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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Jan 21. 2016

읽을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시

안도현 - 스며드는 것

꽃게가 간장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는 간장이 울컥 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 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 드렸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끄고 잘 시간이야.


안도현(安度眩, 1961~ )

경북 예천 출생.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낙동강'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보편성을 지닌 쉬운 시어로 본원성을 환기하는 맑은 서정을 담아내며 개인적 체험을 주조로 하면서도 사적 차원을 넘어서 민족과 사회의 현실을 섬세한 감수성으로 그려내는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시집으로 "서울로 가는 전봉준"(1985), "모닥불"(1989), "바닷가 우체국"(199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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