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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Sep 13. 2023

호주 골드코스트 3박4일 뽀개기#3

호주 골드코스트 여행#3(워너브라더스 무비월드+헝그리잭스)

출근길이다. 내 차는 승용차도 아니고 트럭도 아니고 사다리 같은 알루미늄으로 된 침대가 운전석 위에 놓이도록 설계된 구조의 차다. 엄청 신박한 차라고 생각했다. 나는 편안하게 누워 일을 보며 출근을 하고 있다. 마치 침대에 누워있는 듯한 편안함이 든다.


"어제 프레임이 더 튼튼했던 것 같은데, 괜히 바꿨나?"


어제도 이런 류의 차를 탔던 기억이 난다. 다른 점은 침대 프레임이었다. 어제의 경우 프레임 골격 자체가 무게도 좀 있어 안정감이 들어 좋았다. 그런데 오늘은 프레임이 너무 가벼워서 그런지 도로의 노면 상황이 온몸으로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았다. 조금만 흔들려도 흔들림이 심했다. 몸이 위험함을 감지하는 듯 심장이 덜컹덜컹할 정도였다.


'집에 가면 어제 사용했던 프레임으로 바꿔야겠다' 사무실에 도착해 평소처럼 업무를 봤다.


하루가 유난히 빠르게 흘렀고, 다시 퇴근하는 길이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도 마치 위험한 놀이기구를 탄 듯, 불안감에 온 신경이 쏠렸다. 계속해서 생각했다.


'집에 도착하는 대로 프레임을 어제 걸로 바꿔야겠어'라고. 그런 고민을 하다 현타가 왔다.


'근데 이게 뭐지? 운전은 누가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잠에서 깼다. 아마도 어제 열기구를 타서 편안함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낀 것이 꿈에 반영된 듯하다. 거기에 수륙양용차에서 느낀 색다른 오감도 오늘 꾼 꿈에 기여한 것이리라 생각했다.


여섯째 날, 사실상 우리들의 마지막 호주 일정은 그렇게 시작됐다.


오늘이 사실상
호주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8박 9일 일정이지만, 밤비행기에서 1박, 호주 시드니에 도착해서 3박, 그리고 골드코스트로 이동해서 3박을 하며 7일을 여행했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는 시드니공항으로 이동해서 공항 근처에 있는 숙소, 이비스 버짓 에어포트에서 1박을 하고,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공항으로 이동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예정이다.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아내와 아들을 위해, 베이컨 볶음밥을 만들었다. 아들은 어제 먹었던 베이컨볶음밥이 맛있었는지 흔쾌히 오늘 아침도 베이컨볶음밥을 먹겠다고 했다.


사실 아들에게 고맙다. 어제 남은 베이컨이 너무 많다 보니 그것을 보고 베이컨볶음밥을 또 먹겠다고 한 것을 나는 알고 있어서다.


'속 깊은 아들 고마워!'


오늘은 어제보다 더 '베이컨모조리듬뿍듬뿍볶음밥'이다. 그냥 '베이컨가득가득한가득볶음밥'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남은 베이컨을 다 넣었다.


앞서 언급했지만, 꼭 햇반일 필요는 없다. 울월스나 콜스에서 파는 현지 밥알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호주 현지에서는 자스민밥알 등 다양한 밥알을 팔고 있으니, 기호에 따라 선택해서 사용하면 된다. 색다른 볶음밥을 맛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며 말이다. 한국에서는 맛볼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돌아갈지도 모른다. 물론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경험으로 남을 수도 있다. 그건 나도 책임질 수는 없다...



호주는 고기가 정말 정말 싸다. 매일매일 소고기에 베이컨을 사 먹어도 될 정도로 저렴하다. 어제 산 베이컨이 1kg에 12달러 정도, 우리나라 돈으로 1만 원 정도다.


어제 1/3을 사용하고 나머지 2/3를 큰 프라이팬에 넣고 열심히 볶다가 거기서 나온 베이컨 기름에 밥을 볶으니 얼마나 맛있겠는가!



밥알 250g에 베이컨 1kg을 다 넣어서 해 먹어 보니 베이컨볶음밥이라기보다는 베이컨볶음이었다. 그렇다고 지금 나가서 밥알을 사 오기는 힘든 상황이어서 베이컨볶음을 먹자고 아내와 아들을 설득했다.


