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이 존재한다는 건 진리다
프랜차이즈나 하나 해볼까?
흔히 요즘 핫한 프랜차이즈 매장만 내면 수익은 따놓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인식이 있을 수 있다. 게다가 신규 가맹점 오픈을 보수적으로 하는 프랜차이즈일수록 사람의 심리상 더더욱 그 프랜차이즈는 왠지 쉽게 가맹점을 내주는 곳보다 뭔지 모를 기대감이 크기 마련이다.
최근 유명한 프랜차이즈 식당을 갔던 경험을 써보려고 한다. 반면교사 삼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DX 소비자 리포트]라고 이름을 적었고, 앞으로도 나의 경험을 토대로 적어보려고 한다. 좋은 취지로, 소상공인 분들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로서 더 나은 비즈니스를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프랜차이즈 명은 익명으로 하였다는 점을 양해 바란다.
헉....
위생장갑을 끼고 뭐 하는 거지?
한창 점심식사를 할 시간인데, 이곳 프랜차이즈 식당은 한적하다. 역에서도 가깝고 유동인구도 많은 핫플레이스임에도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싸한 느낌이었다. 물론, 이곳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엄청 유명할 뿐 아니라, 핫하기도 해서 인스타 감성은 물론 내가 그동안 집에서 좀 멀었지만 이것 때문에 멀리 가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던 식당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20대로 보이는 사장님(아무리 많아도 30대 초반정도) 두 분이 계셨다. 두 분 다 스마트폰을 하느라, 손님이 온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했다. 우리는 키오스크 앞으로 가서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주방은 오픈형 주방이다. 나는 주방을 바라보고 앉았다 보니 보지 않으려 해도 그들의 요리하는 동안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위생장갑을 끼고 요리를 준비하는 데, 정말 헉소리가 나올 정도로 불쾌했다. 위생장갑을 끼고 식재료를 만지다 말고 조리도구를 만지고, 다시 조리도구를 만진 위생장갑으로 스마트폰을 하고, 또다시 식재료를 만지고 그야말로 위생관념이라고는 전혀 볼 수 없었다.
심지어 청소도구까지 만지는 모습을 보고는 차라리 아내가 주방 쪽으로 보고 앉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분들은 전혀 자신들의 그러한 모습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물도 셀프고, 모든 것이 셀프지만, 가격은 꽤 비싼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다. 그래도 먹어보겠다고 찾아왔지만, 더럽게 요리되는 과정을 본 순간 도저히 기분 좋은 마음으로 음식을 먹을 수 없을 정도였다.
나오면서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여기 유명한 프랜차이즈긴 한데 다신 오지 말자"
그러자 아내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왜?"
"여긴 음식이 나오는데 그렇게 위생적이지 않은 것 같아서...."
아주 자세하게 말하진 않았다. 하지만 아내도 이 매장이 이 정도로 한적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는지, 우리는 다신 그 식당을 가지 않는 것으로 정했다.
이제까지 기다렸는데...
다시 처음부터 대기하라고요?
어제는 아들이 너무도 먹고 싶다고 졸라서 요즘 핫하다 못해 언제 가도 기다려야만 하는 그런 프랜차이즈 식당에 갔다. 거기는 최신식으로 흔히 얘기하는 테이블에서 주문하는 시스템까지 갖춰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동네에서 먹는 건데 수십 분을 기다려가면서까지 먹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가지 않았었는데, 아들이 너무도 먹고 싶다 하여 어제는 기다림을 각오하고 찾아갔다.
여기도 20대 사장님들(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30대 초반정도)이 창업한 곳으로 보였다. 앳된 얼굴의 직원분들이 분주하게 움직였고,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주방에서 주문 실수 등을 대응하고 계셨다.
식당 앞에 웨이팅은 수기로 적는 곳이었고, 나 역시 수기로 아내와 나 이렇게 3명을 대기명단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잠시 후...
직원이 내 이름을 불렀다.
"몇 분이세요?"
"저희 3명이요"
"여기 적어놓으신 곳은 2명 대기분들이어서요 3명이면 이곳에 다시 적어주셔야 해요"
직원의 말투는 덤덤했다. 나 역시도 쿨하게 "네 알겠습니다"라고 하고 다시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1시간을 대기했다. 그 사이 우리보다 늦게 왔던 이들은 모두 식사를 마쳤고, 나가면서 우리를 쳐다보며 "저분들은 아직도 기다리네"라며 불쌍하다는 듯 말을 내뱉고 가셨다.
그러는 사이 내게는 이곳 웨이팅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이 식당은 테이블 회전을 빠르게 하기 위해 주로 2인석 위주로 배치한 것이 특징이었다. 문제는 2인석 위주로 배치했고 거기에 테이블에서 주문하는 기기를 가져다 놓다 보니 유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시스템이었다.
다시 말해, 고객의 대기 상황에 따라 2인석을 4인석으로 전환하는 융통성을 통해 고객 VOC 대응을 해야 하는데 이들은 그런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2인석에는 2인 손님 순으로, 4인석이 비어야 3인과 4인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2인 손님은 우리가 1시간 여를 기다리는 동안 계속 들어갔고, 우리는 3명이라는 이유로 무작정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몰아치는 손님들로 인해 직원들의 피로가 누적됐을 수도 있으나, 내가 느낀 이곳 식당에서의 느낌은 '뭐 그렇게 대단한 걸 먹겠다고 내가 이렇게까지 하고 있나'하는 현타의 연속이었다.
이 식당은 웨이팅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면, 나 같은 손님이 조금씩 늘어간다면 결국 동네에서 장사하는 것이다 보니 손님이 어느 순간 발길이 끊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은 핫해서 호기심에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지만, 트렌드가 바뀌고 나면 결국 살아남는 것은 식당에서 경험한 고객의 만족도 일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도 결국 DX, 데이터경험이 중요해진다. 고객의 경험 역시 중요한 데이터가 되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은 반드시 나온다
사실 가게를 한다는 것이 고객에게 무조건 을이어야 한다는 그런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싸고 비싸고의 문제도 아니다.
매출을 일으킨다는 것은 결국, 사소한 것에서 오는 차이라고 생각한다. 식당에서 위생은 사업자가 지켜야 할 그들의 의무이고, 돈을 내고 먹는 이들에게 제공해야 할 그들의 책임이다.
기다려서라도 먹겠다고 의사결정 내린 것은 고객의 선택이지만, 나보다 늦게 온 이들이 먼저 들어가서 먹고 나올 때까지 기다리게 만드는 것은 식당 운영자의 운영 미숙의 결과라 생각한다. 선입선출. 그것이 공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늘 그렇지만, 인생은 잘 나갈 때가 있고 힘겨울 때가 있어 버텨야 하는 시기가 있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찾아와서 매출이 늘어나는 시기가 있지만, 아무리 애써도 고객 한 명을 유치하기가 어려운 시기도 찾아오기 마련이다.
부디 유명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되었다고 지금 찾아오는 고객 한 명 한 명을 소홀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게 장기적 비전 아닐까 하는 마음에 최근 겪은 일들을 정리해 기록으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