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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Apr 27. 2016

"네? 단통법 때문이라고요?"

국민이 아껴서 통신비가 절감된 것 아닌가요?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가 지난 24일 배포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 1년 6개월' 자화자찬 자료가 입방아에 올랐다.


미래부는 당일 40페이지 분량의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는데, 여기에는 단통법 시행 이후 나타난 모든 통신시장 변화가 단통법 덕택이라고 적혀있었다. 


보조금 차별을 받던 이른바 '호갱(호구 손님)'은 사라졌고, 가계통신비 절감과 스마트폰 출고가 인하 효과가 새로 생겨났다는 것이다. 


단통법(2014년 10월 시행)이란 이동통신사가 휴대전화 단말기를 팔 때 보조금 상한선을 최대 33만 원이 넘지 못하도록 강제해놓은 법이다. 이는 판매자에 따라 가격이 제각각인 어지러운 시장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도입됐다.


그런데 정말 미래부의 말은 사실일까?

호갱이 사라졌다?

현재 단통법에 대해 소비자의 불만은 적지 않다. 단통법 시행으로 이통사들의 시장 경쟁이 차단돼 소비자 입장에선 보조금을 이전보다 덜 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실제로 단통법 시행 이전에는 최신폰도 온라인 등지에서 파격적인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었는데, 단통법 이후 이런 관행은 사실상 봉쇄됐다. 


최근 삼성전자 갤럭시S7이 해외에서 1+1을 한다는 소식에 국내 소비자들이 공분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이런 깜짝 이벤트도 불가능하다. 앞서도 말했지만 단통법의 법정 보조금 상한선이 33만 원으로 제한돼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예전에는 일부만이 호갱이었다면, 지금은 전 국민의 호갱화가 이뤄졌다는 푸념도 나온다. 

가계통신비가 줄었다고?

미래부는 단통법의 영향으로 가계통신비가 줄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단통법 시행 이후 가계통신비가 2013년 15만2792원에서 지난해 14만7725원으로 5067원 감소했고, 평균가입요금 수준도 2013년 4만2565원에서 지난해 3만8695원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해당 수치만을 놓고 보면 그럴 듯 하지만 다른 변수들을 고려해보면 흔쾌히 수긍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가계가 통신비 등의 고정비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또한 지난 2월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평균 소비성향(소득에 대한 소비의 비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성향이 떨어졌다는 것은 가계가 소비를 자제하고 저축을 늘리고 있다는 뜻이다.


불안한 경기와 노후가 걱정되는 상황에서 가계 소득마저 6년 만에 가장 낮은 폭으로 증가한 탓에 지출을 최대한 줄이려는 움직임이 거세진 것이다. 


실제로 김이한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과장은 소비지출 둔화 현상에 대해 "유가 하락으로 교통비가 3.7% 감소하고 교육비·통신비가 줄어든 점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출고가 인하? 중저가단말 판매 비중 증가? 

단통법 시행 이후 중저가단말 판매 비중이 증가했다는 분석도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글로벌 시장 상황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단통법 시행 이후 스마트폰 출고가가 떨어졌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최신 스마트폰은 여전히 100만 원에 육현재 글로벌 스마트폰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80% 이상을 애플이 장악하고 있고, 그 추세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와 함께 저가 시장에서는 화웨이 등 중국 업체가 치고 올라오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들은 보급형 시장에서 사활을 걸고 있는 분위기다. 여기서 승부를 보지 못한다면 앞으로 스마트폰 제조사로서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그렇다 보니 지난해 말부터 국내 제조사들이 만드는 보급형 제품의 성능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그 결과, 예전에는 보급형 스마트폰 하면 '싸구려 저스펙'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합리적 가격대로 쓸만한 폰으로 재인식되고 있다. 


다시 말해, 중저가단말 판매 비중 증가 현상이 일부 단통법의 영향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스마트폰 제조사의 고육지책이 더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참여연대 측은 "정부가 강조하는 성과는 단통법 효과가 아니라 통신소비자의 저항과 노력으로 빚어진 결과"라며 "이통사의 마케팅 비용은 줄고 이익은 늘었지만 국민의 통신비 부담은 여전해 기본료 폐지, 분리공시 제도 도입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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