여기에 어제 우월스에서 사 온 코울슬로에 체리, 방울토마토를 애피타이저로 같이 세팅했다. 디저트로는 소화를 도와줄 요거트, 풀코스로 하기 위해 식사 후 입을 개운하게 해 줄 입가심으로 레몬녹차티를 가지런하게 테이블 위에 놓았다.


'짜짠~~ 이보다 더 훌륭한 조식이 어디있겠는가'라며 자화자찬을 하며 서 있는데, 아들이 베이컨듬뿍볶음밥을 한 숟가락 뜨며 나를 불렀다.



"아빠... 베이컨이 너무 많아... 너무 짜...."


나는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 원래 호주 음식이 다 짜. 한국 가서는 싱겁게 먹자구~ 그리고 짜면 거기 요거트도 있고 과일도 있으니 같이 먹어봐~ 그럼 짠맛이 좀 순화될 거야~"


아들은 '말을 말아야지'하는 심정인 듯보였다. 어쨌든 아들은 베이컨듬뿍볶음밥을 깨끗이 비웠다. 나 역시도 남은 베이컨볶음을 남기지 않다 모두 먹어치웠다.


솔직히 짜긴 많이 짰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밥을 넉넉히 사서 볶음밥을 해 드시길....


사실 이 조합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매일 새로운 맛의 밥알로 도전해 봤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호주 여행계획을 세우기 위해 이 글을 보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꼭 조리 가능한 호텔에서 숙박을 하시면서 아침식사를 직접 해보시는 걸 추천한다. 2만 원의 행복이 찾아올 것이니 말이다.


물론 호주의 다른 물가는 꽤 비싸다. 뭘 해도 1만 원 이상이 기본이다. 그렇다 보니 호주 여행에서 매 끼니를 사서 먹는 것은 여행경비 예산 책정에서 상당한 부담요인이다. 호텔에서 식사를 해 먹으며 식사비를 줄이고, 정말 멋진 뷰를 보면서 맛봐야 하는 것이나, 다양한 액티비티 활동에 비용을 지출하면 가성비 여행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식사비용을 줄여보는 것이 호주에서 현명한 여행이라고 생각이 든다.


워너브라더스 무비월드


우리의 오늘 첫 번째 일정은 워너브라더스 무비월드다. 우리가 묵은 호텔에서 꽤 먼 거리였다. 그래서 간 김에 끝날 때까지 놀 생각이다. 무비월드에서 문 닫을 때까지 놀다가 호텔로 돌아와 짐을 찾는 것이 오늘 일정의 전부다. 


무비월드에서 식사는 맛집이 아닌 거기 푸드코트에서 때워야 할 것을 알기에, 아내는 어제 내게 오늘 점심식사용으로 샌드위치와 음료를 사 올 것을 말했었다. 나는 출발 준비를 하기 위해 짐을 싸면서 어제 사다 놓은 사과주스와 샌드위치를 백팩에 챙겼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우린 드디어 워너브라더스 무비월드로 출발했다. 무비월드행 버스가 있는 헬렌스베일로 이동하기 위해 라이트 레일 노스바운드행을 트램을 탔다. 노스바운드행 방면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공항에서 타고 왔단 방향 그대로, 서퍼스에 도착해서 내렸던 바로 그 정거장에서 타고 종점까지 가면 된다. 종점에 내리면 워너브라더스 무비월드 행 버스가 있다. 안심하시라!


종점에 내려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워너브라더스 무비월드로 가는 버스는 TX7 Stop C에서 타면 된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우리 말고는 없었다. 우리는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벤치에 앉았는데...


"아빠... 여기가 끈적거려"


아들의 말에 의자를 보니.... 이런.... 빌런이 장난쳐놓은 듯했다.


의자와 팔걸이에 어떤 빌런이 껌을 덕지덕지 붙여놓았다


호주에서 마주친 빌런들


순간 호주에서 마주친 빌런들 모습이 하나하나 떠오르기 시작했다. 


