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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Dec 12. 2021

"휴 다행이다"

학원에 등록하러 가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하지....

학원 등록해야 하는데

사람들과 모여있는 공간에서 먼저 인사를 하고 나와 학원가는 길을 찾으려 애쓴다. 그런데 도통 여기가 어딘지 몰겠다. 대충 감이 오는 건 분명 한 건 멀지 않은 곳에 한 두 정거장 정도 걸어가면 학원이 있다는 것.


일단 버스가 오는 쪽으로 뛰었다. 빨간색 광역버스다. 버스정류장에 표시된 노선을 보니 내가 가려는 곳으로 가지 않는다. 여긴 버스가 이것 한 대뿐이다.


뒤돌아 걸었다. 방향감각을 잃었다. 분명 이 근처인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이러다 종합반 등록 마감되면 어쩌지...? 가만 생각해보자. 대학교 입학한 선배한테 여쭤보고 등록해야 하려나? 무작정 수업을 듣는 게 도움이 될지, 독학을 하는 게 도움이 될지 판단이 안서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는데 운동화가 조여 온다. 발이 불편해 운동화를 고쳐 신기 위해 멈춰 섰다. 그리고 운동화를 신다 잠에서 깼다.

대학교 가려면 학원 등록해야 하는데...

현실로 돌아왔지만, 눈을 뜨지 않고 있다. 방금 전까지 벌어졌던 풍경은 사막 속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내 앞엔 컴컴한 어둠만 존재한다.


마음이 오늘도 꿈과 현실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다.


꿈에서 깼지만 난 잠시 학원 등록해야 하는 고민에 빠졌다. 꿈속에 나는 고3이었다. 재수를 준비하려고 하던 시기였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수능을 치고 재수를 하려고 종로학원에 등록했었고 반 배정까지 받긴 했다. 지만 재수를 하지 않고 대학교에 입학했다. 재수를 한다고 해서 점수가 오를 것이라 확신이 없었다.


물론 고3 시절 난 학원을 별도로 다니지 않았다. 문제집만 죽어라 풀었다. 단기간 점수를 올리려면 세상의 모든 문제 유형과 나올법한 모든 지문을 다 외우는 거라 생각했다. 여름방학 두 달 동안 스파르타 학원에 입소했다.


부모님께 스파르타 학원에 들어가서 지금의 공부 패턴을 잃지 않고 공부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부모님께서는 당시 집안 한 달치 수입 전부였던 돈을 내어주셨다. 지금 생각해도 감사하다. 부모님 덕택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수능을 봐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그대로 느껴졌다. 수능을 보기 위해 준비하려면 무엇이 더 내게 효과적 일까도 고민하면서 말이다.


그러다 내가 42살이란 걸 인지했다. 난 이미 수능을 봤다. 아주 오래전에. 23년 전에. 그제야 안도의 한숨과 세월의 무상함에 대한 서러움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휴... 다행이다........ 하......... 꿈이었구나...."


요새 꿈을 꾸다 이런 경우가 잦다. 꿈과 현실을 혼동하는 경우가 말이다... 


어쩌면... 꿈을 꾸며 살아가고자 하는 나와 꿈을 잊어야 하는 현실 속 내가 혼란스러워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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