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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Dec 27. 2021

배가 너무 고파요

건강을 위해 매년 감사하며 인내해야 할 대장내시경

또다시 올 것이 왔다

생각만 해도 속이 매스꺼운 느낌이 드는 바로... 대장내시경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


대장내시경을 할 때면 늘 올 한 해 나의 잘못된 식습관, 음주습관을 반성하게 된다. 혹여라도 내 몸속 나쁜 세포가 생겨났을지 걱정돼서다.


사람은 참 간사하다... 그러니까 평소에 조심했어야 는데 늘 제멋대로 자극적인 것이랑 술도 조절 못하며 그래 마셨으면서 이럴 땐 꼭 건강하길 바라니 말이다.

3일 전
하필 크리스마스 연휴 ㅠㅠ
우유와 카스텔라

하필 올해는 크리스마스이브날이 3일 전이다. 집 안 가득 맛있는 음식 향이 퍼지는데... 난 우유와 카스텔라 빵을 집어 들고 앉아있다. 누가 강요하지 않았다.


검사를 받기 전 준비는 원칙대로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고 신념이다. 1년에 한 번 받는 것이고 이는 내 몸이 아직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할 절호의 찬스다.


내와 아들은 내가 안쓰러운 듯 뭣좀 더 먹어보라며 이것저것 건넸지만 타협하지 않았다. 물론 제안하는 음식이 너무도 맛있어 보여 먹어도 되는 음식인지 계속 검색했다.

다들 자는 밤... 배고픔에 요동치는 배를 달래려... 아침에 먹어야 한다는 사과 두 개를 깎아 먹었다... 달달함과 아삭아삭한 식감이 주는 먹는 즐거움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2일 전
햄과 참치
그리고 짜파게티 라면

우유와 카스텔라로 하루를 보내고 나니 식욕이 폭발한다. 후각이 예민해지고 침샘이 열심히 활동한다.


'너무너무 배고프다. 맛있는 게 먹고 싶다'


이런 게 요요현상일까. 맵고 짜고 단 것을 먹지 못하니 금단현상이 온 것일까....


보고 있는 게 내가 너무 딱했는지 아내가 햄과 참치는 괜찮지 않냐고 묻는다. 검색해보니 괜찮다는 글이 보였다.


"아싸!!!!!!!!!!!!!"


우유에 카스텔라를 먹다가 슬라이스로 파는 햄을 한 조각 집어 한컷 베어 문다. 햄이 주는 맛과 향이 입안 가득 번져나간다. 조합이 굉장하다. 왜 이제껏 이런 환상 조합을 몰랐던 걸까 후회될 정도다!


시 후...


아들이 짜파게티가 먹고 싶다며 엄마를 향해 노래를 부른다...


검색해봤다. 라면도 가능하다고 적혀있다. 건더기 프만 먹지 않으면 된다.


"아싸!!!!!!!!!!!!!"


난 걸신이 든 사람처럼 주방을 두리번 거리며 돌아다닌다. 배고픔에 후각이 날 이끄는대로 몽유병 걸린 사람처럼...


그리고 결국 참지 못하고 참치마요케첩밥과 계란짜파게티를 만들어 먹었다.


'으아 너무 좋아!! 이 맛 그래 이게 바로 살아있는 맛이지!!'

여기서 잠깐!!!
대장내시경 전 식단
간단 꿀팁 레시피 대공개
내 식욕아 참지 마요! 참치마요케첩밥

레시피는 간단하다. 밥 위에 기름기를 뺀 참치를 넣고 마요네즈와 케첩을 넣고 비비면 끝!


아주 새콤 달콤도 소한 맛이 민감해진 내 미각을 자극해 행복함이 몰려온다. 그래 이게 사는 맛이지. 먹는 맛이지. 밥 한 끼에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다니...


짜파게티는 면발만 끓여 비벼먹는 거잖아

짜파게티 면발을 끓인다. 우동 그릇에 건더기 스프가 아닌 양념(?) 스프와 계란 하나를 깨뜨려 넣고 끓인 면발을 그릇에 건져 넣어주고 비빈다.


이때 스프가 다 들어가면 짤 수 있으니 2/3 정도 넣는 걸 추천한다. 본인의 기호에 맞게 양을 스프의 양을 조절하면 된다.


그리고 찾아온 D-1일...

오전에 밥을 물에 끓여 먹고 이제 금식이다.


그리고 감사하며 인내해야 한다. 그리고 오후 4시부터 본격적으로 거룩한 의식을 준비한다.

아내가 저녁 요리를 한다

맛있는 식사 준비 소리. 아내의 맛있는 요리... 너무 배고프다...


"아들 아빠 대신해서 이것 좀 먹고 맛을 좀 이야기해줘"


아들을 조른다. 아들은 내 모습이 웃긴지 연신 웃는다.


아들을 진심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내가 웃긴가 보다.


이제 전초전이다... 오후 6시가 됐다. 둘코락스 2알 먹었다.

오후 8시...
피부가 맑아질 시간...

드디어 시간이 됐다... 하프렙산.... 마실 시간...


6번에 나눠 먹어야 한다..  하......


"으아악"


마시는 도중 화장실행이다. 여러 번... 수차례....


피부가 맑아질 시간... 장 속 묵은 노폐물이 비워지면 피부가 맑아질 것이라 믿으며 이 순간을 이겨내냐 한다.


'휴우.....'


아들이 먹던 꼬깔콘 봉지에 코를 가져다 댄다.


'입이 느끼는 건 허상이다... 난 코깔콘을 먹고 있는 거다...'


"아빠 여기 봉지"


아들이 내가 힘겹게 들이키는 걸 보며 돕고 싶었나보다. 코깔콘 봉지 속 냄새를 맡고 마시라며 내게 봉지를 열고 코에 대어준다.


"아들 고마워"


아들의 지원 덕택에 6번의 고비를 잘 넘겼다.


"아들 우리 내일 저녁엔 맛있는 거 먹자~! 아빠가 지금 먹고 싶은 게 너무 많더든!!!"


이제 새벽 4시에만 마시면 끝이다......


잠을 청하려 누웠지만 뱃속이 요동친다. 하수도관에 뚫어뻥이 들어가면 이런 느낌일까... 잠을 자야 하지만 배가 너무 고프다... 올 한 해도 고생했다... 연말엔 속도 점검받아야지...


자동차도 1년에 한 번은 정기점검받는데.... 하물며 몸인데...


나는 지금 너무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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