버스 안에서 통로 막고 앉아서 관광객들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보였던 빌런, 버스 맨 뒷좌석에 앉아서 괴상한 소리를 내며 히죽히죽 웃기도 하며 공포감을 자아냈던 빌런, 장애인석에 앉아 혼잣말로 중얼중얼 거리며 음흉하고 요상한 눈빛으로 주변을 쳐다보며 근처를 싹 비우게 만든 빌런, 트램 안에서 전화통화를 큰 소리로 계속하면서 욕설이 담긴 슬랭을 끊임없이 외쳤던 빌런....


"아들 일단 껌 붙은 외투는 벗자"


드디어 버스가 도착했다. 빌런이 붙여놓은 씹던 껌의 찜찜함을 애써 무시하며 버스에 탑승했다.



버스 기사님이 반갑게 우릴 맞아주셨다. 아침이라 그런지 2층 버스 안에는 총 3팀만 있었다. 일본 가족, 한국인 20대 1팀,  그리고 우리 가족.


그리고 잠시 후(실제로 3 정거장밖에 안 된다) 워너브라더스 무비월드에 도착했다.



워너브라더스 무비월드라고 해서 사실 난 영화 전시관이나 영화 관련 세트장을 보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 보니..... 놀이공원이었다. 그것도 공포를 파는 놀이공원이었다.


'헉.......'소리가 절로 나왔다. 난 무서운 것을 못 타서 놀이동산은 정말 정말 좋아하지 않아서다.... 하지만 아들은 겁이 없다. 


포항 갔을 때가 떠올랐다. 아들은 환호공원 스페이스워크를 혼자서 끝까지 가보겠다면서 성큼성큼 걸어갔었다. 물론 보호자 동반 없이 올라갈 수 없다 해서 안전요원분의 저지로 겁 많은 나를 원망하기도 했지만... 



이제 그런 원망의 눈빛을 받을 이유가 사라졌다. 왜냐하면 아들의 키가 이제  130cm가 넘어서서 대부분의 놀이기구를 혼자서 탈 수 있게 돼서다. 


그래서 아들은 예전과 달리 무척 신나 보였다. 더 이상 놀이기구를 못 타는 아빠를 설득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을 만끽하는 듯보였다.


그래서 난 걱정이 되어 처음에는 안 무서워 보이는 놀이기구는 같이 타줬다. 당연히 점점 더 놀이기구 공포 난도는 높아졌고, 아들은 결국 뛰어다니며 공포체험 줄로 홀로 달려갔다. 


아들의 자리는 오직 하나였다. 아들에게 두려움은 없다. 가장 끝좌석만이 있을 뿐이다.



나는 공포체험하는 아들을 기다리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지난번 월트디즈니에서도 그랬고 레고랜드에서도, 워너브라더스 무비월드에서도 느꼈다. 캐릭터와 스토리발굴이 중요하다. 그래야 뭐든 할 수 있다. 놀이동산도 캐릭터 부가 비즈니스도 가능하다'


슈퍼맨, 베트맨, 스파이더맨 등 아무리 진부하다 해도 그럼에도 슈퍼맨과 베트맨은 우리의 영웅인 것만큼은 변함없다.



아빠~~~!!!
자동차 드리프트 봐야지


디즈니월드에 오리지널 뮤지컬이 있다면, 여기 무비월드에서는 영화 같은 '드리프트' 쇼가 인상적이었다.


마치 뮤지컬을 하듯이 스토리라인을 짜고, 그 안에 코믹요소도 넣었다. 스턴트맨들의 연기도 일품이었다. 마치 한 편의 자동차 뮤지컬 공연을 본듯한 느낌을 받았다.



커다란 바나나 인형


여긴 농구 바구니에 공 한 개만 넣으면 커다란 바나나 인형을 줬다. 인심이 참 후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난 생각했다.


'저걸 받아도 너무 커서 한국으로는 못 가져갈 것 같은데...'라고 말이다. 


많은 이들이 커다란 바나나 인형을 들고 다니니 놀이공원이란 생각이 확실히 들었다.



다양한 캐릭터 전시도 인상적이었다. 포토존 이상의 의미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볼거리로는 꽤 훌륭했다.



이것 역시 아들은 혼자 탔다. 별거 아닌 듯보였고, 너무 짧은 시간 동안 운행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들의 후기는 달랐다.


