


인터뷰 중간중간 일에 관련된 전화를 계속 받는 그의 모습은, 바쁘지만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차 보였다. 글을 쓰고, 이를 대중에게 전달하여 세상을 바꾸는 기자로서 사명감을 느낀다는 그는 장차 거시경제 분야로 가서 계속 기사를 쓰고 싶다고 말한다. 한국 경제의 흐름을 읽고 그에 관련된 문제를 진단하여 대중에게 답을 찾자고 설득하는 그의 글을 앞으로 신문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길 기대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배가 너무 고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