"아빠 생각보다 많이 무서웠어"


아들이 무섭다고 할 정도면... 정말 무서운 듯하다. 나는 절대 못 탄다. 역시 보는 것과 실제 타보는 것은 확실히 다르니 이건 한 번 고민하시고 타시길...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들었던 공간이다. 영화에서만 봤던 베트맨 카부터 슈트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좋았다.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퍼레이드도 있었는데, 잠깐의 볼거리 정도랄까. 큰 기대는 금물이다.



벌써 5시가 됐다. 


신난 아들을 따라다니다 보니 벌써 무비월드가 문 닫을 시간이 됐다. 이제 아쉬움을 뒤로하고 우리는 시드니공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돌아가는 방법도 어렵지 않다. 무비월드 입구에서 나오면 좌측에 버스 정류장이 바로 있다. 무비월드에 오기 위해 아침에 내렸던 그 자리에서 타면 된다.


사실 여기가 맞나 싶어 정류장에 함께 서 있던 무비월드 직원복을 입은 분께 여쭤봤다. 그리고 여기서 타면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영어를 정말 못해서 늘 자신감이 없는 나이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동안에는 못하는 영어로 손과 발을 써가면서 열심히 알아보려 애썼다. 두려움 없이 영어를 시도한 나를 칭찬하고 싶다.


호주 시드니 여행에서 만났던 제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호주에서 대접받으려면 영어를 잘해야 해요. 잘 생각해 보세요. 그 나라에서 제대로 살려면 의사소통이 원활해야 해요. 말을 잘 못하면서 정상적인 대접을 받고자 하는 건 욕심이에요."


나는 호주로 이민오는 건 어렵다고 생각했다. 


'난 한국어는 잘하니 난 평생 한국에서 잘 살아보련다. ㅎㅎㅎ'


밤이 깊어지고 버스 안은 조용했다. 트램을 타고 Q1호텔에 도착했다. 아침에 체크아웃을 하며 맡긴 짐을 찾아 이제 골드코스트 공항으로 향했다.


트램에서 내려 골드코스트 공항행 버스인 777번에 탑승했다. 우리를 골드코스트 공항에서 서퍼스로 데려다준 고마운 버스다. 이제 이 버스를 타고 다시 공항으로 돌아가면 된다.



밤이 내리고 이제 여행이 끝났다고 생각하니 뭔가 센치해지는 밤이었다. 문득 여행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여기에서의 삶도 일상이 되면 감동은 사라지고 또 다른 여행지를 찾아 떠나려 하겠지?'


제이는 이곳으로 온 이민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 그리고 이민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해 줬다. 한국에서 많은 이들이 해외로 이민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내가 아는 대표님도 몇 해 전에 호주로 이민을 가셨고 지금은 브리즈번에서 살고 계신다.


여기에서의 여유로운 삶이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고, 에머럴드 빛 바다와 언제나 가능한 서핑, 휴양지의 다채로움, 겨울임에도 여름 같은 날씨들 모든 것이 여행 초반에는 부럽다 생각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도 익숙해지면 결국 또 다른 감동을 찾기 위해 휴양지를 찾아 떠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말이다. 그런 생각의 생각이 꼬리에 물고 가다 보니 결론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귀결됐다.


'그래. 한국이 최고다. 난 바쁘게 살아가는 한국, 그리고 서울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이들과 언제든 만나서 시끌벅적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고, 언제든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는 그런 곳이니 말이다. 신선함이 필요하면 또 여행 가면 되지모. 이 여유로움이 그리울 때면 그때 여행을 가자. 그러려면 더 열심히 살고 더 열심히 벌어둬야겠지...'라고.


호주에서 푹 쉰 듯하다. 아들도 푹 쉬었고, 아내도 푹 쉬었다. 바쁜 일정으로 열심히 돌아다닌 듯하지만, 마음만큼은 모두 푹 쉰 여행이었다.


골드코스트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 도착하니 오후 7시가 넘었다. 저녁을 먹지 않아 배가 고파옸다. 그런데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허기진 배를 채울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 헝그리잭스를 먹어보자'


한 번은 먹어보고 싶었던 프랜차이즈였지만, 마땅한 기회가 없어 맛보지 못했는데 지금이 기회라 생각했다. 난 고민 없이 베이컨이 들어간 버거를 주문했다. 징거버거는 너무 뻔할 것 같아서 호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를 골라서 주문했다. 


'아..... 이런 맛이구나....'


그냥 패스트푸드 버거다. 너무 기대한 것 같다. 한국에서 맛본 버거킹이 더 고급진 느낌이다.



헝그리잭스(Hungry Jack's)의 유래


헝그리잭스는 프랜차이즈 버거킹의 호주 버전이다. 호주가 영국의 영향 하에 있어서 '킹'자가 들어간 '버거킹'을 못쓰고 이름을 '헝그리잭스'라고 지었다고 안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호주에 잭 코윈(Jack Cowin)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호주에서 버거킹 가맹점을 내려고 해서 버거킹 측과 협의를 했다. 버거킹이 진출할 당시에 '버거킹'이란 상호를 호주의 한 지역 업체가 선점한 상태여서 잭 코윈은 자신의 이름을 따서 헝그리 잭스라는 상호를 만들어 운영하기로 했다. 


이후 버거킹 상호가 기간이 만료되며 버거킹은 헝그리잭스로 상호를 변경할 것을 요청했지만, 잭 코윈은 헝그리잭스로 그냥 이어가겠다고 해서 2001년 법정 분쟁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버거킹은 호주에서 헝그리 잭스와 계약이 안된 지역과 공항과 같은 계약 자유지역에 버거킹 매장을 오픈해 지역 확장에 나섰다고 한다. 심지어 어떤 곳에서는 헝그리 잭스 옆에 버거킹이 자리하고 있을 정도로 신경전을 벌였다고 한다.


하지만 호주에서 미국 버거킹은 자리를 잡지 못했고, 결국 2003년 미국 버거킹은 뉴질랜드 패스트푸드 회사인 TPF에 지분 51%를 팔았지만, TPF도 결국 2005년 헝그리 잭스에 지분 51%를 다시 되팔게 됐다고 한다. 


제이가 여담으로 헝그리 잭스란 이름과 관련해 설명해 줬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호주 사람들은 영국인을 부를 때 속어로 '영국 놈'이란 뜻으로 '잭'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래서 헝그리잭스를 호주 속어로 풀어보면, '배고픈 영국 놈들'이 되는 셈이다. 영국인들이 많았던 시기여서 아마도 배고픈 영국인들이 편하게 와서 먹고 가라는 중의적 의미도 담고 있다고 했다. 믿거나 말거나...


오잉?? 왠 프로스펙스??


햄버거를 먹다가 고개를 들어 옆을 봤는데 국내 스포츠 브랜드인 '프로스펙스' 로고가 보여 깜짝 놀라 안경을 닦고 다시 봤다. 요즘 노안이 와서 헛것이 잘 보이는데.... 역시 다시 보니 비행기였다. 



어릴 적 프로스펙스 브랜드를 좋아했다. 사실 풍족하지 않은 어릴 적을 보냈다 보니, 당시에 내가 신었던 신발은 길음시장에서 산 옴파로스 등이 적힌 신발이 대부분이었고, 내게 프로스펙스, 아디다스, 리복, 나이키 등의 매장에서 파는 용품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중에서도 난 어릴 적 프로스펙스 브랜드를 좋아했다. 뭔가 모를 남성적 매력이 뿜뿜 했다랄까. 게다가 당시에는 프로스펙스가 토종브랜드로 나이키와 어깨를 나란히 했었기도 했다. TV광고도 엄청나게 했었다. 뉘어진 F자가 참 멋있었는데... 갑자기 즘은 통 브랜드파워를 보이지 못하는 프로스펙스가 떠올라 안타까움과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참고로 최근에 아들과 노원역에 있는 프로스펙스 매장을 찾은 적이 있다. 아들이 신발을 사달라고 했는데, 프로스펙스 어떠냐고 물었고 아들이 한번 가보자고 해서 어릴 적 아빠의 동경의 대상이라며 프로스펙스를 띄워주며 말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플레이스 프로스펙스 노원직영점 제공


그리고 매장에서 아들이 정말로 마음에 들어 하는 운동화 두 켤레를 보게 됐고, 과감하게 질렀다. 마침 세일을 진행하고 있어서 저렴하게 잘 샀다. 사장님과 직원분들도 너무도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기분 좋은 쇼핑이 되기도 했다. 아들은 그날 이후 프로스펙스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졌다. 역시 소유하게 되면 애정은 따라가게 되는 듯하다.


시드니 공항으로 이동


이제 시드니공항으로 이동하고 있는 제트스타 비행기 안이다.


8박 9일간의 여정의 마지막이다. 눈을 감고 잠시 쉬려고 했지만, 이 시간이 너무도 아쉽기만 하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아야 한다. 생각해 보면 내 나이에 이미 많은 것을 이뤄낸 이들이 있다. 남들과 비교하는 게 부질없고 오히려 열등감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보일 수 있지만... 난 그러한 분들을 보면 더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살려고 애쓴다. 남들과 비교해서 내가 우월함을 자랑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나의 못남을 한탄하려는 게 아니다. 오로지 난 나보다 나은 사람들을 보며 내가 성장하기 위한 동력으로 자극제로 이용할 뿐이다.


이번 여행 속에서 dxReport 추가 기능에 대한 영감도 얻었다. 조만간 이번 여행기가 마무리되는 대로 개발에 돌입할 생각이다.(호주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아들이 좋아했던 게임이었던 영어 단어 맞추기를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파이썬으로 개발해서 DXDicReport란 이름으로 배포 완료했다.)


이번 여행에서 느낀 점


호주에는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곳에서 이민 온 이들이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을 보며 느낀 건 여유로움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내 나이 60세가 지나서 더 이상 세상에 미련이 없어졌을 때 그때에는 이런 나라에 와서 말 그대로 유유자적하면서 사는 것도 좋겠단 생각이 들긴 했다. 


해가 뜨면 해변가를 거닐고, 배가 고프면 해변이 보이는 식당에 가서 바다를 보며 식사를 하고, 쉬고 싶으면 바다가 보이는 해변에 앉아 바닷바람을 쐬며 쉬고...


그런데 지금 내 나이, 지금 내 마음은 이런 삶을 살고 싶지 않아 한다. 한국에서 정신없이 일상 속에서 치여사는 삶, 그리고 사람들과 어우러져 때로는 시끌벅적한 저녁을 보내고 그리운 이들을 보고 싶을 때 보며 사는 삶이 좋은 나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완벽하지 못한 게 나인지라, 늘 꿈을 좇으면서도, 이상향을 꿈꾸면서도, 실수를 반복하고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나와 마주할 때면 부끄러움에 스스로가 너무 못나보여 자책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 것이라 다시 스스로를 다독이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바로 나다.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이 많아진다


아직 이룬 게 없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감에 조바심은 점점 더 심해지고, 조바심으로는 이룰 수 있는 것조차도 이루지 못함을 알면서도 조바심을 억누르지 못하니 그런 못난 모습에 슬퍼지곤 한다.


이번 여행이 나의 40대 후반 이후에 대한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에 대한 답을 준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다.


특가 비행기삯을 구해 결제해 준 아내, 서울촌놈인 나를 데리고 다니면서 좋은 거 보여주고, 좋은 거 먹게 해 주려고 폭풍검색으로 모든 일정을 완벽하게 짜준 아내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이 공간을 빌어 전하고 싶어 기록으로 남긴다.


덕분에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을 본 것은 영광이었다.


하고 싶은 거 뚜렷하고, 자기 의견을 소신 있게 말할 줄 아는 용기 있는 아들에게도 감사하다. 이번 여행에서 영어로 자신의 의견을 또렷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며, 나의 부족한 모습을 닮은 아들이 아닌, 내가 가지지 못한 장점을 많이 가진 아들이란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늘 아들이 자랑스럽고, 아들의 모습이 사랑스러웠는데, 이번 여행에서 아들의 더 멋진 모습을 보게 되어 더더더더 더욱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움을 안고 돌아가게 됐다.(아들 보고 있지? ㅎㅎㅎ)



이제 시드니공항에서 내리면 공항 근처 숙소에서 잠을 자고 내일 아침 일찍 한국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내일이면 한국에 도착한다. 이제 푹 쉬었으니 겨울 여행 때까지 열심히 달려야겠다.


8박 9일간의 호주 여행기 끝!


- 8박 9일간의 호주 여행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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